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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청년 변호사’ 로스쿨 교육 정상화 시급

대한변협 ‘블랙 로펌’ 공개 추진

벼랑에 선 ‘청년 변호사’ 로스쿨 교육 정상화 시급

벼랑에 선 ‘청년 변호사’ 로스쿨 교육 정상화 시급

2012년 2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 법학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로스쿨 학위수여식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받은 첫 졸업생들.[뉴시스]

법조계에서 흔히 ‘청년 변호사’라고 일컫는 변호사들이 있다. 과거엔 사법시험을 거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변호사를 가리켰으나, 지금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뜻한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이달 들어 청년 변호사를 착취하는 이른바 ‘블랙 로펌’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변호사법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의 실무능력을 보충하고자 대한법률구조공단 같은 공공적 성격의 법인이나 로펌 등에서 6개월 이상 일하는 연수과정을 의무적으로 밟게 했다. 그 후에 개업 변호사로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연수과정 자리를 구하지 못한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마련한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대한변협이 그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신입 변호사의 연수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필자도 그 평가에 동의하는 편이다. 로펌에 취직하지 못해 대한변협의 6개월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곧 낙인이 돼 해당 변호사의 뒤를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 그래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기를 쓰고 로펌에 취직하려 애쓴다.

일부 변호사는 이런 로스쿨 출신 신참 변호사를 자기 로펌에 오게 한 뒤 제대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양의 업무를 맡긴다. 그래서 ‘열정 페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껏 해야 교통비 정도를 주거나,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고 혹사시킨다. 청년 변호사는 혹시나 이 연수를 계기로 로펌에 정식으로 취직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죽기 살기로 일한다. 하지만 보통 6개월이 지나면 냉정하게 쫓겨나고 그 자리에는 다른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들어온다. 이런 파렴치한 로펌들을 대한변협이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항간에는 또 ‘집사 변호사’라는 말도 유행한다. 청년 변호사 가운데 외모가 괜찮은 여성 변호사를 고용한 뒤 변호사 접견이라는 명목으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의뢰인을 뻔질나게 면회하도록 시킨다. 일반면회보다 변호사 접견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도소장실 같은 곳에서 특별면회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접견시간이 대부분 소송 전략 수립이나 변호사의 조력을 충실히 하려는 데 쓰이기보다 구금된 의뢰인의 심심풀이 해소로 이용된다. 이런 변호사를 ‘집사 변호사’라고 하니, 변호사의 위상이 이렇게 떨어졌나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로스쿨 출신 청년 변호사가 벼랑 끝에 선 처지가 됐을까. 로스쿨 시행 전에도 사법시험 합격자가 연 1000명씩 배출되면서 변호사의 위상 저하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리고 로스쿨 도입으로 배출 변호사 수가 더욱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심각한 원인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법률시장의 냉혹한 부정적 판단이다.우리나라는 법학에서 개념의 의미를 먼저 정하고 이를 연역해 풀이하는 대륙법체계에 속해 있다. 대륙법체계 국가 가운데 3년간의 과정만으로 법학의 이론과 실무를 익히게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로스쿨 도입 논의 당시 모든 기록을 살펴보면 이 점이 철저히 무시됐다. 자연적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따랐고, 이어 그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횡행하게 됐다.

로스쿨 학생은 우리가 아껴야 할 소중한 인재다. 그들은 3년이라는 황금 같은 기간을 바칠 뿐 아니라 비싼 학비를 내며 로스쿨을 나온다. 사회는 그들이 정당한 응분의 대접을 받게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하루빨리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입력 2017-07-31 14:23:02

  •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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