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2015.04.27

스스로 왕관을 쓰다

자크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 황규성 미술사가 samsungmuseum@hanmail.net

    입력2015-04-27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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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왕관을 쓰다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Consecration of the Emperor Napoleon)’, 자크루이 다비드, 1807년, 979×621cm,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대관식의 사전적 의미는 군주국가에서 왕이 즉위한 뒤 처음으로 왕관을 쓰고 왕위에 올랐음을 일반에게 널리 알리는 의식입니다.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은 나폴레옹 황제를 찬미하는 그림으로,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즉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속 장면은 나폴레옹 스스로 왕관을 쓴 후 황후가 되는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려 하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교황 비오 7세가 축복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황제 대관식에 걸맞게 모두 다른 자세와 표정을 취하고 있는 인물 204명이 자리해 웅장하고 성대한 대관식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위대한 왕으로 묘사됐습니다. 그 권위적인 분위기는 그림 배경이 되는 거대한 건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실내는 천장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데도 사람 키의 3배 정도 높이입니다. 그 거대한 공간을 수많은 사람이 메우고 있습니다. 궁중 관리 무리와 시녀들, 그리고 구경하는 많은 사람과 교황을 비롯한 한 무리의 성직자도 보입니다. 이들 모두의 중심에는 무릎 꿇고 있는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기 위해 왕관을 번쩍 든 나폴레옹이 있습니다. 황금색의 월계관을 쓴 나폴레옹은 그림 정중앙쯤에 위치하며, 흰색 옷 위에 화려한 붉은색의 옷을 걸쳐 입고 있습니다. 흰색과 붉은색이 대비돼 눈에 잘 띄는 데다, 그 주위를 좀 더 밝게 묘사해 얼핏 보면 나폴레옹이 빛을 뿜어내는 듯합니다. 나폴레옹에 비하면 교황조차 꼭두각시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 그림은 오로지 나폴레옹을 위해 잘 짜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이처럼 교묘한 장치들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전주의시대에 꿈꿨던 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제왕의 권력을 가졌던 나폴레옹은 아내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절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 1804년 12월 2일 대관식에서 원래 왕관 수여자는 교황 비오 7세였다고 합니다. 당시 교황 비오 7세는 한때 교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폴레옹을 대관식에서 자기 발아래 무릎 꿇게 함으로써 교회의 권위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대관식 주재 회의에서 이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그 제의를 수락했지만, 대관식 당일 교황이 나폴레옹에게 왕관을 씌우려 하자 나폴레옹은 왕관을 두 손으로 받아들고는 당황했을 교황을 뒤로한 채 스스로 머리에 황금 월계관을 썼습니다. 그리고 조제핀의 머리에도 직접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을 이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귀족의 아들이지만 국민투표로 황제가 된 그는 교회 권력에 좌우되지 않고 유럽 제국을 지배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과시하듯 보여준 셈입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나폴레옹을 위한 선전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룹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장답게 그림을 통해 영웅을 만드는 일을 가장 잘 완수한 화가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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