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1

2016.11.02

권영산의 생존 창업

성공 비결은 진정성과 디테일

대박집에서 훔친 차별성과 경쟁력

  • 오앤이외식창업 대표 omkwon03@naver.com

    입력2016-10-31 14: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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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창업 4대 요소(창업자, 창업자금, 창업아이템, 사업장)를 살펴봤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해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예비 창업자, 기존 창업자 할 것 없이 ‘생존’ 비결을 묻는다면 일단 주변 대박집부터 가보라고 조언한다. 필자가 수십 년 동안 상권조사와 점포 개발을 하면서 살펴본 대박집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왜 저 가게에만 고객이 줄을 설까,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고객이 저 가게만 찾을까 궁금할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는지 등 차별성과 경쟁력은 바로 진정성과 디테일(detail)에서 나온다.

    진정성이란 거짓 없고 참됨을 강조한 말이다. 디테일이란 세부사항, 세밀함, 상세함이다. 장사에서 진정성이란 제품 또는 서비스에 속임이나 거짓이 없고 고객이 믿고 구매할 수 있음을 가리키며, 디테일은 고객의 구매활동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이를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장사를 잘하는 집은 항상 고객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니즈(needs)’와 ‘원츠(wants)’에 집중한다. 우리 매장에서 판매, 취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이 믿고 구매할 만큼 상품력이 있는가. 구매할 때 불편한 점은 없는가.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속이는 것은 없는가. 버리기 아까워 재활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재활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유통기한이 지났음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점검하고 또 점검해 고객이 불편해하는 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음식점이라면 대표 메뉴가 있어야 하며, 의심 없이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사명감도 필요하다.



    식자재에 담긴 진정성

    서울 종로구 골목에 있는 한 허름한 추어탕집 앞에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고객은 왜 이런 으슥한 골목까지 찾아와 한참 기다린 뒤에야 식사하는 불편을 감수할까. 30년 가까이 된 이 추어탕집의 강점은 식자재에 있다. 먼저 가게에 들어서면 플라스틱 대야에서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미꾸라지가 보인다. 미꾸라지는 이 가게가 직영하는 전북 남원 양식장에서 매일 운송해오는데, 매장 안에는 원산지 증명서와 사진이 걸려 있다. 여기에 각종 채소와 양념까지 모든 식자재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또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만 사용하는 주인의 고집도 신뢰감을 더한다. 이처럼 고객은 안심할 수 있는 식당이라는 신뢰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도 불평하지 않는다.

    인천의 한 유명 설렁탕집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등 일반음식점은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 음식점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아니라 식자재에 대한 원칙과 고집에 있다. 다른 설렁탕집과 달리 잡뼈를 넣지 않고 사골(소의 네 다리뼈)만 사용하며, 모든 식자재의 원산지명과 농장명까지 표기하고 있다. 또 고객이 설렁탕 제조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방형 주방을 만들었다.





    화장실과 주차장에서 드러나는 디테일

    모두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장사가 다 안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럼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QSC(품질, 서비스, 청결) 등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서, 상권입지와 업종 및 아이템 궁합이 맞지 않아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 식자재 등 원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등등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사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게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디테일에 약하다. 섬세함이 장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앞서 소개한 설렁탕집의 또 다른 강점은 매뉴얼에 있다. 홀과 주방뿐 아니라 주차장, 화장실, 직원 휴게실, 각종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고객 불만이 접수됐을 때 처리하는 매뉴얼까지 구비해놓았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는 청소 및 유지·관리 체크 리스트가 있어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점검하고, 청소도구가 지정된 장소에 비치돼 있는지도 확인한다. 상권분석을 하며 현장을 자주 나가다 보니 외식이 일상화되고 음식점 화장실도 누구보다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음식점이 대부분 주방 위생 관리에는 신경 써도 화장실 관리는 소홀한 편이다. 아니, 방치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해놓고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고객이 어느 대목에서 눈살을 찌푸릴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화장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주차장이다. 물론 주차장을 갖추지 않은 소규모 음식점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주차장이 없더라도 주차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제대로 외식업을 하는 가게 중에는 주차장 확보뿐 아니라 주차 대행, 주차 유도, 인사, 안내, 청소 등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이런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주차가 장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고객이 주차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주차요원의 접객 서비스가 시작된다. 반듯하게 유니폼을 착용한 주차요원이 환하게 웃으며 주차를 유도하면 고객은 멀지만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차요원이 깔끔하게 모자와 신발까지 갖추고 가슴에는 명찰을 달고 있다면 차를 맡기는 마음도 가벼울 것이다. 어느 식당에서는 비 오는 날 차에서 내리는 고객과 매장을 나서 차까지 가는 고객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서비스를 한다. 그 밖에도 일회용 우산을 비치하고, 생수 대신 보리차나 헛개나무차, 옥수수차를 내며, 어린이 전용 화장실과 영·유아용 전용 의자를 갖추고, 모유수유가 가능하도록 수유 보자기를 제공하며, 매장 안에서 주방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설치하는 등 사소하지만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는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다. 장사가 안 된다고 탄식만 하지 말고 대박집의 비밀을 연구하고 진정성과 디테일로 무장해 장사 잘하는 집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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