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4

2015.06.29

핵심 쟁점 오픈프라이머리 여의도의 ‘뜨거운 봄’ 예고

지역일꾼론 재미 본 새누리 가속 페달…‘친노 위한 방정식’ 새정연 미적미적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5-06-29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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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쟁점 오픈프라이머리 여의도의 ‘뜨거운 봄’ 예고
    2016년 총선에 대한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픈프라이머리다. 국민참여경선제, 완전국민경선제, 국민공천제, 국민경선제 등으로 부르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의 선출직 공직자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 곧 경선에 당원뿐 아니라 국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하는 제도다. 후보자의 본선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제도로, 각 당이 이미 부분적으로 도입한 상태이긴 하다. 경선에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 반영하게 한 게 그것이다. 이제 그 비율을 100%로 끌어 올려보자는 것이 오픈프라이머리 논의의 핵심이다.

    동시 경선으로 역선택 방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2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서 국민경선 실시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선거다. 대통령 후보자 선거 경우에는 모든 정당이 전국적으로 같은 날 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선거 경우에는 어느 한 정당만으로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같은 날 동시 경선을 치르되 한 정당에만 투표권자로 등록하게 함으로써,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상대 정당 경선에 참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도 방지하겠다는 것이 선관위 측 구상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여야의 생각이 다르다. 과거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야당이 주도했다. 정당 민주화를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4월 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4월 2일 의원총회에서 반대론이 거세 결론 내리지 못했던 터다. 반대론을 잠재운 것은 김무성 대표의 강한 의지였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약속에 따라 대표가 공천권을 포기하겠다는데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김 대표는 정당 민주주의의 시작은 공천권 행사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일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자칫 정당 민주화 반대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다 보니 결국 모든 의원이 추인을 하고 만 것이다.

    반면 과거 국민경선제 도입을 앞장서 주장했던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은 최근 유보적 자세다.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확정한 며칠 뒤인 4월 13일 새정연 공천혁신추진단도 경선 방식을 발표했다. 국민이 60%, 당원이 40% 참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권리당원 참여 50% 이하, 유권자 50% 이상 경선 방식에 비해 외견상으로는 국민참여 비율을 10%가량 높인 방식이다. 그러나 당원 비율을 40%로 높였다는 데 오히려 더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19대 총선 당시 100% 여론조사 방식도 도입해봤는데, 결과적으로 지지세력 응집력이 높은 친노(친노무현)만 유리했다는 반성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전략공천도 유지하기로 했는데, 다만 비율만 전체 의석의 30% 이하에서 20% 이하로 낮췄다. 새정연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가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열린 ‘혁신-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력 촉구한 바 있다. 4월 2일에는 새정연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원혜영 공천혁신추진단 단장도 서명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4월 공천혁신추진단이 내놓은 방안은 이런 행보와 거리가 멀다. 결국 과거 당대표들과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100% 모바일 경선, 친노의 노림수

    핵심 쟁점 오픈프라이머리 여의도의 ‘뜨거운 봄’ 예고
    문재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하는 것일까 반대하는 것일까. 조건이 맞는다면 지지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조건은 무엇일까. 100% 여론조사 또는 모바일 투표로 하는 경우다. 아니면 과거처럼 전략공천도 실시하겠다는 것이 문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내용에 그 답이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100% 모바일 투표로만 경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 모바일 투표 또는 여론조사로 경선을 실시하면 누가 유리할까. 당연히 지지세력의 응집력이 높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왕성한 친노 정치인들이다. 당원 비율을 40%로 높였다는 공천혁신추진단의 방안에도 악마는 숨어 있다. 국민참여 비율이 60%로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민참여는 결국 모바일 투표나 여론조사 결과다. 어떤 경우에도 친노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문재인 대표와 친노 의원들은 부당하다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2·8 전당대회와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의 추억을 되살려보면 답이 보인다. 2·8 전당대회 당시 문재인 대표는 막판 여론조사 점수 산정방식까지 바꾸는 경선룰 변경 결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58.05%를 얻고도 전체 득표에서 3.52%p라는 간발의 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낮았다면, 막판 여론조사 산정방식 변경이 없었다면 문 대표가 승리할 수 있었을까.

