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1

2018.06.06

손석한의 세상 관심법

눈 못 맞추고 밤에 놀라면 신체학대              우울증·적개심 보이면 정서학대

어른이 알아야 할 아동학대 증상 4가지

  • 입력2018-06-05 13: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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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1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30대 보육교사 박모 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아동 7명의 팔을 깨물거나 뺨을 때리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아동 7명의 학부모는 보육교사의 학대를 의심했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찾아가 폐쇄회로(CC)TV로 폭행 장면을 확인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인천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뾰족한 도구로 2〜6세 원생 10여 명의 머리와 다리 등을 수십 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법원은 해당 보육교사에게 1년 2개월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아동학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더구나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훈육의 일부로 치부돼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 수가 급증하고 CCTV가 설치되면서 아동학대 적발 건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기대하고 의존하려는 부모 욕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매우 걱정스럽다. 아동학대는 아이에게 정신과적 문제를 야기하고 그로 인해 다른 정신과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관찰 및 치료가 중요하다. 

    사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사람은 대부분 부모다. 부모 중에서도 엄마가 많다. 현실적으로 아동 양육을 담당하는 사람이 대개 엄마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부모 중 한 명이 학대 행위를 하면 다른 부모는 대체로 묵인한다. 학대를 저지르는 부모는 자녀의 발달 수준보다 더 큰 기대를 하는 경향이 있고, 때로는 자녀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자신이 의존하고 싶은 욕구를 갖기도 한다. 이런 부모는 대개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 



    자녀를 방임하는 부모는 현실 생활의 어려움에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우울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거나, 가난에 찌들어 있다. 게다가 실직 또는 미고용 상태, 수입 부재, 편모나 편부, 알코올 중독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방임을 저지르는 엄마는 대체로 나이가 매우 어리거나 미혼모, 또는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가난하고 학대받는 환경에서 자랐을 개연성도 크다. 사회복지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에게도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 그들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꺼이 도움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병적인 상태가 심한 부모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조현병을 앓는 엄마가 ‘외부인이 우리를 항상 감시하고 있으니 집에 조심하고 있어야 한다’는 망상을 갖고 있다면 자녀를 학교나 병원에 보내지 않는다. 이런 행위가 아동학대라고 설명해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오히려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따라서 부모가 어떤 상태인지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신체학대의 경우 아이에게서 외부의 물리적 가격에 의한 골절, 멍, 열상, 출혈 같은 징후가 나타난다. 또한 장기 파열이나 두뇌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피멍이나 찢긴 상처 자국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복부 내 장기가 손상되면 지속적인 통증과 소화불량, 오심, 구토, 설사, 식욕 부진 등 소화기계통의 증상을 호소한다. 두뇌 손상의 경우 두통, 어지럼증, 오심, 구토, 걸음걸이 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은 또 과격하고 공격적이며 주의·집중력 저하, 자신보다 약한 어린이 때리기, 소리 지르기 같은 과잉행동을 보인다. 눈 맞추는 걸 피하고 초조해하거나 말수가 적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공격적 행동과 위축된 모습이 번갈아 나타난다.

    신체  ·  정서  ·  성학대, 방임…“적극 신고해야”

    정서적으로는 불안과 우울 증상을 동반하며 악몽, 수면장애, 야경증(자다 깨 크게 놀란 듯 울거나 보채는 것), 불면 혹은 과다 수면, 거식 또는 폭식 같은 신체 생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서학대의 경우 신체적 외상과 장기 손상 징후를 제외하고는 신체학대 피해 아동에게서 보이는 각종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히 불안, 우울, 죄책감, 자아 존중감 저하(또는 자기 비하), 대인관계에서 불신과 의심, 분노, 적개심 등을 보인다. 

    △성학대의 경우 성기 부위 감염, 손상, 통증, 가려움, 임신 같은 징후를 보이는데 심하면 자궁이나 항문이 파열되기도 한다. 

    △방임의 경우 나이에 비해 키가 작거나 몸무게가 적고, 기침이나 콧물 같은 신체 증상이 지속된다. 도벽이 있거나 거짓말을 하고, 지나치게 주변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보이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수줍음을 타는 등 정서적 징후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럼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다음의 5가지 사항을 지킨다면 학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다. 아동을 나약하고 미숙한 존재로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자. 그리고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동반돼야 한다. 아동학대가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면서, 아이를 훈육할 때도 아동학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부모가 화가 많이 났다면 아이 훈육을 잠시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어른이라면 아동학대의 각종 신체적, 행동적, 정서적 징후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또한 정부, 법조계, 의료계, 교육계, 사회복지기관의 유기적이고도 긴밀한 협력과 상호지원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야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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