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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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나무·볏짚도 발전 연료로

바이오매스, 모자이크식 에너지원으로 재부상

  • 지식 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7-07-18 14: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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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그렇게 저항하는 사람 중에는 ‘밥줄’이 끊길까 우려하는 이가 있고, 정말 나라의 앞날이 걱정돼 반대하는 이도 있다. 특히 후자는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가 감당하던 30%가량의 전력을 도대체 어떻게 대체할지를 걱정한다.

    이해할 만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일사불란하게 에너지 정책을 짜고, 그에 맞춰 중앙집중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델에 익숙한 처지라면 핵발전소의 공백을 도대체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아득할 것이다. 소위 ‘환경주의자’가 말하는 태양·풍력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8% 수준에 불과하니까(2015년 기준).

    하지만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모델을 머리에서 지우고 나면 의외로 다양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약 40%)와 핵발전소(약 30%)가 전력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에너지원이 섞인 모자이크 에너지 모델이 가능하다.



    21세기 다시 주목받는 ‘나무 에너지’

    모자이크 에너지 모델에서 반짝반짝 빛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 바이오매스(biomass)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우리 일상생활로 들어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인류는 건초, 나무, 동물 사체 등을 태워 요리하고 난방을 했다. 바로 식물, 동물 더 나아가 미생물에서 유래한 에너지를 바이오매스라고 통칭한다. 따지고 보면 바이오매스는 생물에 저장된 태양에너지다. 식물이나 (식물성)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저장한 에너지가 그 식물이나 미생물을 잡아먹는 다른 동물이나 (동물성) 미생물로 전이된 것이니까.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시대에 다시 옛날처럼 건초나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자는 말이야?’ 그렇다. 21세기 세계 곳곳에서 석탄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의 공백을 메우는 유용한 수단으로 건초, 나무 등 온갖 종류의 바이오매스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 덴마크 등이 대표적 예다.

    아직 감이 안 온다면 우리나라 숲을 놓고 설명해보자. 한국 숲은 대부분 1970년대 이후 조림(造林)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민둥산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리기다소나무, 아카시아(아까시나무)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등 종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병충해가 퍼지고 죽는 나무도 부지기수다.

    지금도 숲에 들어가면 병충해로 말라 죽은 나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나무들을 방치해두면 건강한 숲 환경을 조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데다, 자칫하면 산불의 불쏘시개 구실도 할 수 있다. 그것들이 썩으면서 공기 중에 내놓는 메탄가스가 강력한 온실기체 구실을 하는 것도 문제다.

    만약 숲 곳곳에 방치된 말라 죽은 나무를 걷어내 연료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벌목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나무, 수시로 걷어내는 고속도로 갓길의 웃자란 나무나 철마다 잘라내는 가로수 가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폐목을 모아 말린 다음 불에 잘 타도록 조각조각 쪼개면 석탄 못지않은 훌륭한 에너지원이 된다.

    통상 조각난 나무 자투리 1㎥는 석유 약 80ℓ(전기 750kWh)에 맞먹는 에너지를 낸다. 나무뿐이 아니다. 덴마크에서는 밀농사를 짓고 난 후 밀짚을 모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무게가 700kg인 밀짚 한 뭉치는 석유 300~400ℓ(전기 2800~3750kWh)에 버금간다.

    물론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에 비하면 나무, 밀짚, 혹은 볏짚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즉 같은 양을 태웠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양이 적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독일, 덴마크 등에서는 열병합발전소를 활용한다. 열병합발전소에서는 터빈을 돌리는 데 필요한 증기를 얻을 때 끓인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지역난방, 온수 공급 등에 사용한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애초 태우는 자원(석탄 등) 에너지의 약 60~70%를 잃는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 지역난방, 온수 공급을 동시에 해결하면 에너지의 80~90%를 버리지 않고 쓸 수 있다. 나무, 밀짚, 볏짚 같은 바이오매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바이오매스도 단점이 있다. 먼저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석탄과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는 나무 같은 바이오매스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내놓는다고 여겨 이른바 ‘탄소 중립’ 에너지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런 해석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슈퍼 히어로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이다. 물론 제3세계에서 무분별하게 땔감을 태울 때 나오는 심각한 오염물질에 비할 바는 아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는 오염물질을 거르는 장치를 필수적으로 설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이오매스가 오염물질 배출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더구나 화력발전소나 열병합발전소에서 태우려고 바이오매스를 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과연 바이오매스가 석탄이나 핵에너지의 대안이 될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글머리에서 언급한, 다양한 에너지가 섞여 빛을 발하는 모자이크를 떠올리면 좋겠다.

    바이오에너지만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를 100% 대체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가 사라진 공백을 지역 여건에 맞는 바이오에너지로 채운다면 그 모자이크는 전보다 훨씬 멋진 작품으로 변할 수 있다.

    화석연료 이후, 또 핵에너지 이후 시대에 우리의 에너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슈퍼 영웅을 기대하지 말자. 그 대신 우리에게는 저마다 장점을 가진 수많은 영웅이 있다. 바이오매스도 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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