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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대 총선을 향하여

대선 전초전, 총선 변수 2

靑 정국 주도권 유지될까…野 분열 현실화될까

대선 전초전, 총선 변수 2

대선 전초전, 총선 변수 2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6일 새누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큰 선거를 앞둔 때면 정치권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얘기가 있다.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 선거판이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속설을 감안하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소리이기도 하다. 선거 승패에 따라 정국의 큰 흐름이 달라지고, 개별 정치인은 ‘정치생명’이 갈린다. ‘구도’에 작용하는 변수는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내년 20대 총선은 다음 해에 있을 대통령선거(대선) 전초전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가정해야 한다.

20대 총선은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집권 4년 차 초반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정면대결을 펼쳐야 할 여야 정치권에게 공수가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달라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과 정의당 등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 독단을 견제할 힘을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변수 가운데 하나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꼽을 수 있다. 총선을 7개월가량 앞둔 현 시점에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은 온전히 청와대로 넘어가 있다.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에 이은 남북 고위급 접촉,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등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50% 안팎으로 올라섰고, 이후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한 여권 인사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가능성 등 남북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지만 내달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할 소재는 널려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예상치 못한 ‘마약 사위’ 건으로 주춤하면서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배신자’로 낙인찍힌 채 튕겨나간 뒤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는 사라졌다. 청와대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 새정연은 계파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수권·견제세력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가 정치권에 대한 사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10명 넘는 여야 의원이 각종 부정 및 비리 문제로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야권은 ‘김기춘 라인’으로 알려진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주시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시절 통합진보당 사태를 비롯한 ‘공안정국’의 재연을 우려하는 것이다.



청와대나 친박(친박근혜)계에게 총선은 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분기점이다. 특히 내후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준비하는 첫 단계다. 총선 결과에 따른 당내 역학관계의 변화가 곧바로 차기 대선후보 선출 과정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권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자연스러운 교체 과정이다. 문제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큰 틀에서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 점에서 보면 현재 여권 내부의 권력 구도는 공생이 아닌 갈등에 가깝다. 여권 잠룡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불신이 이를 웅변한다. 김 대표 측 역시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주류그룹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으로 여기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양측은 김 대표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실시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여권의 내년 총선 구도를 짜는 일이고, 길게 보면 총선 이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재다. 김 대표가 노동개혁에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청와대나 친박계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가 여기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김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친박계 핵심이자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인 윤상현 의원은 “김무성 대표로는 차기 대선이 어렵다”며 총선 이후 친박계 대선후보 등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배제된 총선과 대선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우리는 우리 프로세스대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적어도 내년 7월 당대표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박 대통령에게 기대 여권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집토끼’ 전략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김 대표 사위 문제다. 2월 마약 복용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갑작스레 화제가 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음모론까지 횡행한다. 이러다 보니 김 대표 주변에서도 “반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결국 오픈프라이머리를 둘러싼 논란,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불신, 김 대표 측의 공개적인 반발 가능성 등이 얽히면서 여권 내 계파갈등의 골은 수면 아래에서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승민 변수’도 남아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TK(대구·경북)권 지역민심을 넘어 수도권 중도보수층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선 전초전, 총선 변수 2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9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친노 패권주의 논란

야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1야당인 새정연의 계파갈등은 이미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혁신안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로 비화했고, 주류 측과 비주류 측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9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가운데 공천혁신안이 처리된 과정은 새정연 내 계파갈등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특히 새정연 내 계파갈등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과 맞닿아 있는 해묵은 소재라는 점에서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정부 시절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세력이 이른바 친노 진영의 주축으로 인식되는데, 호남에 기반을 둔 옛 민주당 세력과는 태생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고 손학규 상임고문, 안철수 의원 측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한 때부터 있었던 감정적 앙금이 여전하다. 게다가 새정연 외부에는 호남민심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현실 가능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 호남권 재선의원은 “야당이 분열하면 필패라는 점에서 분당은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언제든 뇌관에 불만 붙이면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야권 내 주요 대선주자, 특히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분당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가능성도 적잖다. 현 상태라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차기 대선 구도에서도 문 대표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천정배 의원과의 전격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 수도권 비주류 의원은 “안 의원과 천 의원이 결합하면 호남신당이란 비판을 피할 수 있고 총선에 임박해 후보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면 지금보다 지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의원의 향후 행보가 실질적인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 대신 선거구 재획정 문제는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듯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지역구를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여야 간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이라 관련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5.09.21 1006호 (p38~39)

  •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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