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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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경영

비전은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

꿈의 역발상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입력2017-04-24 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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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꿈이 뭐야.” 언제부턴가 우리는 꿈을 이야기하고 비전을 말합니다. 만약 없다고 하면 “생각 좀 하고 살라”며 구박 받기 십상입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타박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진짜 한번 짚어볼 일입니다. 그런 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두 명의 식당 사장님이 있습니다. 10년 뒤 꿈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제 꿈은 외식업계 최고경영자(CEO)입니다. 10년 후 100개의 매장을 가진 회사 대표가 될 겁니다.” 또 다른 사람의 대답은 조금 다릅니다. “꿈요? 전 그런 거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그저 우리 가게 오시는 분들이 맛있게 잘 먹고 간다며 제게 건네는 미소, 그거면 충분합니다.”

    전자가 ‘목표 추구형’이라면 후자는 ‘심리적 만족형’입니다. ‘목표 추구형’은 미래의 ‘꿈’이 이뤄진다고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꿈과 비전을 향해 ‘설정한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면서 결과에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 그 ‘달성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심리적 만족형’은 ‘자기다움’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기답다고 느끼는 일’을 할 때 의욕이 생기며 그것을 통한 ‘충족감’을 중요시합니다.



    목표가 아닌 과정에 충실해야

    서양의 성공학은 이야기합니다.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하루하루 열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다 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꿈을 실현하고자 시간을 역산해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계획하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성실히 살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다양한 연구 결과는 동서양의 문화와 가치관이 달라 서양의 성공학 프레임이 동양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양에 ‘목표 추구형’이 많다면, 동양에는 ‘심리적 만족형’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른바 성공하신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내가 이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주어진 선택의 순간들에서 ‘목표’가 아닌 ‘과정’에 충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 노자가 생각납니다. ‘무위자연’ 말입니다. ‘무위’는 아무것도 안 하는 수동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행하는 적극적인 개념입니다. 도를 도라고 하는 순간 더는 도가 아닌 것처럼, 뭔가를 작위적으로 표현하고 행하기보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 가라는 겁니다. 꿈이나 비전, 사명 같은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식적인 프레임을 꺼내 들고 억지로 빈칸 채워 넣는 식으로는 성공하기도, 행복하기도 힘들 겁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많은 기업의 비전과 미션이 구성원들의 생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남들 보여주기’ 식으로만 이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꿈과 비전, 미션은, 그래서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가 절로 넘쳐날 때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그 무엇 말입니다. 그러니 꿈이 없다고 기죽거나 초조해할 필요 없습니다. 삶은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경주가 아닙니다. 살아가는 순간의 합입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만큼 ‘어떻게’ 갈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올림픽은 단지 금메달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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