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1

2015.11.02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1-02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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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2004년 8월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에 도착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점점 우편향되는 와중에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점점 좌편향하면서 양국관계가 악화됐다”는 게 그의 정세 분석이었다. 힐 대사는 부임 후 자신의 임무를 “한미관계가 현대화돼야 한다는 점, 양국관계가 향후 50년을 지향하며 긍정적인 좌표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공식적인 견지로 설정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해 9월 16일 그는 주한 미국대사로는 최초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힐 대사는 회고록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미국이 여하튼 잘못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광주가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가 됐고 미국이 한국 민주주의의 잘못된 부분으로 비춰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방정책’을 펼친 빌리 브란트 전 독일(옛 서독) 총리가 1970년 폴란드를 방문해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 꿇고 나치의 만행을 사죄한 것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힐 대사의 ‘조용한’ 방문은 한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 방문은 ‘공공외교’의 전형적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이것이 외교다. 힐은 1977년 미 국무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2010년 주이라크 미국대사를 끝으로 퇴임할 때까지 탈냉전 이후 국제 분쟁과 전쟁 위기를 몸으로 겪으며 ‘미국 외교의 최전선’에 있었다. 주한 미국대사로서 임기는 8개월에 불과했지만 이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옮겨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등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힐의 회고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이 어떤 의도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살펴보는 사료적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슈퍼파워를 지닌 미국 외교관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간접경험이다.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첫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재임 2003~2004). 그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첫해였고 2차 북핵 위기, 미군기지 이전, 이라크전쟁 등 나라 전체가 들썩였던 굵직한 외교 현안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기억한다. 학자 출신 장관으로서 국제정치와 한국의 외교전략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이 부족하다는 아쉬움과 ‘학계 따로, 정부 정책 따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쓴 책이 ‘외교의 시대’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시작된 냉전시대의 종결, 미국과 중국의 경쟁, 일본·러시아·인도·유럽의 움직임, 미·중이 선도하는 다극체제의 미래를 짚어보고 마지막으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외교의 시대’에는 ‘나’란 화자가 등장하지 않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에는 분명한 ‘주인의식’이 있다. 세계화, 통합, 초국가시대가 운위되는 21세기에도 민족국가는 존재하고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 눈을 돌려 외면하고 나 개인의 삶에 매몰된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외교에 한반도 미래가 달려 있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192쪽/ 1만2000원


    전작 ‘유방’과 ‘욕망의 교수’의 주인공 데이비드 케페시가 이제 70세 노인이 됐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들은 여학생들과 섹스를 즐기며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지만 카스티요를 만난 후 질투와 두려움에 휩싸인다. 소설은 6년 뒤 케페시가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포트노이의 불평’과 유사하다. 늙어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끓어오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허니버터칩의 비밀

    신정훈 지음/ 알키/ 240쪽/ 1만3800원


    없어서 못 먹는 과자, 줄 서서 사는 과자 등 온갖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출시 1년 만에 6000만 개를 판 과자라면 책 한 권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허니버터칩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지휘한 해태제과 대표가 직접 대박상품의 개발 과정, 출시 이후 맞닥뜨린 새로운 상황과 선택의 고민 등을 공개했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혁명 극장 1, 2

    힐러리 맨틀 지음/ 이희재 옮김/ 교양인/ 1권 712쪽, 2권 608쪽/ 1권 1만8000원, 2권 1만7000원


    두 차례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현존하는 최고 역사 소설가로 꼽히는 저자가 들려주는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 모범생이었지만 고독했던 로베스피에르, 영민하지만 말을 더듬었던 데물랭, 활기찬 거구의 사내 당통. 저자는 이 세 친구의 어린 시절과 만남에서부터 로베스피에르가 혁명 동지인 두 친구를 단두대로 보내는 파국의 순간까지 다뤘다.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추론과 상상력이 압도적이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아이사와 리쿠 상, 하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이봄/ 상권 224쪽, 하권 248쪽/ 각 권 9500원


    미모의 소녀 리쿠는 필요할 때마다 수도꼭지를 살짝 틀듯 거짓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로부터 ‘특별 대접’을 받는다. 멋쟁이 아빠와 완벽한 엄마를 둔 콧대 높은 소녀가 간사이 지방의 친척집에 살게 되면서 비로소 거짓 눈물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 “나는 상처 따윈 받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만화다. 2015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 수상작.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6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지음/ 이콘/ 680쪽/ 2만5000원


    지난 1년간 토론자 1800여 명과 필자 100여 명이 참여해 저성장, 삶의 질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국가 거버넌스의 다원화, 고령화, 불평등, 직업의 변화 등 6대 과제를 정리하고 사회, 기술, 인구·기후·환경·에너지, 정치, 경제 5대 분야별로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이광형 KAIST(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이들을 ‘21세기 선비’라고 명명하고 매년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보고서를 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약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김윤경 옮김/ 더난출판/ 244쪽/ 1만3000원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을 통해 과잉 진료 현실을 폭로했던 저자가 “약의 90%는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약 때문에 병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즉 약을 먹으면 통증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로 치유는 늦어질 뿐이며, 화학첨가물 때문에 독성과 부작용만 떠안게 된다는 것. 약을 네 단계로 줄이는 법, 한 주에 하나씩 줄이는 법 등 실천 방법도 제시했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힘이 정의다

    래그나 레드비어드 지음/ 성귀수 옮김/ 영림카디널/ 328쪽/ 1만5000원


    ‘이상적인 동물은 십자가에 매달린 목수가 아니라 파괴적인 전사(戰士)다. 도덕률은 노예의 규칙이다.’ 이 문장만으로도 19세기 말 ‘빨간 수염(Redbeard)’이 쓴 이 책(원제 Might is Right)이 서구 사회에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켰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한때 저자가 니체라는 설이 있었을 뿐 ‘빨간 수염’은 오늘날에도 전설로 남아 있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가
    영조와 네 개의 죽음

    함규진 지음/ 페이퍼로드/ 384쪽/ 1만5800원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 이복형 경종 이윤, 아내 정성왕후 서씨, 사도세자 이선. 역사는 이 네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을 남겼고 오늘날까지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영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서울교대 윤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팟캐스트 형식을 빌려 ‘영조가 말하는 영조’ 이야기를 정리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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