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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봉창만 두드린 방산비리 수사

핵심 놓친 200일, 큰 도둑은 따로 있다

봉창만 두드린 방산비리 수사

봉창만 두드린 방산비리 수사
7월 15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이 총 9809억 원 규모의 국방사업에서 비리를 밝혀내고 전 해군참모총장 2명을 포함해 현역과 예비역 장성급 10명 등 방산비리에 연루된 총 63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일주일 후인 7월 23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방위사업 혁신방향’을 발표했다. △방사청 내 ‘사업감사 2담당관’ 신설 △무역대리점 등록 및 수수료 신고를 제도화해 사업 과정의 투명성 확보 △원가공정화법 제도화 △사업설명회 기회 확대 △국방중기계획 등 국방정보 업체 제공 확대 △비리 익명 신고제도 도입 △국방획득교육원(가칭) 설립 등이 망라돼 있다.

누가 손을 댔나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아예 방사청을 해체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의 감시,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대형 무기도입 사업에 대해서는 아예 사업단을 따로 만들어 전문성 있게 관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사청 군인들을 모두 군으로 돌려보내고 민간 공무원으로 채워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위신이 실추된 해군 일각에서는 함정사업을 과거 해군 조함단에서 통합 관리하던 체제로 되돌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백가쟁명식 혁신안은 모두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방산비리 척결을 자기 조직의 인력과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의 근거로 악용하는가 하면, 과거 방산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다시 무효화하자는 이상한 논리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민간에 대한 정부기관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무엇이 비리척결이고 혁신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산비리는 이런 혁신안이 없어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방사업의 전체 시스템이 부실해진 데는 다른 배경이 있다. 부실한 시스템이 유발한 방산비리는 문제의 결과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 만약 위에서 열거한 혁신안이 모두 실현된다면 한국에서 방산사업을 계속할 기업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그 많은 규제와 감시와 통제를 감수하면서까지 돈도 되지 않는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방산비리는 사전에 타당성 검토와 체계적인 사업관리가 충분히 이뤄지는 경우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결정돼가던 사업에 다른 정치논리가 개입해 정책을 변경하거나, 계획에도 없던 사업이 절차도 무시한 채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에 발생하는 비리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무기중개상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의 경우, 이미 국내 연구개발로 가닥이 잡혀 있던 사업을 갑자기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한 후부터 재앙의 길로 들어섰다.

봉창만 두드린 방산비리 수사
해군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돼 도입하게 된 와일드캣(AW-159)도 국산 수리온 헬기를 개량해 쓰기로 했다 갑자기 해외 구매로 정책이 변경된 경우다. 이 점은 최근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는 육군 아파치 대형공격헬기도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와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면서 착실하게 연구개발하던 사업을 어느 날 갑자기 해외 구매로 변경하고 나면 항상 구설이 따르고 한탕주의 세력이 끼어들려는 유혹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일차적 배경이라면 결국 방산비리는 일관성 없는 무기도입 정책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외부에서 기존 무기도입 정책을 흔들어대기만 하면 언제든 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다. 2013년 기존 경쟁구도에서 진행되던 차기전투기사업(FX)의 입찰 결과를 무효화하고 특정 기종과 수의계약하기로 정책을 변경한 것도 바로 그런 사례다. 그러나 이번 합수단의 수사는 이러한 측면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결국 애꿎은 제도를 또다시 흔들어대는 것을 혁신안이라 부르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특히 타당성 검토나 심의절차마저 생략한 채 안보 상황을 이유로 억지로 끼워 넣은 신규 사업은 대부분 부실이나 비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북 도서에 배치하기로 한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은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패한 사업일 가능성이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다.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긴급 도입한 전술비행선 역시 연거푸 추락하다 수백억 원 예산만 날리고 군이 운용을 포기해버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작은 도둑과 큰 도둑

청와대가 북한 장사정포 무력화 대책으로 직접 추진한 일명 ‘번개사업’ 역시 “1조 원이면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당초 명분이 허풍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 각 군이 긴급 소요로 도입한 무기도입 사업 가운데 성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역시 기존 제도에서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정치논리로 추진해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난맥상에 대해서도 합수단은 전혀 지적하지 못했다.

잘못된 정책 결정이 비리로 연결됐다면 합수단은 마땅히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사청의 핵심 관계자들이 직무를 유기한 혐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했다. 이번에 적발된 방산비리는 거의 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사업과 관련한 것들이다. 당시 정부는 모든 무기도입 사업을 청와대가 직접 통제하겠다며 국방사업에서 일률적으로 예산을 20% 이상 삭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방사청으로 하여금 값싼 엉터리 무기를 도입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다. 모든 무기도입에서 최저가 입찰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연구개발에서 시험평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으며, 무기중개상 수수료를 줄이려 했다.

이로 인해 사업의 정상적인 흐름이 방해를 받은 결과 작은 도둑을 피하려다 더 큰 도둑에게 붙잡힌 꼴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구속된 해·공군 장교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을 따르다 걸려든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실무자나 무기중개상에게만 비리 책임을 묻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잘못된 지침과 지시를 남발한 정책결정자를 조사해야 했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거의 내놓은 실적이 없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자살한 사람이 3명이다. 영장 기각, 기소 포기도 속출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합수단 발표와 달리 처벌을 면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수사였는지, 왜 약자만 조사하고 힘 있는 사람에게는 침묵했는지에 대해서도 합수단은 답해야 한다. 수사를 위한 수사, 실적을 과시하기 위한 수사로 어떤 정책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주간동아 2015.08.03 999호 (p14~15)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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