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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줄어들까

한국,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일자리 감소 영향은 미미

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줄어들까

7월 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6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8.1% 오른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했다. 예년보다 인상률이 높긴 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할 만큼 대폭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터라 실망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반해 7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는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향후 수년간 시간당 15달러(약 1만7000원)로 올리는 조례가 통과됐다. 뉴욕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에서도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을 지불한다. 세계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호주는 시간당 1만4000여 원이다. 여러 언론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한국의 최저임금을 비판한 이유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00년 시간당 1865원에서 2016년 6030원으로 323% 올랐다. 연평균 7.3% 인상률이다. 비슷한 기간(2000~2013년) 노동자의 평균 연소득은 1830만 원에서 3327만 원으로 182% 올라 연평균 4.6% 증가했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평균임금 상승률보다 연간 2.7%p 높은 셈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이 정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기간에는 10%씩 상승했고, 노무현 정부 때 상승률도 8.1%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기간 4.3%로 크게 하락한 상승률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반등해 지난 3년간 평균 7.2% 올랐다.

결국 2000년 이후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다른 나라와 견줘 꽤나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은 연간 2.3% 증가했다. 호주의 연간 상승률은 지난 15년간 3.4%, 일본은 1.1%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이 유독 높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조금만 올려도 연간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다른 OECD 회원국의 최저임금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유독 낮은 한국, 미국, 일본

그럼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래프1’은 OECD 일부 회원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보여준다. 한화로 환산하면 호주는 1만7920원, 미국은 8340원, 일본은 7350원으로 모두 우리보다 높다. 하지만 돈의 가치는 국가마다 다르다. 물가에 따라 같은 1만 원이라도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이 다르다. 국가 간 1인당 소득과 최저임금을 비교할 때는 물가를 고려해 구매력지수로 환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은행에서 제공하는 구매력지수를 이용해 각국 최저임금을 한화로 환산하면, 미국의 시간당 7.25달러는 한국에서 6215원을 받는 것과 같고,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에서 6350원을 받는 것과 같다. 구매력지수로 환산해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낮은 편이지만 한국, 미국, 일본의 최저임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좋아하기에는 이르다. 이들 세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구매력지수로 볼 때 9550원 가치에 해당한다.

최저임금 수준을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은 노동자의 평균소득에 비해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되느냐다. 1주일에 40시간, 연간 50주를 일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받아 벌 수 있는 연소득은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1447만 원이다. 이는 ‘그래프2’에서 드러나듯 전일종사(full-time) 노동자 평균 연소득의 38%를 버는 것과 같다. 호주(44%)나 프랑스(51%), 네덜란드(42%)에 비하면 낮지만, 미국(27%)이나 일본(34%)보다는 높다.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렇듯 일반 노동자의 소득에 비해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얼마까지 인상할 수 있을까. 노동계의 요구처럼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하는 일은 가능할까. 뉴욕에서 시행하기로 결정한 시간당 15달러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 중 가장 큰 쟁점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이다.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면 높은 최저임금은 노동착취를 근절하고 노동빈곤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여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률을 높인다면, 혜택을 주고자 했던 비숙련 노동자가 도리어 줄어든 일자리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 1994년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의 연구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고 보도했지만, 이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노동경제학에서 이만큼 많은 연구가 이뤄진 단일 주제가 드물 정도다. 그 가운데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결과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결과도 있지만, 다수 연구는 소액의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지 않거나 설령 줄이더라도 그 수가 많지 않다고 분석한다.

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줄어들까
1만 원에 못 미친다 해도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으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 의회예산처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약 1만350원)로 25% 가까이 올려도 줄어드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0.07%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역시 지난 15년간 최저임금이 꾸준히 올랐음에도 실업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인 4%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으로 오른다고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이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2배 가까이 올려도 일자리 수에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임금의 중위 값은 17달러(약 1만9500원), 평균은 25달러(약 2만8750원)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시간당 2만 원 미만을 번다. 알래스카 등 여러 주의 중위 값은 15달러 미만이다. 뉴욕 주에서도 시골지역은 중위 임금이 15달러를 조금 넘는다. 이 지역에서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인상되면 절반 이상 노동자의 임금이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변화가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다. 뉴욕 주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이 미국 전역에서 시행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전일종사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50%라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한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6000원 정도다. 연 4%씩 평균임금이 오르면 5년 후에는 시간당 평균임금이 2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 시간당 1만 원은 5년 후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50%는 돼야 한다는 목표성 구호로 이해할 수 있다. 설령 1만 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앞으로 5년간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평균 8% 이상 꾸준히 상승해 시간당 9000원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계의 노력은 충분히 성공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입력 2015-08-03 11:41:00

  •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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