    4·29 재보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서는 선거 막판에 새정연 정태호 후보가 갑자기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고 또 이것을 현수막에까지 게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승리였고 결국 여론조사업체가 선관위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그 업체의 안일원 대표는 정태호 후보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친노였던 것이다. 친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또는 모바일 투표 방식에 친노 인사가 운영하는 업체까지 가세한다면, 친노 정치인들에게 경선은 거의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2·8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해 12월 새정연에서는 36만 명에 이르는 경선참여 선거인단 명부를 분실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이 선거인단 명부의 주축이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친노 지지세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에서는 이 명부를 제외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명부가 사라지자 친노 진영에서는 결국 비노가 분실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문재인 대표는 네트워크 정당화를 적극 추진 중인데, 이 또한 친노 지지세력 결집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 쟁점 오픈프라이머리 여의도의 ‘뜨거운 봄’ 예고
    재보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위력 실감한 새누리

    결과적으로 국회 정개특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답보 상태다. 새정연이 논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이 6월 12일 내년 총선이 10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며 정개특위에서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재차 새정연을 압박했다.

    이런 속에서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기로 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가 6월 10일부터 활동을 개시했는데, 팀장인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은 야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될 것에 대비해 여당 단독으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TF 발족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국민공천제 TF의 과제는 △역선택 우려에 대한 보완 방안 마련 △책임당원 권리행사권 침해 최소화 방안 마련 △오픈프라이머리로 선출될 지역구 후보자와 걸맞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기준 마련 등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데는 그 나름의 근거가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과 올해 4·29 재보선에서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들 재보선에서 가능한 한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100%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으로 후보자를 선출했다. 김 대표로서는 공천권 내려놓기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험이기도 했다. 그 결과 명망가보다 지역일꾼이 대거 선출됐다. 그리고 이들이 본선에서 의외로 선전하면서 압승을 이끌었다. 모험이 성공으로 보답받은 것이다. 김 대표로서는 고무될 수밖에 없다.

    이변이 없는 한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도 100% 여론조사 방식을 활용한 오픈프라이머리로 지역일꾼을 발굴하고, 또 지역일꾼론으로 임할 것이다. 반면 새정연은 기존 공천방식으로 친노 정치인을 대거 출마하게 할 것이며, 그들은 이번에도 운동권 본색을 드러내며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심판 주체가 다시 친노라는 데 대해 국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이 밉다고 문재인 대표와 새정연 내 친노를 택할지, 아니면 제3의 길을 선택할지 그것이 문제일 터다.

    제3의 길이라고 표현했지만, 거기에도 실은 두 갈림길이 존재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역일꾼 발굴에 나설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그리고 문재인 대표와 친노의 영향에서 벗어나 비운동권 출신의 새로운 정치신인으로 총선에 임할 야권 신당이 그것이다. 전자는 이미 모습을 상당히 드러낸 상황이고 후자는 아직 태동 단계다. 그래서 미약할 수도 있고 창당조차 못 하고 끝날 수도 있다.

    또는 새정연 내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이 벌어져 문재인 대표와 친노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새정연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가세하고 또 스스로 공천혁명을 이뤄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계파정치 청산에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공천에 개입하는 한 계파는 사라지기 어렵다. 말로만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국회 정개특위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논의를 더는 늦추지 말고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 계파정치 청산에도 골든타임이란 것이 있다. 그 골든타임을 놓치면 정치 선진화도 난망해진다. 이래저래 이번 가을은 매우 뜨거운 가을이 될 것 같다. 가을 무더위에 과실이 한층 더 달달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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