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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日 뜨거운 감자 오키나와

후텐마 주일미군기지 이전 갈등 폭발…지사와 주민들, 아베 총리와 힘겨루기

美·日 뜨거운 감자 오키나와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위치한 후텐마 주일미군기지(기지) 이전 문제가 미국과 일본의 새로운 밀월관계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현 나고시 인근의 헤노코로 옮길 계획을 추진해왔다.

일본 정부는 5월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조속히 이행할 계획이다. 반면 오키나와현과 지역 주민들은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정부 계획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20년이나 된 해묵은 논란거리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의 발단은 1995년 9월 4일 미 해병대원 3명이 12세 여자 초등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당시 주민들이 나서 미 해병대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등 연일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 때문에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현 중심지인 기노완에 위치해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 피해와 사고에 대한 공포, 환경과 재산권 문제, 각종 미군 범죄사건 등이 주민들의 주요 민원 대상이었다. 양국 정부는 그동안 기지 이전 협상을 계속해오다 2006년 이 기지를 헤노코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오키나와 섬 주민들은 원래 일본 본토인과 다른 인종으로 본토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오키나와 토착민은 생김새는 본토인과 비슷하나 키가 더 작고 피부가 검다. 일본열도 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현의 중심지 오키나와 섬에는 예전에 류큐왕국이 있었다. 류큐왕국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일본, 한반도의 조선, 동남아 등과 교역하는 등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이곳의 고유 무술인 가라테가 일본 본토에 전파되기도 했다.

일본은 1889년 류큐왕국을 침략해 강제 병합하고 오키나와현을 만들었다. 오키나와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이 가장 치열하게 지상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결사항전했던 일본군은 주민들에게 집단 자결을 강요했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 섬 전체 주민 60만여 명 가운데 14만여 명이 숨졌는데, 이는 일본군 전사자 10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당시 이 섬을 점령했던 미군은 1972년 일본에 반환하면서 섬의 20%를 미군기지로 사용하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했다. 현재 주일미군 4만7000여 명 중 2만5000여 명이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다.

오키나와의 조직적 저항

일본 정부가 후텐마 기지 이전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민심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후텐마 기지를 아예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오나가 다케시 후보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지원한 나카이마 히로가즈 지사를 압도적 표차로 물리치고 당선했다. 오나가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헤노코 기지 건설을 위한 지층조사 작업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 정부는 오나가 지사의 지시를 무효화하는 가처분 조치로 맞섰다.

아베 총리와 오나가 지사는 4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이견만 확인했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일본 정부는 오나가 지사와 주민들을 압박하기 위해 2015년 예산안에서 오키나와현 진흥예산을 전년 대비 4.6% 삭감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까지 내렸다. 예산으로 오나가 지사와 주민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일본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오키나와 출신들이 정부에 맞서는 고향 지방자치단체를 응원하며 오키나와현에 주민세를 내고 있다. 이른바 ‘고향세’는 일본 정부가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줄이고자 도입한 제도로, 자신의 거주 지역이 아닌 고향 등 다른 곳에 주민세의 상당액을 기부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오키나와현에 답지한 기부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배인 2116만 엔(약 1억90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지역경제인과 지식인들이 설립한 ‘헤노코 기금’도 한 달 만에 1억8500만 엔(약 16억7500만 원)을 돌파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헤노코 기금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기금은 국내외 언론에 오키나와 밖으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광고를 내거나 오나가 지사를 돕는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의 ‘조직적인 저항’에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로선 무엇보다 미국 정부와의 합의사항을 지키는 것이 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고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하기 위해서라도 오키나와에 주일미군이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

특히 아베 총리는 헤노코에 건설될 새로운 주일미군기지가 앞으로 미·일 신(新)밀월관계의 상징이라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후텐마 기지의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에 거대한 해상복합 군사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 기지에 V자형 활주로 2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기항할 수 있는 군항, 헬기전용 착륙장 등을 만들 계획이다. 새 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력 강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코너에 몰린 아베와 미국

일본 자위대도 헤노코 기지를 이용해 2018년 창설하는 ‘수륙기동단’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일본 자위대는 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수직 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를 도입할 계획이다. MV-22 오스프리는 헬기처럼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최고시속 56km로 헬리콥터보다 훨씬 빠르다.

오키나와 섬은 미국 시각에서 볼 때 거대한 항공모함이다. 주일미군의 각종 군사 시설 중 75%가 이곳에 집중해 있다. 또 도쿄보다 서울과 대만 타이베이에 가깝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을 모두 견제할 수 있는 동북아의 전략 요충지다. 동북아 최대 미군 공군기지인 가데나 기지에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를 비롯해 각종 항공기 120여 대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 주요 지역에서 군사적 상황이 벌어졌을 때 2시간 안에 투입 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오키나와 섬에 군사기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서 발목이 잡힐 경우 미국과 관계는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한 만큼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나가 지사도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오나가 지사는 5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워싱턴 등을 방문해 미국 정부에 오키나와의 민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앞으로도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에게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도 기지 이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향후 군사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입력 2015-05-26 14:03:00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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