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6

2015.09.21

만병통치약 걷기 바르게 걸어야 특효

연령대별 걷기도 달라져야…몸 상태 맞게 꾸준히 하면 허리·무릎 좋아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09-21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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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병통치약 걷기 바르게 걸어야 특효
    걷기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쉽고 간편한 운동이다. 걷는 것만으로 우리 몸 근육의 600개 이상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을 할 수 있다. 운동 효과도 만점이다. 체지방을 태울 수 있고,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근골격계 질환에 도움이 된다. 장비와 시간,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도 않는다. 노약자와 임산부 등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걷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잘못된 걷기는 오히려 척추와 관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석 연휴를 계기로 걷기 운동을 작정한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의 걸음걸이와 걷기 자세부터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걷기 자세는 관절과 척추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잘못된 걸음걸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팔자걸음. 양발이 15도 이상 벌어지면(양발 끝이 부채꼴 모양으로) 팔자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다리가 계속 바깥을 향해 걷기 때문에 무릎에 힘이 가중돼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발이 안쪽으로 15도 정도 오므려진 상태로 걷는다면 안짱걸음이다. 마찬가지로 무릎 안쪽 연골에 무리를 줘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걸음걸이의 피해가 무릎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무릎이 약해지면 고관절에 피로가 쌓이고 이는 다시 허리, 척추 건강과 직결된다.

    적절한 걷는 방법과 코스

    올바른 걷기 자세는 가슴, 등, 어깨를 곧게 편 채 몸과 바닥이 수직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시선은 턱을 당기는 느낌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땅을 보고 걷는 자세는 목과 어깨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팔 움직임도 중요하다. 팔 모양을 L 또는 V 자로 만들어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걸어야 팔 앞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는다. 무게중심은 발뒤꿈치에서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이동해야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제대로 수축, 이완한다. 보폭은 보통 자신의 키에서 100cm를 뺀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하동원 연세바른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허리 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가운데 걷기 운동만 꾸준히 해도 통증이 경감되고 건강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자나 일반인 모두 무조건 걷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자세로 걸어야 운동 효과가 있다. 먼저 자신의 걸음걸이, 몸 상태 등을 정확히 확인한 뒤 운동 계획을 세우고 걷기 시간을 점차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관절과 근육이 노후화된 중·노년층은 반드시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해 걸어야 운동 효과를 높이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관절과 허리가 비교적 건강한 40대라면 경사가 있는 길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오르막을 걸을 땐 뒷다리와 상체를 일직선으로 유지한 채 팔을 힘차게 흔들어 추진력을 이용해 올라가는 것이 좋다. 보폭은 경사 정도에 비례해 조절한다. 뒤꿈치가 많이 들리면 종아리에 피로가 쌓인다. 내리막에선 올라갈 때보다 속도를 붙이거나 발을 강하게 딛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무릎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있는 사람은 오르막 위주로 걷기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허리에 충격을 덜 주면서 교정 효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 중에는 평소 전혀 운동을 하지 않거나 과체중인 사람이 자신의 관절 상태와 근육량을 무시한 채, 또한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뛰다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찾아온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관절이나 척추에도 무리가 가서 결국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달리기와 근육 운동으로 몸 관리가 잘된 50대가 아니라면 걷기를 시작할 때 평지를 선택하는 게 좋다. 관절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면 뒤로 걷기가 도움이 된다. 실제 척추관절의 노화가 심화된 50대는 평지만 제대로 걸어도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평지에선 무릎 뒤쪽을 완전히 쭉 펴면서 뒤로 미는 힘을 이용해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좋다. 양발 끝은 평행을 이루며 걷는 게 바람직하다.

    만병통치약 걷기 바르게 걸어야 특효

    60대 이상 노년층에겐 아쿠아워킹을 권한다(왼쪽). 최문기 연세바른병원 원장이 환자에게 무릎과 걷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60대 이상은 아쿠아워킹 ‘강추’

    평지에서 바른 자세로 걷는 연습을 했다면 뒤로 걷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인대에 부상이 있거나 관절이 약한 사람은 뒤로 평지를 걷으면 도움이 된다. 뒤로 걷기는 발 앞쪽부터 지면에 닿고 이어 발바닥 바깥쪽과 뒤꿈치까지 닿아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이 덜하다. 그뿐 아니라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근육과 인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뒤로 걷기는 평지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서 해야 부상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장년층에 특히 많은 척추관 협착증 환자의 경우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지 않을 만큼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걷는 시간을 점차 늘리면 신경이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간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유산소운동 능력과 근력, 근육량이 모두 감소한 상태다. ‘한국골드에이지포럼’에 따르면 활동량이 많고 체력이 좋은 60대의 경우 하루 평균 6500~7000걸음을 걷는 것이 좋으며, 분당 120보 이상 빠르게 걷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60대 이상 대다수가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의 몸 상태에 맞지 않는 걷기 운동은 부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따라서 본인의 활동 능력 수준을 감안해 걷는 시간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노년층은 걷기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근육량이 적은 노년층이 무턱대고 걷기를 시작하면 근육통이 나타나기 쉽다. 하지만 관절에 불편함이 느껴지거나 신체 부담을 줄이면서 운동을 하고 싶다면 물속 걷기 운동이 바람직하다. 물속 걷기는 물의 부력으로 체중 부담이 7분의 1로 줄기 때문에 일반 걷기보다 관절과 허리에 압박이 덜하다. 일주일에 3회, 회당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최문기 연세바른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걷기 운동 전후에도 스트레칭이 꼭 필요하다. 만약 30분 걷기를 하면 걷기 전 15분, 걷기 후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이완해야 부상을 예방하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관절은 온도에 민감하므로 여름철 30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날씨가 추울 경우 걷기 시간을 단축하거나 실내 스트레칭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 걸을 때 통증이 생기면 참지 말고 쉬어야 한다”고 밝혔다.

    도움말 | 연세바른병원 하동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최문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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