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2015.09.14

전승절에 공개된 中 미사일, 미국의 대응 카드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둥펑-21D·26에 美측 우주 넘나드는 다차원 방어 전략 개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09-11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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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9월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항공모함과 함께 미국령 괌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사상 처음 공개했다.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이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선보인 것은 놀랄 일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내심 둥펑(東風·DF)-21D와 둥펑-26의 등장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DF-21D는 세계 최초 대함탄도미사일(ASBM). 지상에서 발사해 항모를 타격할 수 있어 ‘항모 킬러’라고도 부른다. 사거리 1800~3000km, 길이 10.7m, 직경 1.4m, 중량 14.7t, 200~500kt(TNT 20만~50만t 위력)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DF-21D는 수직으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 올라갔다 마하 10 속도로 항모를 향해 떨어진다.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DF-26은 DF-21D의 개량형 ASBM으로 사거리는 3000~4000km로 추정된다. 미군 항모는 물론 일본열도 전역과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미군기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거점인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 흔히 ‘괌 킬러’로 부르는 이유다. 길이 14m, 직경 1.4m, 중량 20t으로 추정된다. 핵 또는 재래식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은 1200~1800kg이다.

    이들 ASBM은 흔히 ‘반접근-지역거부’로 번역되는 A2/AD(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미군 항모 전단이 자국 연안은 물론,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란 가상의 선을 설정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제1다오롄은 일본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km 떨어졌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인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괌-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전략의 핵심 목표는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 미국은 그동안 항모 전단을 동원해 중국의 A2/AD 전략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구사해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눈엣가시인 미군 항모와 괌 기지를 모두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이며 이미 실전배치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전승절에 공개된 中 미사일, 미국의 대응 카드는?
    최신예 항모는 기본, 위성공격에 사이버전까지

    미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의 ‘비밀 병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미국의 전략은 무엇보다 태평양함대에 배치해온 항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조지워싱턴호 대신 현존하는 세계 최강 항모인 로널드레이건호를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한다. 2003년 취역한 로널드레이건호는 조지워싱턴호보다 11년이나 선령이 적은 데다 3년 전 개·보수를 거쳐 최신형에 가깝다. 미국은 또 항모 시어도어루스벨트호도 동부 버지니아에서 서부 샌디에이고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항모 2척이 미국의 아태 영역에 고정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의 아태 지역 항모 배치는 중국 ASBM의 위협에 개의치 않겠다는 일종의 ‘힘의 과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차세대 항모인 제럴드포드호도 충격 및 생존 시험을 거쳐 내년 중 아태 지역에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2005년부터 제작에 착수한 제럴드포드호는 전장 337m, 만재배수량 11만2000t급의 초대형 항모로 130억 달러(약 15조4900억 원)를 투입해 건조됐고, F-18E/F 전투기와 F-35C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 90대를 싣고 하루 220회 항공작전을 벌일 수 있다. 무인공격기 X-47B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듀얼밴드 레이더를 장착해 레이더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 운용하는 이 항모에는 전자식 사출장치(EMALS), 레이저포, 음속의 최고 7배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레일건 등이 처음으로 탑재된다.

    중국의 ASBM을 무력화하는 미국의 가장 도발적인 방안은 바로 선제공격이다. 줌월트급 차세대 스텔스 DDG-1000 구축함이 바로 이를 위해 투입된다. 길이 183m, 폭 24.1m, 만재배수량 1만4000t인 이 구축함은 스텔스 기술 덕분에 레이더에 나타나는 크기가 기존 구축함의 50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적국 해안까지 접근해 수백km 떨어진 내륙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DF-21D를 발사할 징후를 보이면 이 구축함이 중국 본토 해안까지 접근해 초음속 크루즈미사일로 선제공격하는 식이다.

    잠수함과 무인공격기를 동원해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괌에는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무인 스텔스 전투기 X-47B를 항모에서 이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X-47B는 길이 11.6m, 폭 18.9m로 정밀유도폭탄 등 총 2040kg의 무기탑재 능력을 갖고 있다. 12km 고도에서 최대 3880km를 비행할 수 있다.

    B-3라는 차세대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LRS-B)도 개발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향후 5~10년간 대당 5억5000만 달러씩 총 550억 달러(약 65조5000억 원)를 투입해 모두 1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F-22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한 정밀폭격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휘관제 시설을 파괴하고, 사이버 공격으로 통신 네트워크 기능을 마비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의 ASBM이 항모를 타격하려면 정찰위성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탐지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태평양 상공에 정찰위성 3기를 운용하고 있다. 위성 무기를 동원해 이들 정찰위성을 파괴해 목표 식별 능력을 마비시키는 방안 역시 미국의 계획에 포함돼 있다. 현재 개발 중인 X-37B 군사용 무인 우주왕복선이 그 대표적인 수단이다.

    전승절에 공개된 中 미사일, 미국의 대응 카드는?

    미국의 차세대 구축함 줌월트호 개념도.

    갈수록 첨예해지는 군비경쟁

    그리고 미국의 고정 레퍼토리인 미사일방어(MD)가 있다. 중국의 ASBM을 MD를 통해 요격하는 것은 일종의 방어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기존 이지스함인 알리버크급 구축함 DDG-51의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이지스함 2~3척이 항모를 호위하고 있으므로 충분히 ASBM을 타격할 수 있다. 알리버크급 구축함은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중간 단계에선 SM-3 요격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선 SM-2 요격미사일을 사용한다. 다만 이들 두 요격미사일은 중국의 ASBM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 일본과 함께 SM-3 블록 2A 요격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SM-2 역시 다른 요격미사일로 대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의 ASBM이 항모를 탐지하지 못하도록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항공기를 항모에 배치해 전자파를 발사하는 작전개념도 개발하고 있다. EA-18G는 음속의 1.8배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며 전투 행동반경은 1095km에 이른다. 또 항모를 호위하는 구축함이 대형 풍선 등 디코이를 발사해 중국의 ASBM이 목표를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괌 등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더불어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비롯해 오키나와와 한국 등에도 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북서쪽 지역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된 상태. 미국 국방부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고자 괌 대지를 확보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ASBM을 탐지할 수 있는 기존 X밴드 레이더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조너선 그리너트 전 미국 해군 참모총장은 “중국의 ASBM은 강력한 무기지만 모든 무기가 그렇듯 취약점은 있다”면서 “미국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 장군멍군식 무기개발과 군비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임을 시사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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