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2015.07.06

“ASMR 영상을 봐야만 잠이 와요”

한국어 영상만 6만 개…한 달에 1만 명씩 극성 시청자 늘어나

  • 배예랑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baeyr0380@gmail.com

    입력2015-07-03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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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본다. 화면 속에서 귀청소를 해주겠다는 20대 여성이 몸을 기울인다. 이 여성의 붉은 입술과 흰 목덜미, 그늘진 쇄골이 화면을 꽉 채운다. 이어 귀지 파기가 시작된다.

    “ASMR 영상을 봐야만 잠이 와요”
    이 영상을 즐겨 보는 이모(25·고려대 4학년) 씨는 “예쁜 여자의 품에 안겨 귀지 청소를 받는 기분이 들어 잠이 잘 온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3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전현주(23·여) 씨는 신기하게도 자신의 두 손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걸 본다. 그의 손은 상자에서 부스럭거리며 비닐주머니를 꺼낸다. 이어 500개 퍼즐조각 맞추기를 시작한다. ‘투둑, 투둑’ 하는 조각들의 마찰음이 들린다. 전씨는 “10분, 20분 이 단조로운 게임을 하다 어느새 잠이 든다”고 말한다.

    눈 건강 해칠 수도

    요즘 많은 젊은이가 스마트폰 속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잠을 청한다. 이들은 ‘소리와 영상 자극을 받으면 뇌가 기분 좋게 나른해진다’고 주장한다. 취재 결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21만 개 ASMR 영상 가운데 한국어 ASMR 영상이 6만 개에 달했다. ASMR의 생산 및 소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극성이라는 의미다.

    시청자 8만 명을 보유한 ASMR 제작자 유민정(27·여) 씨는 “한 달에 1만 명꼴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영상엔 ‘이거 듣고 푹 잤다’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피부 관리’ ‘낮잠 시간’ 같은 상황극이 가장 인기다. 이외에도 껌 씹기, 음식 먹기, 물건 긁기 등 유형이 다양하다. 정해빈(23) 씨는 “껌 씹는 소리의 찌릿찌릿한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제작자 박경나(32·여) 씨는 따뜻한 색감을 내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일부 제작자는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고가의 마이크를 구비하기도 한다. ASMR는 효과가 있을까. 닉 데이비스 영국 스완지대 교수는 “기분이 이완되기는 한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환자는 2008년 22만8000명에서 2012년 35만70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우리는 ‘잠 못 들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둘 건 있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불 끄고 누운 잠자리에서 눈 건강을 가장 해친다는 점이다.

    “ASMR 영상을 봐야만 잠이 와요”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수강생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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