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9

2016.08.03

法으로 본 세상

사면권 일부 제한 필요 국민정서법 일치 기대

광복절 대통령 특사에 부쳐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khr@lawcm.com

    입력2016-07-29 1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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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가 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사면 권한을 가진다(헌법 제66조 1항, 제79조 1항). 사면은 기본적으로 법원의 형선고에 대한 것이지만 행정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 과벌, 징계 등에 대해서도 이뤄진다(사면법 제4조). 헌법 규정에는 없지만 사면법에서 확장된 영역이다. 실제로 도로교통법과 관련된 벌점 등에 수차례 사면이 이뤄진 바 있다.

    역사적으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왕들은 국가에 경사가 있을 때 사면을 실시했다. 사면은 국정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권한이다. 현행법상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일정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맞는 죄들의 형벌을 일괄적으로 감면하는 것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헌법 제79조 2항). 일반사면이 결정되면 해당 범죄 행위를 한 혐의자와 재판 중인 자에 대해선 공소권이 상실되고,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 1995년 12월 2일 행정법규 위반에 따른 징계와 운전면허 벌점에 대해 일반사면을 실시했는데, 32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단, 그 대상은 법원에서 선고한 형벌에 대한 것이 아닌, 벌점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조심스럽다.

    특별사면은 특정인의 특정 범죄에 대해 이미 선고한 형을 감면하는 것이다(사면법 제3조 2호). 특별사면도 일정 행위, 즉 범죄 행위에 대해 이뤄지는 처분이다. 단, 범죄를 행한 사람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몇몇 특정인에게만 이뤄지기 때문에 특별사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특별사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심지어 일정한 죄를 범한 사람 모두를 한 명도 빠짐없이 열거해 사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거의 일반사면과 같아진다. 이 경우에도 국회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특별사면은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어 보통 일정한 사면 기준을 세워 그에 해당하는 사람을 모두 사면한다. 사면 대상이 매우 포괄적이니 결과적으로 일반사면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단, 이 경우 대상자를 일일이 특별사면하는 것이므로 담당자 실수로 사면 대상에서 누락되면 사면되지 않는다. 정치적 복권을 위해 몇몇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했지만 실수로 하나의 범죄를 사면하지 않으면 결국 복권은 이뤄지지 못한다(대법원 1986. 7. 3. 선고 85수2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에 큰 공로를 세웠음에도 그 행위가 어쩔 수 없이 실정법을 위반했고 구체적 형평성에 반해 너무 가혹한 형벌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경우 등 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사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사면은 분명히 필요한 제도고 우리의 경우 그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의 관점에서 보면 사면에서 제외해야 할 대상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집권당에 유리한 조치, 예를 들어 부정선거사범 등 정치인과 관련된 범죄 또는 사법적 판단의 본질을 해할 수 있는 범죄 등에 대해서는 사면을 실시해선 안 된다. 사면권 제한 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 매우 어렵고, 또한 그것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서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까지 사면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번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만은 국민정서법상의 대상과 일치하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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