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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논문에 소개된 직후부터 수익률 하락 시작돼

훌륭한 투자 이론의 배신

논문에 소개된 직후부터 수익률 하락 시작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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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학계와 실무에서 다루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의 큰 투자회사에서 일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다. 미국 투자회사의 주니어 스태프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좋은 저널에 발표된 학계 논문은 물론, 발표되지 않은 학계 논문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찾아내 읽고 시니어 매니저를 위해 정리해 발표하는 것이다. 주니어 스태프는 안목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일단 논문을 광범위하게 읽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첫째, 특정 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운용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그 전략만으로는 꾸준히 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전략을 보완할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오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시니어 매니저라면 학계에서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니어 스태프는 학계의 아이디어를 빌려 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다.


주니어 스태프가 하는 일

둘째, 투자 운용 인력의 보상체계 때문이다. 성과를 내면 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니 계속 새로운 투자법을 찾아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방법을 통해 투자 영역의 실무자는 학계와 멀어지지 않는다. 주니어 스태프 시절의 이런 훈련들이 좋은 시니어 매니저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단, 주니어 스태프가 발견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실전 투자 전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때는 보통 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리서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선 어떤 수익률과 위험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다 해도, 왜 그런지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 아이디어로 많은 돈을 운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여기까지는 사실 학계의 연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여기서 실무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어떻게 사고팔지를 많이 연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사고팔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다가 잘 사고 잘 팔아야 한다. 적은 돈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 처지에서는 가격 차이가 문제지, 몇 주 정도 시차를 두고 사고파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난 크기의 자산을 사고파는 일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사고파는 가격 역시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금융 실무자는 학계 이론을 열심히 들여다보긴 하지만 그대로 가져다 쓰진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 때문이다. 학계에서 논문으로 발표된 투자 방식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똑같은 일을 시장에서 할 경우 그 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A라는 자산이 원래 가치보다 싸다는 논문이 나오면 이를 본 많은 사람이 해당 자산을 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격은 곧바로 올라 더는 싸지 않게 된다. 원리는 학계 논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그 순간부터 이 아이디어를 적용해 나오는 수익률은 급속히 떨어진다. 투자자는 학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하지만, 그 나름대로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어간다. 또는 학계에서 언급되지 않은 투자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투자업계는 한동안 학계의 연구를 덜 보고 덜 활용했다. 학계 논문이 실무와 관련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이론으로 깊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너무 이론에만 집착하면 박사학위 정도의 고등교육을 받은 실무자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투자법이 너무 복잡한 경우도 많다. 이것을 적용하려면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학계  ·  실무 교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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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교수나 연구원들이 이처럼 실무보다 이론에 치중하는 이유는 뭘까. 어렵고 복잡한 연구를 해야 유명 저널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름 있는 대학에서는 최고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압도적인 보상을 한다. 심하게 말하면 교수의 미래 커리어를 좌지우지하는 단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학계가 실무와 멀어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세계 비즈니스 스쿨의 연합체인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는 학계와 실무의 교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비즈니스 스쿨은 최근 실무업계와 교류를 더욱 빈번하게 하고 있다. 학계의 기여가 없었다면 현 금융 시스템은 설립되지 못했을 것이다. 견고한 프로세스를 갖춘 세계적인 투자 회사들은 학계가 제시한 방법을 도입한 뒤 실무에 맞게 변용해왔다. 투자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학계와 실무의 재결합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 금융시장에서 자주 보던 학계와 실무의 컬래버레이션을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주간동아 2018.12.14 1168호 (p54~55)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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