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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 홈런타자 강정호 빅리그에서도 통했다

레그 킥 비관론 떨쳐내며 맹활약…극심한 체력 소모 극복이 관건

유격수 홈런타자 강정호 빅리그에서도 통했다

오른손 타자가 타격할 때 왼쪽 무릎을 높이 들어 올린 뒤 스트라이드를 하는 타격 자세인 ‘레그 킥(leg kick)’은 체중을 공에 최대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타자 1호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레그 킥은 양날의 칼과도 같았다. 레그 킥은 강정호에게 거포 유격수라는,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매우 희소성이 높은 특별한 능력을 안겼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레그 킥이 통하지 않는다’는 비관론도 함께 불러왔다.

강정호는 2014 KBO 리그에서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역대 40홈런 타자는 단 10명뿐이었다. 대부분 거포 포지션인 1·3루수 혹은 외야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9개 포지션 가운데 가장 많은 타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몸놀림이 빨라야 하는 유격수가 장타력을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40홈런 기록이 더 빛났다.

홈런을 치는 데 하체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유격수는 빠른 수비를 위해 스피드를 유지해야 한다. 홈런을 더 많이 치려면 체격을 더 키우고 근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적잖다. 강정호는 3년 이상 미세근육 발달 등 전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했고 레그 킥을 통한 중심 이동을 통해 강한 타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한 시즌 40홈런이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는 과거 앨릭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칼 립켄 주니어(명예의 전당 멤버·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거포 유격수가 존재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역시 1985년 우노 마사루(주니치 드래건스·41개 홈런)가 유일한 시즌 40홈런 유격수의 주인공이다.

중심 이동으로 홈런 제조하는 레그 킥

강정호가 유격수로 40홈런을 치자 당장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때 처음 등장한 비관론의 배경에 레그 킥이 있었다. 비단 미국만의 시각이 아니다. 레그 킥은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단점이 지적된 타격 자세다.

넥센에서 강정호를 지도했고 이승엽(삼성), 박병호(넥센)와도 인연이 깊은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레그 킥은 체력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레그 킥을 사용하는 한화 이용규는 “체격이 작은 나로선 힘을 가장 집중할 수 있는 타격 폼이다. 단 밸런스 유지가 매우 중요한 타격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공 하나하나에 맞춰 다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라톤 같은 장기 레이스에선 여느 타격 자세보다 체력 소모가 클 수 있다. 이용규의 말처럼 레그 킥에 대해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폼’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다리를 들었다 내리면서 타격하려면 고도의 중심 이동 기술이 필요한데, 시즌 내내 밸런스를 최고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타격코치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타격 자세는 다리를 들지 않고 엉덩이와 허리 회전으로 중심 이동을 간결하게 끝내는 것이다. 전성기 시절 베리 본즈의 타격을 보면 오른쪽 발뒤꿈치가 살짝 들릴 뿐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엉덩이와 허리로 중심을 이동해 타구에 체중을 실어 날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타격 자세가 매우 간결하기 때문에 약점을 찾기 어렵고,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구에 대한 대응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단 본즈는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한 손목 힘과 유연성을 갖춘 천재적인 타자였다(또한 금지약물을 사용했다). 모두가 본즈처럼 치고 싶지만 대부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정호의 선택은 레그 킥이었다.

시속 160km 공에 맞서다

국내에서 큰 문제가 없었던 강정호의 레그 킥이 미국 진출과 함께 다시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당시 “미국 스카우터들을 만나면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타격 폼으로 시속 160km 빠른 공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나 역시 강정호가 어떻게 이겨낼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시속 150km 공을 갖고 있고 꾸준히 140km 중반을 던지는 류현진(LA 다저스)은 국내에서 강속구 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정교한 기교파로 통한다. 미국에서 강속구 투수로 불리려면 최고가 아닌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어야 한다. 그만큼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많기 때문에 준비 동작이 필요한 레그 킥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시각이 따랐다.

그러나 강정호는 레그 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자기 이름을 확실히 날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공이 빠르다는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 레즈)의 시속 161km 공을 때려 안타로 만드는 단 한 장면으로 모든 부정적인 시각을 날리기 충분했다. 다리를 들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상대 투수가 선택한 공의 종류와 코스에 대한 과감한 예측, 타이밍에 대한 적응으로 레그 킥의 단점을 지우고 파워가 늘어나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5월 20일 강정호는 PNC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5번 타자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개막 초 벤치 멤버였고 마이너리그 강등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제 팀의 당당한 중심 타자가 됐다. 시즌 타율 0.320(75타수 24안타), 2홈런으로 거포 유격수로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5월 11일 홈런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강정호는 PNC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경기에서 1회 말 선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는데, 이번엔 레그 킥이 아닌 양발을 타석에 고정한 채 엉덩이 회전과 허리 힘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볼카운트로, 당시 노 볼 투 스트라이크(0B-2S)의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스윙 자체를 달리했고 정확히 배트 중심에 맞춰 홈런으로 연결했다. 강정호가 레그 킥 없이도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는 점을 상대편 투수와 포수에게 확실히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가 기술적인 적응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제 여유를 갖고 능동적으로 투수 공에 대응하는 것 같아 기쁘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도 레그 킥으로 타격을 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삼진을 피하려 할 때는 정확도에 집중하며 다리를 들지 않았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이제 미국에서도 보여주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제1호 메이저리그 타자 강정호는 이제 팀 주전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레그 킥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날려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레그 킥은 강정호의 뒤를 따른다.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레그 킥은 장기적 관점에서 극심한 체력 소모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타이밍으로 깊은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따라서 강정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더 큰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입력 2015-05-26 14:22:00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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