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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아이는 ‘열매 있는 나무’가 됐을까
마이크 밀스 감독은 가족 이야기를 잘 만든다. 자전적 성격이 짙은 영화에서 그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의 문제를 건드린다. 이를테면 감독에게 명성을 안겨준 ‘비기너스’(Beginners · 2…
20171018 2017년 10월 17일 -
가족의 불신 속에서 성장한 예술가의 초상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같은 유명 국제영화제가 최근 지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영화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사의 자랑스러운 순간을 조명하는 동시에 젊은 영화인에게 영화를 만들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그…
20170920 2017년 09월 19일 -
시민이 공영방송을 불신할 때
호 감독의 ‘공범자들’은 공영방송 수난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이명박 정부 이후 거의 10년간 KBS, MBC에서 벌어진 파행적 사건들을 담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뉴스 내용은 현실과 멀어지며, 언론인이 해고되…
20170906 2017년 09월 05일 -
‘마담 보바리’가 복수를 상상할 때
‘레이디 맥베스’는 영국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데뷔작이다. 시대극인데 크게 예산을 들인 것 같지 않다. 거의 한집에서, 그리고 몇 벌의 옷만으로 찍었다. 그런데도 극의 긴장감은 대단히 높다. 이런 저예산 시대극의 성취는 같은 영…
20170823 2017년 08월 21일 -
자기모순에 빠진 부성(父性)의 비극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은 21세기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루마니아 영화계의 선두주자다. 그는 두 번째 장편 ‘4개월, 3주...그리고 2일’(2007)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루마니아 영화를 세계에 알렸다…
20170809 2017년 08월 08일 -
방황하는 이들에 대한 뜨거운 응원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앤드리아 아널드의 영화엔 늘 자전적 요소가 조금씩 들어 있다. 그의 영화에서 자주 반복되는 주제는 ‘버려진 소녀들에 대한 사랑’일 테다. 이런 태도는 아널드에게 명성을 안겨준 두 번째 장편 ‘피쉬 탱크’(…
20170726 2017년 07월 25일 -
식민지 영웅 영화의 불편함
영화 ‘박열’의 주인공은 식민지 시절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한 독립투사다. 10대 때 독립운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박열(이제훈 분)은 인력거꾼 등 당대 조선인이 겪었던 사회 최하층의 고생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항일투쟁을 …
20170712 2017년 07월 11일 -
돈과 쾌락의 디스토피아
네덜란드 출신인 폴 버호벤(79) 감독은 ‘원초적 본능’(1992)과 ‘쇼걸’(1995)을 발표하며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 거의 잊힌 노장이던 그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엘르’(Elle·그녀)를 발표하며 ‘…
20170628 2017년 06월 28일 -
노인 야쿠자와 ‘7인의 사무라이’
일본 감독 겸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야쿠자 영화’로 사랑받았다. 액션영화 특유의 초법적이고 반사회적 폭력, 그리고 야쿠자마저 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무기력한 사회에 대한 풍자는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했다(‘소나티네’·1993)…
20170531 2017년 05월 30일 -
보르헤스의 상상력으로 그린 네루다의 삶
칠레의 중견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지난해 독보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전기영화 두 편을 동시에 만든 것이다. 재클린 케네디가 주인공인 ‘재키’, 칠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주인공인 ‘네루다’다. 특히 ‘네…
20170517 2017년 05월 15일 -
죄의식, 안티고네, 세월호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는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당연한 문제를 잊거나 무시하는 우리의 ‘편리한’ 망각과 이기주의를 되비추기 때문일 테다. 아이(자식)들이 방기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무시(…
20170503 2017년 05월 02일 -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
최근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우편배달부 역을 맡은 배우 마시모 트로이지는 원래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다. 그는 난니 모레티, 로베르토 베니니와 더불어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신세대 트로이카’ 가운…
20170419 2017년 04월 17일 -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자의 일생’ “인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은 원제목이 ‘일생(Une Vie)’이다. 제목에 여성, 남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곧 모파상은 보편적인 삶의 단면을 그리려 했다. 그런데 영미권에 이 책이 번역되면서 제목에 ‘여자’…
20170405 2017년 04월 04일 -
아버지의 울음, 딸의 절규
가족관계의 붕괴는 멜로드라마가 자주 다루는 주제다. 가족관계는 가치관 차이나 현실적인 경제 문제로 위협받곤 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혈연관계를 무너뜨리는 제도적 원인을 성찰케 하는 게 멜로드라마의 사회적 미덕이다. 멜로드라마가 일반…
20170322 2017년 03월 17일 -
너무나 편안한 퀴어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 남성 동성애자의 성장기를 다룬 ‘퀴어 영화’다. 일부 관객으로부터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성적 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다. 게다가 남자의 사회적 조건은 계급(최하층), 인종(흑인), 주거지역(흑인 집단 거주지) 등…
20170308 2017년 03월 03일 -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들을 때
영화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어촌 이름이다. 아름다운 바다, 조그만 항구, 고기잡이배, 그리고 갈매기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배에선 삼촌이 어린 조카를 상대로 “무인도에 간다면 아빠와 나 가운데 …
20170222 2017년 02월 17일 -
신화를 만드는 방법
‘재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재키)의 가장 극적인 날들을 소환한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사건부터 25일 장례식까지 나흘간 이야기다. 케네디 암살 사건은 대중매…
20170208 2017년 02월 03일 -
위반의 사랑, 위반의 예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Napa Valley)는 세계 최고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특히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
20170118 2017년 01월 13일 -
뮤지컬, ‘카사블랑카’, 움베르토 에코
‘라라랜드’는 오랜만에 발표된 뮤지컬 장르 영화다. 노래하고 춤추는 환상성이 늘 존중받을 수 없듯, 뮤지컬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래에 대한 낙관이 약화되자 그 영향력도 꺾였다. 뮤지컬 영화의 정점은 MGM에서 ‘사랑은 비를 …
20170104 2016년 12월 30일 -
졸라의 현실주의, 세잔의 이상주의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에밀 졸라와 후기인상주의 회화의 선구자 폴 세잔의 우정에 대한 기록이다. 소년 졸라가 세잔이 살던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로 이사하면서 두 예술가의 평생 인연은 시…
20161221 2016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