주간동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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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의 반성문

류동민 · 주상영의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2-15 16: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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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들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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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3일 오전 8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학술대회 중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관해 토론하는 세션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렸다. 특히 자본주의 모순을 지적하며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유세’ 도입을 주장해온 피케티에 대해, 주류경제학을 대표하는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정면으로 반박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맨큐 교수는 ‘그래 r>g야, 그런데 그게 어때서?’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을 통해 피케티를 공격했다. r은 자본수익률, g는 경제성장률로 ‘r>g’는 피케티가 자기 책에서 ‘자본주의의 중심 모순’이라고 부른 부등식이다. 즉 지난 세기 전쟁 같은 아주 예외적 기간을 빼고는 자본수익률은 항상 경제성장률을 앞질렀다. 이는 부의 대물림을 가져왔고,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로는 결코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을 고착화했다.
    다시 학술대회 현장으로 돌아가자. 맨큐 교수는 부자들도 소비하고, 세금을 내며, 자손에게 물려주면서 부가 분산된다는 점을 들어 ‘r>g’가 불평등을 가속화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을 반박했고, ‘부유세’가 아니라 ‘소비세’ 인상이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맨큐 교수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재산을 자녀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사용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만한 어떤 이유도 찾아낼 수 없다”고 하자, 피케티는 “부자들이 옷이나 음식만 사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이나 경제학자까지 산다”고 응수했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쓴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은 이 학술대회 현장을 중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왜?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이 정면충돌한 역사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했지만 학문적으로 주류경제학(주상영)과 비주류경제학(류동민)으로 갈라선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한국 경제학계를 지배하는 미국 경제학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며 시장근본주의 성향을 강화해온 현실에서, 경제학이 ‘분배의 불평등’이라는 문제에 침묵해왔다는 반성 때문이다.
    1장 ‘분배에 관한 몇 가지 이론 : 능력인가 협상인가’와 2장 ‘정체사태 :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은 류동민 교수가, 3장 ‘성장인가 정체인가 : 성장이론의 역사’, 4장 ‘피케티의 등장 : 저성장 속의 불평등’, 5장 ‘불평등을 넘어 : 평등한 성장은 가능한가’는 주상영 교수가 썼다.
    이 책은 영세 자영업, 비정규적 노동, 부의 대물림 같은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지만 19세기 사상가 칼라일(책 제목의 출처인 ‘경제학은 우울한 과학’의 발언자)부터 피케티까지 고전학파와 신고전학파의 경쟁구도 속에서 이어진 경제학 흐름을 정리하고 ‘평등한 성장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답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류 교수는 이 책에서 “개인의 삶에서처럼 그저 많이 벌고 적게 쓰기만 하면 사회도 부유해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본격적인 경제학은 시작됐다”고 했다. 이제 경제학은 성장과 분배의 고통 속에 갇힌 국민에게 길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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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코피우스의 비잔틴제국 비사
    프로코피우스 지음/ 곽동훈 옮김/ 들메나무/ 248쪽/ 1만5000원

    6세기쯤 비잔틴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측근으로 옛 로마 영토 회복에 앞장섰던 벨리사리우스 장군에겐 프로코피우스라는 비서가 있었다. 역사가였던 그는 ‘전쟁사’ ‘건축론’을 써서 황제와 장군의 업적을 찬양했다. 하지만 그가 공식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제국의 어두운 이면을 남몰래 기록한 ‘비사(The Secret History)’가 17세기 발견됐다. 첫 장이 ‘대장군 벨리사리우스가 아내에게 속아 넘어간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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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부대
    장강명 지음/ 은행나무/ 248쪽/ 1만2000원

    1장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9장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 멤버이자 20대 청년 3명이 일간지 기자에게 조작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현실에서 벌인 일들이 교차로 진행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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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버니 샌더스 지음/ 홍지수 옮김/ 원더박스/ 416쪽/ 1만8000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이자 대통령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무소속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공식 정치 자서전’.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원 8선, 연방 상원의원 2선 경력의 그가 1%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99%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바꾸고자 ‘정치 혁명’을 외치기까지 인생역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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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칙으로 통하는 세상 세상으로 통하는 법칙
    김규회 지음/ 끌리는책/ 480쪽/ 1만9800원

    27년 차 조사기자이자 ‘정보 큐레이터’를 자처하는 저자가 우리 삶을 관통하는 114가지 법칙, 효과, 이론을 총망라했다. 예를 들어 최근 신문기사에 등장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충돌을 가리키는 말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패권다툼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 롱테일 법칙, 하인리히 법칙, 갈라파고스 신드롬 등 알 듯 모를 듯 헷갈리는 용어들을 장르별로 정리한 ‘법칙 실용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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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적 박물관
    니나 사이먼 지음/ 이홍관·안대웅 옮김/ 연암서가/ 510쪽/ 2만5000원

    큐레이터는 전시 개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지만 정작 관람자의 반응은 시큰둥한 이유는 뭘까.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 예술역사박물관 실행감독인 저자가 문화기관 방문자의 ‘참여’에 초점을 맞춰 ‘참여적 기획’이란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했다. ‘관람자를 어떻게 맞이할까’에서부터 전시물을 바라보고 설계하는 방법, 지속적인 박물관 운영 노하우까지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전시 실무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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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산업
    로저먼드 데이비스·고티 시그트호슨 지음/ 박동철 옮김/ 한울/ 336쪽/ 4만3000원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인 두 저자가 ‘창조산업’의 이론과 실무 지식을 망라했다. 창조산업이란 인간의 창조성이 투입되고, 상징적 메시지의 전달수단이며, 지적재산권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방송, 영화, 출판, 음악, 게임, 디자인, 광고 등 창조성이라는 재료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이윤을 창출하는 산업 현장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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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강주헌 옮김/ 사회평론/ 248쪽/ 1만3000원

    책 제목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결론은 반대다. 모든 것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시대, 우리를 지켜줄 지식은 여전히 인문학이라는 것. 인도계 미국인인 저자가 인도에서 받은 기능 위주의 교육과 미국 대학에서 받은 교양 교육의 차이를 설명한 뒤, 분석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미국식 교양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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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효형출판/ 248쪽/ 1만3000원

    시장 한구석 옷 가게와 반찬 가게 사이, 손님 셋이면 꽉 들어차는 크기의 헌책방이 있다. 이름은 ‘울랄라’. 일본 도쿄 대형서점에서 일하던 저자는 오키나와 근무를 계기로 ‘일본에서 가장 작은 서점’을 열고, 그곳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했다. “왜 하필 오키나와에?”라는 주위 사람들의 물음에 여전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하지만 오키나와와 그곳 사람들, 무엇보다 책에 대한 뭉근한 애정이 배어나오는 글들을 마주할 수 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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