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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통팔달

이제는 ‘사법의 책임’을 말해야 할 때

‘사법 독립’과 ‘사법 불신’

이제는 ‘사법의 책임’을 말해야 할 때

새 정부 출범이 단순한 정권교체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의식에 ‘새날의 지평’을 여는 듯 보인다.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박한 언행을 필두로 개혁의 구체적 손길이 차츰 더 넓은 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은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임명을 통해 우선 검찰개혁으로 방향을 잡는 듯 보였으나, 돌연 김형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사법부를 포함한 사법계 전체의 구조개혁을 염두에 둔 듯하다. 김 비서관은 최근 사법부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국제인권법연구회와 대법원 상층부의 갈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사법부가 경직된 체제로 일선 법관들을 무리하게 압박해왔으며, 사법행정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은 있지만 맞는 말들이다. 층층시하 조밀한 계층구조를 가진 사법부에서 위에서 아래로 억누르는 엄청난 힘은 조직 내에 커다란 폐해를 낳고 있다.

필자는 24년 전 사법부의 지나친 관료화를 지적하다 법원에서 쫓겨난 피해자로, 현행 헌법상 법관 재임명 탈락 1호다. 당시 사법부 지도부로 인해 필자와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워낙 어둡던 시대의 이야기이니 일단 차치하자. 하지만 이토록 중요한 문제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다 이제야 공론의 장에 나오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허망할 따름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지지하고 성원하지만, 대법원장에게로 권력집중이 ‘사법독립(Judicial Independence)’에 반한다는 식의 주장에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과연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개별 법관에게 더 많은 독립적 권한을 주면 우리 사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법 불신’ 문제가 해소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아니,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민이 갖는 사법 불신의 핵심은 법원의 재판이 정치권력이나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다. 대부분 재판에서 법관들은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일부 재판에선 그렇지 않다. 법관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금도를 일탈하는 재판도 있고, 또 극히 소수의 법관은 재판관으로서 자질조차 의심스러운 잘못된 재판을 하기도 한다. 국민은 이를 불신한다.

이런 불공정하고 잘못된 재판을 걸러내는 데 ‘사법 독립’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반된다. ‘사법의 과도한 독립이 그 구성원들에게 잘못된 특혜를 주고, 광범위한 경제적·정치적 맥락에서 사법을 차단시키며, 사회적 수요에 반응하지 않는 독재의 기관으로 바꿔버린다(C. Santino)’는 날선 비판도 있다.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려면 오히려 ‘사법의 책임(Judicial Accountability)’을 확립해야 한다. 재판은 법관의 자의적 편견이나 선입견, 부정한 의도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 책임이란 단어에는 재판관이 자신의 행동에 상응하는 책무를 진다는 ‘Responsibility’의 뜻도 있지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한다는  ‘Accountability’의 뜻도 있다. 재판을 당사자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도 고식적이고 위선적인 ‘사법  독립’에 머물지 말고, ‘사법 책임’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부, 검찰, 경찰 전반에서 폭넓은 시각으로 내다보며 적폐를 들어내고 바람직한 개혁 작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반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개혁 방향은 거기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새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 정신의 핵심이다.

이제는 ‘사법의 책임’을 말해야 할 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현직 부장판사의 뇌물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입력 2017-06-02 16:55:02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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