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2015.07.13

톡톡, 살캉살캉 고소한 그 맛

전남 목포의 민어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7-13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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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살캉살캉 고소한 그 맛
    1897년 남도의 쌀과 면화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세운 항구도시 전남 목포는 일제강점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목포종합수산시장은 1908년 동명동 어시장으로 출발했지만 200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목포종합수산시장은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의 어물 보관 방식을 따르는 종합박물관이다. 전국 홍어의 80%가 이곳을 통해 거래된다. 홍어가 겨울을 대표하는 목포 어물이라면 여름은 단연 민어의 철이다.

    1931년 7월 3일자 ‘동아일보’에는 유월 그믐(음력 6월 마지막 날) 이후에 잡히는 민어는 온통 기름져서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에 나는 민어의 맛과는 아주 다르다고 적고 있다. 호박도 이때가 제철이라 호박 나기 전 민어는 맛이 없다고 적고 있다. 민어와 호박을 넣고 끓인 민어탕을 여름 최고 보양식으로 여겼다. 1611년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민어는 조기, 밴댕이, 낙지, 준치와 더불어 서해에서 흔한 생선이자 맛 좋은 생선으로 나올 정도로 일제강점기까지 흔한 생선이었다. 17세기 중반에 쓰인 ‘옥담시집’(玉潭詩集)에는 ‘민어(民魚)’란 시가 나온다.

    ‘입이 크기는 농어와 닮았는데/ 비늘은 농어보다 조금 크다네./ 피부는 풍성한 살로 채워졌고/ 창자는 속현을 가득 안은 듯하네./ 솥에 끓이면 탕이 맛있지만/ 회를 치기에는 좋지 않아라/ 건조시킨 뒤 한번 먹어 보시라./ 밥 먹을 때 손이 먼저 가리라.’

    시에도 나왔지만 민어는 살이 무른 편이라 회를 뜨기 쉽지 않다. 특히 바로 잡은 민어회는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잡은 뒤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두면 민어의 깊은 맛이 난다. 민어는 전으로도 제격인 생선이다. 부드러운 속살이 깊은 맛을 낸다. 민어 암컷은 수컷에 비해 가격이 반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 여름이 산란철인 암컷은 알에 모든 영양이 집중돼 살이 푸석하다. 그 대신 알로 만든 어란을 명품으로 쳐준다. 수컷 중에서도 10kg이 넘는 민어를 제일로 친다. 크기에 따라 가격 차가 커서 별도로 이름이 붙었다. ‘전남에서는 민어의 특대자를 개후치, 소자를 홍치 또는 불등킨이라고 부르고 경기도 상인들은 최소자를 보굴치, 그다음부터 어스레기, 상민어 및 민어 등의 순으로 부르고 있다.’(동아일보 1955년 9월 6일자)

    민어는 서남해안에서 고루 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남 신안군 임자도는 민어 최대 산지다. 신안에서 올라온 민어는 중앙시장을 거쳐 목포는 물론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목포 만호동에는 민어거리가 있다. 식당 여섯 곳에서 민어를 취급한다. 홍어 하면 ‘금메달식당’이 떠오르듯 민어 하면 ‘영란횟집’을 빼놓을 수 없다. 민어회를 시키면 껍질이 붙은 민어회와 붉은 살이 감도는 민어 한 접시는 물론 민어껍질, 부레(공기주머니), 뼈다짐, 깨소금이 함께 담겨 나온다.



    조선시대 최고 접착제 재료였던 부레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살캉살캉 씹기에 좋은 음식이다. 껍질은 보드레하고 뼈다짐은 입안에서 톡톡 씹힌다. 회는 살캉살캉 입안을 감돌다 넘어간다. 된장에 뼈, 대가리, 간, 내장, 알을 넣고 끓인 지리(맑은 탕)는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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