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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읽기

최저임금 논란의 불편한 진실

‘인건비 상승 → 값싼 기계로 대체 → 일자리 감소’ 악순환 가능성 커

최저임금 논란의 불편한 진실

한국에도 무인화 기기를 도입한 편의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동아DB]

한국에도 무인화 기기를 도입한 편의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동아DB]

노르웨이에서 공부하는 고교 2학년 여조카는 여름방학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친구들끼리 포르투갈로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휴가 비용을 마련하려고 조카는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고교생이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입 준비에 바쁠 한국 고교생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일 테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놀랄 것이다. 조카는 일터에 가고자 1시간 이상 시외버스를 탄다. 그리고 일터에 최소 30분 전 도착해 일할 준비를 한다. 이 시간은 임금 지급이 안 된다. 8시간을 일하고 난 뒤 1시간은 정리하는 데 쓴다. 아르바이트 중간에 30분가량 점심시간이 있다. 기특하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해 물었다. “그래서 돈은 좀 많이 벌었느냐”고. 조카는 시간당 임금이 100크로네라고 했다.


직종별 최저임금 통용

“Hva(뭐라고)?”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100크로네는 한국 돈으로 약 1만3800원이다. 이 돈으로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짧은 구간의 버스나 지하철을 3번도 타지 못한다. 편의점에서 500㎖짜리 생수를 3병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노르웨이는 그만큼 물가가 비싼 나라다. 터무니없이 적은 시급에 놀란 가족에게 조카는 일을 못 구한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일자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조카는 “19세가 되면 지금보다 많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에서 19세를 기준으로 시급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뭘까.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최저임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직종별 최저임금이 상식적으로 통용된다. 그 이유는 직종별, 회사별로 노조(union)가 있어 회사와 따로 합의한 최저임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민간 부문에서 절반 조금 넘는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노조 가입 가능 연령이 19세라 조카가 19세가 되면 시급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경제 정책에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춰지거나 희생되는 트레이드오프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노조가 국가 경제 전체 이익보다 노조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듯이, 노르웨이 노조 역시 비슷하다. 최저임금을 입법이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과 비교할 때 노조의 요구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그다지 절대적 비교우위를 갖지는 못했다. 다만 주목할 만한 것은 최저임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이 세 나라의 실업률이 경제규모가 비슷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굉장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낮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아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젊은 사람들, 특히 10대의 파트타임 취업률은 최저임금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증명됐다. 

지금 유럽 노조들은 최근에 나온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 초안에 분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가을에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중요도가 크다. 올해 보고서는 4월 초안이 공개됐는데 제목은 ‘The Changing Nature of Work’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사람의 삶과 정부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다뤘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내용이 최저임금을 더 낮추고, 고용과 관련된 규제를 현저하게 줄이는 것이 변화하는 미래의 일과 직업에 맞는 조치라는 제안이다. 

이 보고서는 인간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대체하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특히 높은 최저임금, 고용과 해고에 대한 부당한 제한, 엄격한 계약 형태 등이 기술에 비해 노동자를 더 비싸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럽 노조들은 이 보고서가 인간의 기본 권리를 무시하는 내용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무인시스템으로 바뀌는 슈퍼마켓

자유한국당 소속 성일종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7월 19일 서울 금천구 시흥공구상가에서 열린 ‘소상공인 절벽 내몬 최저임금 인상,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소속 성일종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7월 19일 서울 금천구 시흥공구상가에서 열린 ‘소상공인 절벽 내몬 최저임금 인상,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고용지표였다.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는지, 실업률은 얼마나 낮은지를 먼저 봤다. 이 두 가지가 투자 기준을 충족하면 시간당 임금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이는 전통적 경제학에 근거한 방법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일자리 수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는 구조로 경제성장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로 보면 일자리가 없는데 임금을 올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같은 크기의 케이크를 같은 수의 사람에게 더 큰 조각으로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최근 하루나 이틀 동안 인테리어를 바꾼다며 문을 닫는 슈퍼마켓을 자주 본다. 다시 문을 연 가게에서 달라진 것은 계산원이 없어졌다는 것 딱 하나뿐이다. 즉 무인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무인 편의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 없이 기계가 계산원 업무를 하는 무인시스템화는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 투자자 처지에서는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가 더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경제가 좋아져도 어차피 고용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자리 질보다 양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 역시 구세대의 유물과 같다. 아마 내 인식도 급격히 바뀌어가는 미래에 하루빨리 적응돼야 할 것 같다.  다.


최저임금 논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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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8.07.31 1149호 (p54~55)

  •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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