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비 오는 날 부침개

  • 노은지 KBS 기상캐스터 ejroh@kbs.co.kr

    입력2015-07-06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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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부침개
    부침개는 장마철 별미죠. 비 오는 날엔 유독 부침개가 생각나는데요. 으레 ‘비 오는 날=부침개’라고 공식처럼 생각하지만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당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먹고 싶은 이유는 부침개를 부칠 때 나는 소리와 빗소리의 진폭, 주파수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달아오른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넣었을 때 ‘치익~’ 하는 소리는 비바람 소리와 비슷하고, 부침개 기름이 튀는 소리는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유사한데요.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면 무의식중에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연상돼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는 거죠.

    소리뿐 아니라 냄새 때문이기도 한데요. 비가 오고 습도가 높은 날엔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꽃향기는 비 오기 전 가장 짙다’는 말처럼 습도가 높은 날엔 냄새가 짙어지는데요. 맑은 날엔 냄새가 쉽게 퍼져 없어지지만 습도가 높으면 분자의 이동 속도가 느려져 냄새가 한곳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부침개 냄새는 유난히 짙고 고소해 더 먹고 싶어지는 겁니다.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한 달가량은 비가 오는 날이 많을 텐데요. 비 오는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빗소리와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화음을 들으며 따뜻한 부침개 한 접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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