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3

2015.06.22

눈꽃빙수 맛의 비밀 ‘밀크파우더’가 뭐야?

우유보다 더 우유 같은 맛…저장성·경제성 높아 카페나 빙수가게에서 선호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5-06-22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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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빙수 맛의 비밀 ‘밀크파우더’가 뭐야?

    여름철 인기 디저트 ‘눈꽃빙수’는 고소한 우유 맛을 내는 밀크 파우더를 섞어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은 빙수의 계절이다. 일찌감치 카페, 빵집마다 빙수 홍보를 시작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올해 빙수시장 매출이 1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빙수 중에서도 요즘 대세는 ‘눈꽃빙수’. 전통 빙수는 간 얼음에 연유나 우유를 붓고 팥을 얹는다. 물을 얼려 만든 얼음이기에 특별한 맛이 없고 질감도 딱딱하다. 반면 눈꽃빙수 얼음은 입자가 부드럽고 눈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얼음의 맛도 우유, 요구르트, 녹차, 초콜릿 등 다양하다.

    눈꽃빙수 얼음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소비자는 대부분 우유일 것으로 생각한다. 주부 배고은(33) 씨는 “종종 ‘우유눈꽃빙수’라는 제품을 먹는데 우유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분유·첨가물로 우유 식감 조절

    하지만 일부 눈꽃빙수는 우유만으로 만들지 않는다. ‘밀크파우더’라는 식재료를 첨가한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빙수가게 창업 컨설팅을 할 때 기존 가게의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를 보면 그 가게에서 어떤 재료를 며칠 동안 얼마만큼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빙수가게에서 나오는 우유용기 쓰레기가 예상만큼 많지 않다. 우유 대신 다른 재료를 쓴다는 것인데, 그것이 ‘밀크파우더’다. 습기만 피하면 보관이 쉽고 물에 타면 우유 맛이 나니 편리하다”고 했다. 이 파우더는 빙수뿐 아니라 스무디,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를 제조할 때도 쓰인다.



    밀크파우더의 정체는 무엇일까. 2개 업체에서 만든 눈꽃빙수용 밀크파우더를 구매해 포장의 원재료명과 함량을 들여다봤다. A제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가공전지분(물엿, 유청, 정제가공유지, 유크림, 유당) 20.85%, 백설탕, 분말유크림(가공버터, 유크림, 유당, 유청단백분말, 카제인나트륨), 가공유장분(유청, 물엿), 혼합탈지분(탈지분유, 유청분말, 유당), 합성착향료(생크림향, 밀크향),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B제품의 원재료명은 다음과 같았다. ‘미세당, 무수결정포도당, 혼합탈지분유(탈지분유, 탈염유청웨이퍼미에이트) 15.75%, 덱스트린, 모노글리세라이드, 혼합제제(CMC(카르복시메틸 셀룰로스), 구아검, 메타인산나트륨, 덱스트린, 카라기난), 합성착향료(생크림향, 요구르트향).’

    B제품 업체 측은 자사 제품이 프랜차이즈 H카페와 T카페에서 사용되고 있고, S빙수업체에서는 맛 개발용으로 소량 구매해간다고 했다. A제품 유통사 관계자는 “가게마다 조리법은 다르지만 가루를 우유 또는 물에 탈 것”이라며 “우유 없이 물과 파우더만 섞었을 때 맛이 밍밍하다면 전지분유 함량이 높은 제품을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눈꽃빙수 맛의 비밀 ‘밀크파우더’가 뭐야?

    하얀 가루로 된 밀크파우더. 당분과 우유 성분 때문에 단맛과 고소한 분유 맛이 난다(위). 눈꽃빙수, 스무디 재료로 쓰이는 요구르트 맛, 우유 맛 파우더 포장의 제품 설명 부분.

    빙수와 스무디 등에 밀크파우더를 쓰는 이유는 뭘까. 먼저 ‘흰 우유보다 더 고소한’ 우유 맛 때문이다. 제품에 들어간 유청(우유를 치즈로 가공할 때 생기는 부산물), 유당, 유크림, 탈지분유 등은 우유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이다. 탈염유청웨이퍼미에이트도 유청에서 염분을 뺀 후 단백질 등을 농축한 물질이다.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덱스트린, 모노글리세라이드, 구아검, 메타인산나트륨, 카라기난 등은 유화제(물과 기름 등의 성분을 섞이게 하는 것) 구실과 식감을 증진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물엿, 정백당 등 당분이 들어가면 한결 고소하고 달콤한 우유 맛이 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박승용 천안연암대 축산계열 교수는 “밀크 파우더가 우유 맛을 좀 더 진하게 하면서 탄수화물의 물성을 추가하는 기능을 한다”고 분석했다.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교수는 “소비자가 더 선호하는 얼음 느낌을 내기 위해 파우더를 쓸 것”이라면서 “특히 파우더에 첨가된 혼합제제는 얼음을 걸쭉하거나 눈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물성 조정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 2년으로 보관 용이

    밀크파우더의 두 번째 장점은 경제성이다. 우유만 쓸 때보다 밀크파우더를 쓸 때 비용이 다소 저렴하다. 빙수 1인분을 만드는 데 보통 우유 500㎖가 들어가고, 밀크파우더의 경우 100g을 500㎖의 물에 녹여서 쓴다. 우유 500㎖는 약 1300원(서울우유 기준)이고, 밀크파우더는 A제품의 경우 500g 포장에 6000원으로 100g에 1200원꼴이다. 사실 매장에서 사용할 때 가격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유통기한이다. 우유 유통기한은 10~15일이지만 밀크파우더는 제조일로부터 약 2년이다.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변질될 우려가 거의 없다.

