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0

2015.10.26

늘 하던 방식을 의심하라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10-26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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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하던 방식을 의심하라
    미국 속담에 ‘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신 것)을 내놓으면 그걸로 레모네이드(청량음료)를 만들어라’는 말이 있다. 괴로움 뒤에 기쁨이 있다는 말은 우리도 자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거나 고진감래(苦盡甘來), 새옹지마(塞翁之馬) 같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격려는 ‘기다리면 온다’는 운명론에 빠뜨리기 쉽다.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달콤한 격려가 아니라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다.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은 ‘인생의 쓴맛’이나 결핍을 ‘제약(constraint)’이란 용어로 대체하고, 제약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이노베이션’이라 부른다. 오늘날 간결함의 상징이 된 ‘구글’ 인터넷 홈페이지 디자인은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코딩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탄생한 결과다. 당시 페이지는 외부 힘을 빌릴 처지가 아니었고 그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곤 검색 박스와 로고를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컨설팅 전문가들이 쓴 ‘제약의 마법’은 이처럼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전략에 대한 책이다. 또한 그들은 ‘제약’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제한, 혹은 범위를 규정하는 기준, 그러나 종종 일을 좀 더 좋은 방식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해주는 좋은 자극.”

    ‘제약’이 비즈니스 용어로 등장한 것은 1984년이다. 이스라엘 물리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엘리 골드렛은 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제약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제약을 잘 관리하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TOC)을 발표했다. TOC 접근법을 소설 형식으로 설명한 경영서 ‘The Goal(더 골)’은 지난 30년간 35개국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리며, 수많은 경영자를 TOC 신봉자로 만들었다. ‘The Goal’에서 골드렛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직원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회사는 과연 효율적일까.” “왜 수요와 공급이 최적화된 회사일수록 파산에 가까워질까.” 이러한 질문에 담긴 뜻은 하나다. ‘늘 하던 방식을 의심하라.’ 600쪽 가까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에게는 일본에서 만든 만화판 ‘The Goal’을 권한다. 만화왕국답게 개념 요약과 정리가 완벽하다.

    직장인의 애환과 회사 생활의 부조리함을 그린 만화 ‘딜버트’의 작가가 쓴 ‘열정은 쓰레기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당신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를 말한다는 점에서 ‘The Goal’과 출발점이 비슷하다. 나아가 저자는 “실패하는 사람들만 목표 타령을 한다. 성공하려면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다이어트에서 ‘10kg 감량하기’는 목표지만 ‘올바르게 먹기’는 시스템이다. 저자는 “목표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성공 이전의 지속적인 실패 상태에 있고,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에 맞춰 의도대로 행동하면 모두 성공이다”라고 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성공 공식은 무엇인가.

    늘 하던 방식을 의심하라
    나치의 병사들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김태희 옮김/ 민음사/ 580쪽/ 3만2000원

    “폭탄 투하가 내게는 욕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짜릿합니다”라고 말한 공군 중위, 유대인과 러시아인 포로, 어린 소년들까지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그 사실을 자랑 삼아 떠들어대는 병사들. 전쟁사 연구자인 나이첼과 사회심리학자인 벨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군인들의 대화를 도청한 방대한 문서를 입수해 그 안에서 평범한 사람을 학살자로 만드는 사회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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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공유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와이즈베리/ 288쪽/ 1만4000원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14년 동안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저자는 어느 날 클라우드에 “내 다음 커리어는 뭐가 돼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 TED의 오디션 정보를 줬고 이후 강연 준비 전 과정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했다. ‘우리는 언제나 나보다 강하다’는 믿음에서 탄생한 ‘생각 공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는 기술인 동시에 꿈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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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읽는 부여사

    송호정 지음/ 사계절/ 256쪽/ 1만8000원

    고조선에 이어 우리 역사상 두 번째로 국가체제를 마련했던 부여는 700여 년간 존속하며 그 지배세력 일부가 고구려, 백제, 발해를 건국했고 가야와 신라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 한국 고대국가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고려시대 이래 부여가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 서술됐는지부터 부여의 기원, 성쇠, 제도, 생활에 대해 최신 고고학 발굴 성과를 토대로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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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중독 대한민국

    김성권 지음/ 북스코프/ 284쪽/ 1만6500원

    서울대 신장내과 명예교수이자 ‘콩팥병’ 명의인 저자가 한국인의 소금중독 실체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5g으로 세계보건기구 권장량보다 2.5배나 많다. 짜게 먹으면 몸이 붓고, 고혈압이 생기며, 콩팥에 무리가 간다. 콩팥은 한 번 나빠지면 치료가 쉽지 않다. 저자는 천일염이든 정제염이든 소금은 소금일 뿐이며, 100세 시대 최고 건강테크는 ‘싱겁게 먹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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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궁리/ 408쪽/ 1만8000원

    건축법상 주택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양분되고 단독주택은 다시 단독·다중·다가구로, 공동주택은 다세대·연립·아파트로 세분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우리는 아파트도 단독주택도 아닌 집을 ‘빌라’라 부른다. 인간이 사고팔 수 있는 재화 가운데 가장 비싼 집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지금까지 책 8권을 쓴 건축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첫 책을 다시 펴냈다. 3부 ‘그늘에 가려진 집들’은 이번 개정판을 위해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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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의 책

    폴 서루 지음/ 이용현 옮김/ 책읽는수요일/ 512쪽/ 1만5000원

    1941년생인 저자는 50년간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을 여행했고 40여 년간 여행에 관한 글을 썼다. 그러나 ‘여행문학의 대가’라는 타이틀은 단순히 오랫동안 많은 곳을 가본 데서 나온 게 아니다. 저자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신랄하면서도 유쾌한 문장은 ‘나를 부르는 숲’을 쓴 빌 브라이슨 같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간결한 서평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장 문학적인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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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을 찾아서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320쪽/ 1만4800원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등 이른바 배신 시리즈를 통해 신랄한 사회 비판의식을 보여준 저자는 세포생물학 박사이자 무신론자다. 그런 그가 유방암에 걸려 죽음을 준비하면서 48년 만에 10대 시절 일기를 펼친다. 증조할머니부터 아버지까지 권위를 거부하는 것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겨온 집안에서 자라, 자신 외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과연 신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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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프로 그림을 읽다

    미야시타 기쿠로 지음/ 이연식 옮김/ 재승출판/ 280쪽/ 1만5000원

    이 책 표지로 쓰인 얀 판에이크의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그의 부인의 초상’에는 손을 잡은 부부의 발밑에 개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여기서 개는 ‘정절’을 뜻한다. 조르주 드 라투르가 그린 ‘성 베드로의 참회’에서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는 노인 곁에 커다란 닭이 웅크리고 있다. 닭은 이 노인이 베드로임을 말해주는 ‘지물’이다. 그림 속 모티프를 통해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설명한 책.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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