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대법원 첫 인정 “사면해도 무죄 판단 다시 해야”

특별사면 후 재심 청구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7-06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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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한 이후 ‘특별사면’이 정치공방 이슈로 등장하더니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 여부를 제쳐둔 채 사면을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청문회에서 변호사 시절 ‘사면 관련 자문’을 해준 사실을 애써 숨기려다 결국 변호사단체로부터 고발당하는 처지가 됐다.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의 추악한 진실이 재심 절차를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사면과 재심이 동시에 등장하는 판결이 있었다. 만일 어떤 범죄로 누명을 쓰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특별사면된 경우라도 재심 청구가 가능한지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것이다. 사안은 이렇다. 피고인은 1973년 7월 30일 육군고등군법회의(당시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군법회의’였다)에서 업무상 횡령 등으로 징역 15년과 벌금 11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관할관은 그해 8월 8일 징역 15년을 징역 12년으로 감형했다. 육군의 경우, 사단장 이상 지휘관이 관할관이 되며 보통군사법원(1심)에서 선고된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대통령도 갖고 있지 않은 막강한 권한을 장군들이 가진 것이다.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 많이 제출된 형편이다.

    어쨌든 해당 사건의 피고인은 형 집행정지로 석방돼 있던 중 1980년 2월 29일 형 언도(선고)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렇게 군에서 제적된 피고인은 2010년 4월 5일 고등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는데, 고등군사법원은 재심 심판절차와 달리 재심 개시절차에 관해 “(민간인이라도) 재판권이 있다”고 전제한 다음 “수사관들이 불법체포와 고문 등의 직무상 범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된다”며 재심 개시결정을 한 후 사건을 군사법원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서울고법 역시 불법체포와 고문 사실 등을 인정하며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등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헌법에 따라 “민간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는 고등군사법원이 한 재심 개시결정은 위법한 재판권의 행사”라고 봤다. 그러나 군사법원법에서 ‘(서울고법으로) 이송 전에 한 소송행위는 이송 후에도 그 효력에 영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건을 이송받은 일반법원으로선 다시 처음부터 재심 개시절차를 진행할 필요는 없고 군사법원의 결정을 유효한 것으로 봐서 그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군사법원의 판단을 수용한 셈이다.

    그러면서 “유죄판결 확정 후 특별사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이뤄진 사실 인정과 그에 따른 유죄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위 유죄판결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에 재심 사유가 있는 피고인으로선 특별사면에도 남아 있는 불이익을 제거하고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대법원은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엔 재심 청구 대상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며 이러한 종류의 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재심 청구를 인정하지 않던 과거 판결을 변경했다.



    한편 면소 판결 대상인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2호의 ‘사면’은 일반사면만을 의미하므로, 앞선 특별사면이 있었더라도 재심을 진행한 법원은 면소 판결이 아니라 무죄 판단을 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했다. 억울한 이에게는 사면이 아닌 무죄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첫 인정 “사면해도 무죄 판단 다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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