    파우더를 제조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100% 우유를 썼을 때보다 우유랑 파우더를 섞거나 물에 파우더만 타는 편이 더 싸다. 또 가게에서 예상한 것보다 손님이 적어 우유가 남을 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버리는 손해가 생긴다. 따라서 유통기한과 경제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파우더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밀크파우더의 성분은 안전할까. A, B제품에 든 첨가물을 확인한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제제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 전문가들은 “첨가물이 특별히 몸에 해로울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첨가물이 ‘독’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맛과 기능, 저장성을 향상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몇 해 전 한 우유업체 광고로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카제인나트륨도 몸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 교수는 “카제인나트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인정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세계보건기구(WHO) 연합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일섭취허용량 무제한(Not Limited)’으로 규정했고 국내 식품첨가물공전에도 ‘사용량 및 사용 대상 식품에 제한 없이 사용한다’고 설명돼 있다”고 말했다.

    눈꽃빙수 맛의 비밀 ‘밀크파우더’가 뭐야?

    우유 얼음과 물에 밀크파우더를 탄 얼음을 각각 갈아 빙수를 만들었다. 밀크파우더 얼음(왼쪽)은 색이 투명하고 고소한 맛과 단맛이 진했다.

    ‘밀크파우더’만 써도 ‘눈꽃빙수’ 이름 적법

    다만 밀크파우더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지나면 미생물 번식에 유의해야 한다. 가루 식품은 수분 활성도가 낮아 보존성이 높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밀크파우더는 가공버터, 유크림 등 지방이 많은 첨가물 때문에 부패하기 쉽다. 단백분말 등은 습기에 약해 공기가 잘못 유입되면 썩는다. 문제는 일부 양심적이지 않은 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밀크파우더를 쓰기도 한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O카페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밀크파우더를 써서 빙수를 만들었다. 파우더의 식감이 떨어져도 우유와 섞으면 맛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밀크파우더가 건강상 안전하더라도, 원재료의 제품 구성 비율은 알 수가 없다. A, B제품은 각각 가공전지분 20.85%, 혼합탈지분유 15.75%를 제외하고 제품 속 원재료의 비율을 표기하지 않았다. 각 업체 제조사에 문의하니 “영업에 민감한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모든 성분의 함량을 표기할 의무는 없었다. 식약처 고시 제4조 ‘식품 등의 표시사항’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원재료명(기구 또는 용기·포장은 재질로 표시한다) 및 함량(원재료를 제품명 또는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한다)’, 즉 원재료명의 단어가 제품명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굳이 함량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밀크파우더를 쓴 식품을 ‘우유눈꽃빙수’ ‘우유스무디’라고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일까. 식품안전교육 전문업체 푸드원텍의 오원택 대표는 “가공식품의 경우 우유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으면 제품명에 ‘우유’라는 단어를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함량에 관계없이 우유가 재료로 들어가면 ‘우유눈꽃빙수’라는 이름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만약 우유 없이 밀크파우더만 들어간 제품이라면 ‘우유’를 빼고 ‘눈꽃빙수’라고 홍보해야 합법적이다. 하지만 소비자로선 가게 주방에서 이뤄지는 조리 과정을 일일이 알 길이 없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국장은 “일반 소비자는 눈꽃빙수나 스무디 등에 밀크파우더를 쓴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특히 밀크파우더로만 만든 빙과나 음료는 ‘우유’라고 광고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유 vs 밀크파우더

    직접 빙수를 만들어보니


    100% 우유로 만든 빙수와 밀크파우더로 만든 빙수는 어떻게 다를까. 실제로 한 카페에 의뢰해 두 종류의 빙수를 만들어봤다. 우유 빙수는 우유 500㎖를 얼린 뒤 갈아 만들었고, 밀크파우더 빙수는 물 500㎖에 밀크파우더 100g을 녹여 얼린 뒤 갈았다.

    두 얼음은 질감부터 달랐다. 우유 얼음은 새하얗고 눈처럼 소복한 느낌에 부피감이 있었다. 반면 밀크파우더 얼음은 끈적끈적했다. 파우더에 든 당분 때문인지 빙삭기에 달라붙어 주걱으로 긁어야 겨우 떼어졌다. 색깔은 우유 얼음보다 투명했지만 녹아서 질척해진 눈 같은 느낌이었다.

    녹는 속도는 밀크파우더 얼음이 더 느렸다. 처음에는 우유 얼음이 견고한 느낌으로 부피감을 유지했지만 15분 정도 지나자 금방 녹아 우유가 돼버렸다. 반면 밀크파우더 얼음은 초기에 이미 녹은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본래 크기를 오래 유지했다.

    맛에서는 결정적 차이가 났다. 우유 얼음은 우유 맛이 진하지 않았다. 우유인가 싶을 정도로 밍밍한 맛이었다. 반면 밀크파우더 얼음은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우유’처럼 분유 맛이 강했다. 끝 맛은 사탕처럼 달콤했다. 합성착향료 때문인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인공적인 향도 났다. ‘우유보다 더 우유 같은’ 맛이었다.

    밀크파우더업체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리법을 권장한다. ‘눈꽃빙수를 만들 때 밀크파우더와 우유 비율을 1 대 4로 섞어 얼려라. 밀크스무디를 만들 땐 밀크파우더 60g과 얼음 14조각, 우유 150㎖를 넣고 블렌딩하라.’ 업체 관계자는 “많은 디저트 가게가 이 조리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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