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6

2015.09.21

노년층 독감주의보 예방접종이 답이다

10월 1일부터 지정 병·의원 무료접종…국내 최초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09-21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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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전후해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반갑지 않은 손님도 찾아온다. 바로 독감이다. 인플루엔자로도 불리는 독감은 매년 9~10월이면 유행하기 시작해 빠르게 확산하는 질환이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호흡기질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홍콩독감까지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생산 추정 독감백신의 양을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2084만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로 예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독감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양이다.

    독감으로 인한 피해는 65세 이상 노년층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만성질환을 동반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560건, 만성질환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190건의 입원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76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보건당국이 통계를 낸 결과,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독감과 관련돼 사망한 사람이 연평균 3만2651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는데, 85세 이상의 경우 65~69세 노인에 비해 독감 발생 시 사망 위험이 16배가량 높다.

    세계 최초 소아·청소년 접종 상용화

    이처럼 노년층은 독감에 특히 취약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노년층의 독감 예방접종률은 60%에 못 미쳤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지난해까지 보건소에서만 실시하던 65세 이상 노년층의 독감 예방 무료접종을 전국 지정 병·의원으로 확대한 것도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195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만 65세 이상 노인 650만 명이 그 대상자가 된다. 대상자는 10월 1일부터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 1만5294곳에서 독감백신을 무료접종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노년층의 독감 예방접종률이 80%까지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독감백신도 등장했다. SK케미칼(사장 박만훈)이 자체 개발하고 생산한 ‘스카이셀플루’가 그 주인공. 스카이셀플루는 세계 처음으로 소아·청소년도 접종할 수 있도록 상용화한 독감백신으로, 성인 대상의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으로선 국내 최초다.



    SK케미칼의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지난해 12월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고, 올해 독감백신 시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접종에 들어갔다.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2주 만에 누적 주문 및 판매량이 120만 도스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중이다. 스카이셀플루의 주문 및 판매는 SK케미칼의 지난해 독감백신 판매 추이와 비교해도 약 30%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희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은 “달걀 알레르기나 항생제로부터 자유롭다는 부분에서 접종자들이 호감을 나타냈으며, 주사 접종 시 통증이 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이 선보인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은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 사용되는 독감백신은 대부분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하는데, 1945년 독감백신이 첫 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 70여 년 동안 유지돼온 방식이다.

    하지만 유정란 사용에 대해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정란 방식은 백신 1도스를 생산하기 위해 보통 1~2개의 유정란이 필요한 까닭에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려면 많은 수의 유정란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유정란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백신이 생산되기까지 6개월여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달걀이나 닭고기, 항생제에 내성 또는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접종이 제한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안으로 나온 게 세포를 이용한 독감백신이었다. 국제적으로는 198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선 SK케미칼이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것.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은 동물 세포에서 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 시 달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나 보존제도 투여하지 않는다. 또 균주를 확보한 후 2개월이면 백신접종이 가능해 신종플루나 홍콩독감 같은 변종 독감이 유행할 때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효능의 백신을 짧은 시간 안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노년층 독감주의보 예방접종이 답이다

    국내 최대 백신공장인 SK케미칼의 경북 안동 ‘L하우스’(왼쪽)에서 국내 최초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생산되고 있다.

    “독감백신 패러다임 변화 올 것”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SK케미칼의 경북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의 경우 연간 최대 생산량이 1억4000만 도스로, 독감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즉시 생산에 착수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최첨단 차세대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개발 완료 즉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김윤경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이에게 더 안전하게 면역원성이라는 혜택을 주게 됐다”며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로 패러다임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의 출시를 발판으로 국내 백신 시장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바꾸고 나아가 선진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목표다.

    한편, SK케미칼은 백신 자급률을 높이고자 백신 사업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에 약 4000억 원의 비용을 투자했고, 세계적 수준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해왔다. 2008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백신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R·D 투자를 시작해, 2012년 안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백신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 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모든 기반 기술과 생산 설비를 보유해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에 이어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의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선진 해외시장에서 다국적 회사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독감백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인류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SK케미칼의 비전을 실천하고 국가적 차원의 백신 주권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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