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0

2014.10.27

‘계좌형 금융상품’ 구관이 명관이네

‘신상품’보다 절세와 포트폴리오 투자 가능한 기존 계좌 최대 활용 필요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10-27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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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상품 가운데는 계좌 성격을 가진 것들이 있다. 이들은 여러 금융상품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러 개에 동시 가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가입할 수 있는 계좌형 상품에는 세금우대종합저축, 생계형저축, 연금저축계좌, 변액보험 등이 있다.

    먼저 세금우대종합저축을 알아보자.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은행에서 예·적금에 가입할 때 창구 직원이 “세금우대로 해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원금 1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 15.4%가 아닌 9.5%가 적용된다. 예금이나 적금 가입자 대부분이 세금우대종합저축을 선택한다. 그러나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생각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는 2%대 초반. 이 정도 금리 수준에서 이자소득세 15.4%와 9.5%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2.3% 금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하자. 이자소득세율 15.4%가 적용되는 일반과세 상품에 가입하면 1년 뒤 1019만4580원을 받는다. 반면 세금우대 적용 시엔 1020만8150원을 만기금으로 받는다. 차이가 1만3570원밖에 안 된다.

    ELS에 1000만 원까지 세금우대로

    적금은 사정이 더하다. 월 83만 원씩 3% 금리의 적금에 1년간 가입할 경우, 일반과세와 세금우대는 각각 1009만6925원, 1010만6474원이다. 1만 원도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세금우대종합저축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저축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ELS(주가연계증권)나 해외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람은 세금우대종합저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두 상품 모두 실적배당 상품이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세금우대종합저축을 통해 투자해 수익이 났을 경우 에는 절세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최고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ELS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1000만 원까지는 무조건 세금우대로 투자하자. 해외펀드도 최근에는 변동성을 낮춘 인컴형 펀드, 해외 배당주 펀드, 글로벌 채권 등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므로 자신의 성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특히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올해 안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8월 2014년 세제 개편안에서 2015년부터 세금우대종합저축제도를 폐지하고, 생계형저축과 합쳐 비과세종합저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계좌형 상품인 생계형저축은 세금우대종합저축과 달리 가입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재산 형성을 도울 목적으로 2000년 도입한 생계형저축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독립유공자 유족,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등만 가입할 수 있다. 원금 3000만 원까지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만일 가입 자격이 되는 사람이라면, 생계형저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60세 이상 노년층 가운데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은 투자상품을 적극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고 비과세 혜택도 받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하나 활용법은 3000만 원 한도 제한만 있으므로 여러 투자상품을 이용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투자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품은 연금저축계좌다.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1800만 원까지 납부할 수 있고, 연간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의 일차적 매력은 세액공제에 있다. 세액공제 한도 400만 원까지 모두 납부하면,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52만8000원을 돌려받는다. 이는 매년 13.2% 확정수익률을 얻는 효과가 있다.

    연금저축계좌의 두 번째 매력은 운용 측면에서의 유연함이다. 여러 펀드 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도 할 수 있다. 저금리·저성장이 구조화될수록 우리나라의 리스크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투자는 자산운용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개인투자자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연금 같은 장기 자산은 더더욱 장기로 분산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연금저축계좌 적립금 86조 원 중 해외펀드 투자액은 3652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비율로는 0.4%에 불과하다.

    퇴직연금도 연금저축계좌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DC(확정기여)형은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수적이고, DB(확정급여)형 가입자도 2015년 퇴직연금 세액공제 폭(400만 원에서 700만 원)이 확대되면 IRP(개인퇴직계좌)를 이용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연금

    ‘계좌형 금융상품’ 구관이 명관이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판매 첫날인 2013년 3월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가입 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변액연금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하나의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가입자는 대부분 가입 시점에 선택한 펀드를 거의 변경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조정도 하지 않는다. 초깃값(디폴트 옵션)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인간 본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변액연금이다.

    변액연금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투자할 수 있는 펀드에 어떤 것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미 가입한 사람도 시간을 내 변액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펀드 리스트를 살펴봐야 한다. 가입자가 자신이 가입한 변액연금에 어떤 펀드가 포함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액연금 가입자는 펀드 몇 개를 골라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다. 물론 해외투자도 가능하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납부 시 비과세되므로 해외투자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개인투자자가 신경을 덜 쓰면서 변액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자동 재조정’(Auto-Rebalancing·오토리밸런싱)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 40%, 채권 60% 비중을 1년 단위로 오토리밸런싱한다고 가정해보자. 1년 뒤 주가가 올라 주식 비중이 50%로 늘어나면, 자동으로 주식 10%를 팔아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6 대 4로 맞추는 식이다. 사실 개인투자자가 펀드 상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투자하는 것은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변액연금이 오토리밸런싱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이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흔히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신상’을 선호하는 이가 많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명품과 달리 금융상품은 신상이라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구관이 명관인 경우가 더 많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새로운 상품을 찾기보다 절세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한 계좌형 금융상품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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