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2015.06.01

혼자 오래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자녀교육·은퇴·부모 간병 한꺼번에 닥칠 수도…1인 가구 시대 소형주택·편의점 인기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6-01 11: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혼자 오래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자녀교육, 퇴직, 부모 간병이 일시에 집중될 수도 있다.

    고(故) 최진실 씨가 삼성전자 광고모델로 나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때가 1980년대 말이다. 1988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3저(低) 호황으로 주식과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가득했던 시기다. 당시 가전제품 회사들은 마케팅 콘셉트로 ‘가족’이란 키워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했고, 가장 성공한 사례가 최진실 씨를 모델로 한 광고였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는 아내와 남편을 콘셉트로 한 TV 광고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특히 30년 전 가족상과 오늘날의 가족상 간에 큰 간극이 생겼다.

    출산여성 5명 중 1명이 고령산모

    최근 우리나라의 가족형태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황혼이혼, 1인 가구, 초저출산과 고령출산의 증가, 미혼 자녀와의 동거 기간 증가 등 전 방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가족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생활공동체’라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애정의 장소’라는 측면이다. 생활공동체라는 측면은 경제 활동과 연결되고, 당연히 그 목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가족생활’이다. 애정의 장소라는 측면에서 가족의 목표는 ‘정서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생활’ ‘애정이 넘치는 생활’이다. 야마다 교수는 결국 가족의 목표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풍족한 생활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이 이런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면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치정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는 거의 빠짐없이 돈과 사랑이 결부해 있다. 가족이라고 예외는 아닌 듯하다. 가족이 두 얼굴을 가진 이유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가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파편화하는 가족관계를 막기 위해서는 전통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도 있고, 새로운 가족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도 있다. 논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는 새로운 가족형태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형태의 변화는 인생 전략의 변화를 낳고, 인생 전략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자산관리 전략의 궤도 수정으로 이어진다.



    저출산이라는 현상에 가려져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변화 가운데 하나가 고령산모의 증가다. 출산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35세 이상이다(2014년 기준, 통계청). 2004년만 해도 35세 이상 고령산모 비중은 9.4%였지만 매년 증가해 2014년에는 21.6%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여기서 35세에 아기를 낳았다고 가정해보자. 아이가 대학에 갈 시점에 엄마 나이는 55세가 된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는 남편이 아내의 나이보다 3~5세 더 많으므로 아빠는 50대 후반이나 60세가 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부모 간병 문제다. 현재 35세 여성의 부모는 대략 60세 전후로, 여성이 35세에 출산한 아이가 대학에 갈 무렵 부모는 80세가 넘는다. 후기 노년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자칫하면 자녀교육, 퇴직, 부모 간병이 일시에 집중될 수도 있다. 사실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현재로서는 단지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알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당위론이라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경제적 준비뿐 아니라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자녀교육에 ‘다걸기’ 하는 현재 사고방식을 하루빨리 재조정해야 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하는 ‘나 홀로 가구’에도 주목해야 한다. 나 홀로 가구는 이미 주류라 할 수 있다. 15년 뒤 서울의

    3가구 가운데 1가구는 나 홀로 가구가 된다(‘통계로 본 서울 가족 구조 및 부양 변화’, 서울시). 수의 많고 적음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판정한다면, 앞으로는 나 홀로 가구가 ‘정상’이고, 4인 이상은 ‘비정상’이 될 것이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보면, 가구 구성은 2030년에는 1인 가구 30.1%, 부부+미혼 자녀 25.4%, 한 부모 11.2% 순이다. 서울시에 사는 절반 이상 가구의 구성이 1명에서 많아야 3명 정도가 된다.

    혼자 오래 사는 데 필요한 것은?
    가족 구성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

    또한 1인 가구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연령층은 60세 이상 노년층이다. 서울시 전체 1인 가구에서 60세 이상 비중이 2014년 24.1%였지만 2030년에는 38.1%로 14%p나 늘어난다. 나이 들어 혼자 사는 것이 일반화화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나중에 혼자 살 것을 전제로 자산운용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자산운용 목적이 자녀교육이나 주택 마련 등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자신이 혼자 살게 됐을 때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 진지한 대답이 필요하다.

    가족 구성의 변화는 개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이나 소비 패턴 등에서도 이미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고, 백화점보다 편의점 시장이 확대되며, 소형주택이 대형주택에 비해 더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런 가족 및 가구형태의 변화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기업이나 비즈니스 업계는 미래 전망이 밝을 것이다.

    노후 준비 관점에서 가장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고령산모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대해 다뤘지만 이 밖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 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혼자 살면 비정상으로 인식되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것이 변화 속성 가운데 하나라면, 우리나라의 가족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혼자 오래 살아야 하는 시대, 노산(老産)이 일반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5월 가정의 달, 우리는 이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정답은 없더라도 깊은 고민은 절실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