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9

2017.10.18

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돈 잃지 않는 고스톱 투자법

규칙 이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 주기적인 리밸런싱이 관건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입력2017-10-17 1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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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고스톱에서 유래한 표현들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만큼 고스톱은 한국 사람에게 무척 익숙한 놀이다. 고스톱 판돈이 너무 크면 도박으로 처벌받지만,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 간 약간의 금전이 오가는 정도는 처벌받지 않는다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스톱은 참여자들끼리 합의하면 때에 따라 다른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3가지 규칙은 어디를 가나 공통이다.  
    첫째, 48개 패 가운데 같은 성격의 패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점수가 난다. 피는 10개를 모으면 1점이고 피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1점씩 올라간다. 띠도 5개면 1점이고 추가될 때마다 역시 1점씩 올라간다. 광 3개면 3점, 다만 비광이 섞여 있으면 2점으로 친다. 또 ‘약’이 있다. 고도리는 5점, 청단·홍단은 각 3점이다. 이처럼 고스톱의 기본 규칙은 다르지 않다.

    둘째, ‘박’ 개념이다. 상대가 피로 점수를 냈는데 내가 피를 6장 이상 못 먹으면 ‘피박’을 쓴다. 또 상대가 광을 모아 점수를 냈는데 내가 광을 하나도 못 먹으면 ‘광박’이다. 이 경우 내야 할 돈이 2배로 늘어난다. 빨리 점수를 낼 생각만 하다 다른 사람이 점수를 내 박을 맞으면 손실이 엄청나게 커진다. 점수를 못 낼 경우 박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셋째, 3점이 넘으면 ‘고(go)’나 ‘스톱(stop)’을 할 수 있다. ‘스톱’이라고 하면 놀이가 끝나고 ‘고’를 선택하면 한 번 할 때마다 1점씩 추가되며 3번 ‘고’를 한 뒤 점수를 내면 원점수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고’를 했는데 상대가 점수를 내면 ‘고박’을 맞는다. 





    고스톱의 3가지 규칙

    이 같은 고스톱의 3가지 규칙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3가지 원칙과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먼저 점수(투자 수익)를 내려면 점수를 내는 여러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개별 주식뿐 아니라 채권, 펀드, ETF(Exchange Traded Fund) 등 다양하므로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점수를 내려고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모으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자율 하락을 예상해 미국 국채에만 투자했다고 치자. 물론 그 상황이 지속되면 예상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경기가 예상 밖으로 좋아져 이자율이 올라가면 기대했던 수익은커녕 큰 손실을 입는다. 이를 방지하고자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는 분산투자를 권한다. 고스톱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더라도 피박, 광박을 면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 투자자가 계속 투자할 것인지, 수익을 실현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느 시점에서 ‘고’나 ‘스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투자는 물론, 장기투자도 마찬가지다. 애초 자산의 30%를 장기투자 관점에서 채권에 투자했는데 채권 가격이 많이 올라 3년 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40%로 늘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원래 목표치인 30%로 맞추려면 일부를 팔아 수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수익 실현 시기를 33%일 때로 할지, 40%일 때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리밸런싱’이라고 한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 상품을 잘 이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고스톱 규칙을 숙지하지 못하고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스톱 판돈은 무엇보다 재정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급으로 근근이 살면서 점당 수만 원짜리 고스톱을 친다면 그건 도박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영주 닐슨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전 Allianz Dresdner Asset Management 헤지펀드 리서치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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