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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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관 ‘뜻밖 인사’ 속내는 전면적 의료민영화?

정진엽 내정자, ‘창조경제’ 정권 코드와 딱 맞아…대통령 주치의가 추천 소문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08-10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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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장관 ‘뜻밖 인사’ 속내는 전면적 의료민영화?
    “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식견을 갖춰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의 안정을 이룰 적임자다. 대학병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을 환자 중심 병원으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건복지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8월 4일 오후 민경욱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이 차기 보건복지부(복지부) 장관으로 정진엽(60) 서울대 의대 교수(정형외과학 교실)가 내정된 소식을 전하며 지명 이유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는 ‘깜짝 발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보건의료계 인사들조차 정 내정자의 발탁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 그는 언론 대부분이 언급한 장관 후보 예상자 명단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다. 언론들은 이를 ‘뜻밖의 인사’라고 밝히며 청와대의 발탁 배경과 대통령과의 접점을 찾아내고자 분주했다.

    보건의료계에선 차기 복지부 장관에 의사가 내정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했다. 하지만 그 후보군은 감염병 대책, 공공의료 정책 등 보건정책에 해박한 예방의학 또는 감염내과 전공자나 행정관료 출신 전문의로 좁혀졌다. 차기 장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총체적 무능을 보인 문형표 전 장관의 실책을 바로잡고 민 대변인의 표현처럼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의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보건의료계 전반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 창조경제 사례 만들어

    정 내정자가 몸담았던 대한병원협회나 대한의사협회 같은 의사 단체에선 그의 발탁을 일단 환영하고 나섰지만 보건의료단체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 교수 생활 25년이 공공의료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청와대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1988년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마친 정 내정자는 90년 서울대 의대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직을 맡으면서 줄곧 정형외과 관련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공공의료 강화 등 거시적 보건 정책 수립에 참여한 흔적은 그의 이력에서 발견할 수 없다. 정 내정자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국가 방역체계의 혼란상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 때 전 국민적 질타를 받은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의료전달 체계 붕괴), 응급실 과밀화, 국가 지정 의료시설 부족 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혹평도 나온다. 그가 병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2008년 6월~2013년 6월) 분당서울대병원은 900병상에도 모자라던 입원 병상 규모를 1300병상으로 확대했다. 470병상 규모의 신관을 새로 지은 것. 병원 위상이 올라가자 전국 각지에서 외래환자가 몰려들었고 대형병원의 몸집 부풀리기란 비판이 뒤따랐다.

    재야 보건의료단체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 교수를 장관으로 발탁한 속내는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거나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의료계 난맥상을 총체적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보건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병원 경영과 관련한 그의 이력 등으로 비춰볼 때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를 가속화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정 내정자는)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복지부 내부 관료와 먼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보건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적 경제’를 실천에 옮긴 의료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장을 세 번(4·5·6대)이나 연임하는 동안 분당서울대병원을 국내 최고 수준의 ‘디지털 병원’으로 만들어놓았다.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진료정보시스템을 도입했고,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BESTCare 2.0’을 구축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했다.

    복지부 장관 ‘뜻밖 인사’ 속내는 전면적 의료민영화?
    대통령 주치의가 추천했나

    이런 그의 이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산업 육성 정책과 꼭 부합한다. 복지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의료-ICT(정보통신기술) 융합기술 기반의 의료수출 사업이 바로 그것.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며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의료서비스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해외 의료수출 활성화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한 방법”이라고까지 했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의 디지털병원 운영 사례는 ‘창조경제’ 정책 실현 현장으로 선정됐다.

    정 내정자를 잘 아는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나 의료기술의 수출 활성화 측면에선 박 대통령의 의료분야 창조경제 실현과 관련한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가 정 교수”라며 “의료계 안에서도 확대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원격진료시스템 제도를 그가 추진하려 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내정자의 발탁으로 의료계는 잔뜩 기가 살아난 분위기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정 내정자의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전공과 선배인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이 발탁됐고, 그보다 앞선 지난해 2월에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보건학을 전공한 손명세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됐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선 이들을 아울러 ‘의사 트로이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보건 정책과 관련한 정부기관 수장에 모두 의사가 임명된 것. 성 전 병원장은 정 내정자와 같이 정형외과 전문의로 유헬스(U-Health) 산업화와 관련해 많은 일을 해왔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선 박 대통령에게 정 내정자를 추천한 인물이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라는 미확인 소문이 흘러 다니고 있다. 서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돌아오기 전까지 2008년 6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정 내정자와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다. 서울대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병원장과 기조실장은 한 몸이라고 보면 된다.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았다. 충분히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누구를 어느 자리에 추천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다만 복지부 장관 후보군에 정 내정자 외 3~4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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