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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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만보

그가 변절하지 않았더라면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7-10-24 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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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춘원 이광수  
    정진석 지음/ 기파랑/ 308쪽/ 2만 원

    ‘근대 문학의 텃밭에 처음으로 씨를 뿌린 개척자.’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로 창씨 개명한 친일부역자.’ 춘원 이광수(1892~1950)가 한국 근대사에 드리운 영욕의 그림자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그의 그림자는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두 그림자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그림자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언론인 이광수다. 스스로도 문인보다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원체 소설을 쓰는 것으로 일생의 업을 삼으려는 생각은 없는 데다가 글을 쓰려면 사상평론이나 쓰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게도 정치적 관심이 도리어 주(主)가 되었던 것이다.”

    그의 언론인 활동은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신문’ 사장을 맡으면서 본격화됐고 귀국 후 1920년대 후반부터 ‘동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부사장 겸 편집국장을 지냈다.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 당시 충남 아산 현충사의 유적보전운동을 벌이며 역사소설 ‘이순신’을 연재했다. 또 문맹 타파와 농촌계몽을 목표로 한 ‘브나로드’운동을 펼치며 캠페인 소설 ‘흙’을 연재했다. 이 시기 이광수는 민족 개조를 주장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민족주의자였다.

    1937년 동우회 사건의 주동 인물로 구속되면서 그의 언론 활동은 완전히 막을 내렸고, 40년 2월 22일자 ‘매일신보’에 ‘창씨와 나’라는 글을 실으면서 공개적인 친일의 길로 나섰다.

    책은 이광수가 활동한 신문  ·  잡지의 기사와 사고(社告), 사진은 물론이고 일본 경찰의 비밀 기록까지 조사해 ‘언론인 이광수’의 실체를 보여준다. 

    함석헌은 최남선, 이광수의 선택이 친일이었던 점을 비판하면서도 이렇게 썼다.

    “육당 ·  춘원의 생애는 하나님의 이 민족에 대한 심판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인물을 대접할 줄을 모른다. (중략) 나라가 쇠한 큰 원인의 하나는 인물 빈곤이다. 비판을 하되 가혹하고 도량 좁은 제재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는 사회가 건전한 발달을 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 스토리
    황장석 지음/ 어크로스/ 304쪽/ 1만5000원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흥망성쇠를 다뤘다. 기자 출신 저자가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다양한 문화, 제도, 성공 메커니즘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살펴봤다. 왜 전 세계 인재와 자금이 몰려드는지, 유연하고 자유로운 기업문화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인도와 중국계 이민자가 키맨이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실리콘밸리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세상을 뒤흔든 사상
    김호기 지음/ 메디치/ 368쪽/ 1만6000원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현대 고전 40권의 의미와 끼친 영향 등을 정리했다. 40권은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1947)부터 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2016)까지 인문학과 사회과학, 보수와 진보, 미국과 유럽 등 균형을 맞춰 선정됐다. 저자는 “사유의 힘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궁극적 기반이다.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아빠와 함께하는 한강 역사 여행
    김용인 글/ 전기윤 그림/ 한국고전번역원/ 116쪽/ 8000원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한강을 둘러싼 우리 민족 5000년 역사를 담았다. 고구려 온달장군의 이야기를 품은 아차산성, 병자호란의 치욕을 맛본 삼전도(현 송파), 조선시대 관리들의 녹봉을 지급하던 광흥창 등 9곳의 역사 흔적을 소개한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쏙쏙 우리 고전 뽑아 읽기’ 시리즈의 하나이며, 최근 ‘책만큼은 버릴 수 없는 선비’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도 함께 나왔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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