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월급쟁이 재테크

보험 리모델링 제대로 하는 법

기존 상품 해약 요구하며 새 상품 유도하면 일단 의심하라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입력2016-04-25 15: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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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처 직원 소개로 전화했다면서 보험설계사가 계속 연락을 해와요.”

    “좋은 상품을 권유하려는 모양이군요.”

    “아니요. 상품 가입 때문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들고 있는 보험들을 리모델링해 주겠다면서 자꾸 전화를 해요. 필요한 보험은 이미 다 가입했다고 해도 막무가내예요. 보험을 들라는 게 아니래요. 가입한 상품들을 잘 분석해 쓸데없는 보험을 없애고 보험료도 줄여주고 싶어서 그런대요. 거래처 직원이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아 대놓고 거절하기도 힘들고,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보험은 대표적인 푸시(push) 상품으로, 스스로 가입하기보다 판매인으로부터 권유받아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날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건강하고 아무 일도 없으니 보험료를 내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보험사 처지에서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늘 만만치 않아 더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보험 리모델링’은 그 가운데 하나다.  

    원칙적으로 보험 리모델링은 필요하다. 보험은 대부분 10년, 20년 이상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처음 가입할 때보다 가입 후 기간이 경과할수록 가입자의 나이, 건강, 직업, 소득 등은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환경 차이로 적절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암보험 만기는 대부분 60세 정도였는데,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치닫는 요즘 60세 만기 암보험 하나만으로는 위기 상황을 커버하기 힘들다. 또한 과거에는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지만, 지금은 암에 걸리면 치료비는 물론, 이런저런 추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보험과 저축 중 뭐가 나을지 따져봐야

    일반적인 100세 보장 상품도 마찬가지다. 보험금으로 2000만 원을 받는다고 치면, 당장은 꽤 큰돈처럼 보여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는 그리 큰돈이 아닐 수 있다. 돈의 가치 하락, 즉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보험 리모델링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보험 리모델링 권유가 왠지 미덥지 않다. 결과적으로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험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이런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들고 있는 보험들을 다 없애고, 제가 소개하는 상품에 가입하세요.”

    보험 리모델링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해두자. 첫째,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는 피하는 게 좋다. 자기 회사 상품 위주로 주관적으로 비교해 다른 회사에 가입된 기존 보험을 해약하라고 무리하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 권유하는 상품은 자신의 보험사 상품일 개연성이 크다.

    둘째, 보험으로 준비하는 것이 나을지, 저축으로 준비하는 것이 나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물론 보험이 적은 비용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상품이지만, 보험금 지급 조건이 너무 까다롭거나 납부보험료에 비해 지급받는 보험금이 그리 많지 않다면 보험보다 차라리 저축이나 투자가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아보험을 보자. 30세 남자를 기준으로 월 보험료는 3만~5만 원 수준이다. 보장 기간은 5년이며 만기 시 갱신도 가능하다. 이 경우 기대효과를 따져보자. 그가 5년 동안 내야 하는 총 보험료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치아보험 가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보장, 즉 치료비가 많이 드는 임플란트 시술만 해도 가입 당시 멀쩡하던 치아가 나빠지기 시작해 5년 내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총 치료비가 납부보험료 이상일 때 보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그 돈으로 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 ‘실버보험’이나 ‘효보험’도 비슷하다. 상품 이름만 듣고 평소 효도하지 못한 자녀가 무턱대고 부모 이름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보장 내용이다. 고령자 대상 상품은 정작 필요한 질병 보장 대신 발생 확률이 적은 상해부상 혹은 상해사망 위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질병 사망을 보장하는 경우에도 그때까지 납부한 보험료보다 오히려 적은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 요즘 많이 판매되는 간병보험도 주의해야 한다. 보험료는 비싼데 막상 간병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이런저런 조건이 많다. 내 돈 들여 보험을 들어놓고 나중에 보험사랑 멱살 잡고 싸울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가장 좋은 보험 리모델링의 결과는 보험료는 줄이면서 필요 보장 중심으로 보장 내용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나 재산 증가 등으로 사망보험에 추가로 가입하거나 건강질병보험에 더 가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우리 가정의 소득을 토대로 전체적인 보험료 수준과 보장 내용을 잘 판단해야 한다. 흔히 ‘적정 보험료 수준’이라며 총 소득의 몇 %를 제시하기도 하나 사실상 큰 의미는 없다. 보험 가입 목적,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우리 가족의 건강 상태와 유전적 병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꼼꼼하게 따질수록 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



    보험료 줄이고 필요 보장 올려야

    넷째, 현재 납부하는 보험 가운데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상품이 여러 개 있다면 가급적 한두 개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보험상품은 대부분 필요 보장을 위한 기본 가입 옵션이 있기 때문에 보장 내용이 비슷한 여러 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는 것은 기본 가입 옵션이 중복됐다는 의미다.

    다섯째, 보험 중복 여부를 확인해보자. 특히 실손의료보험처럼 질병이나 사고 위험 때문에 가입한 보험은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했더라도 그것들을 각각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출한 총 비용을 한도로 각 보험사가 나눠 지급(이를 ‘비례보상’이라 한다)하므로 보험 중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반면, 진단금을 지급받는 보험이나 실제 치료비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받는 보험(수술급여금, 골절급여금 등)은 여러 개에 가입해도 된다.

    여섯째, 갱신형 상품과 보험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운 상품은 피해야 한다. 보험료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만약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일곱째, 재해나 사고 보장에 현혹되지 말라. 간혹 가족을 위해 몇 억 원짜리 사망보험에 가입했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입한 보험은 재해나 사고에 대비한 상품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장 금액이 높은데, 그만큼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워낙 다양한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보험사 역시 이 같은 착시현상을 활용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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