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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별과 배제의 삶이 창조성의 바탕”

마크 로스코 평전 작가 아니 코엔 솔랄

“차별과 배제의 삶이 창조성의 바탕”

“차별과 배제의 삶이 창조성의 바탕”
‘슬픔과 절망의 세상을 숭고한 추상으로 물들이다.’

프랑스 저술가 아니 코엔 솔랄(사진)이 쓴 ‘마크 로스코’ 평전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 대한민국에 ‘로스코 현상’을 일으킬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화가에게 ‘슬픔과 절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솔랄은 바로 이것이 로스코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라고 밝혔다.

1903년 제정러시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스코는 열 살 때 유대인 대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차별과 배제에 시달려야 했다. 이 신산한 삶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창조성’의 바탕이 됐다는 게 솔랄의 해석이다. 이 점은 그 자신이 로스코에게 강렬하게 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알제리에서 태어나 열네 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솔랄은 로스코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조카이기도 한 솔랄은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역사와 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등 여러 대학 강단에 선 학자이기도 한데, 이 점 또한 미국 예일대에서 수학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를 즐겼던 학자풍 예술가 로스코와 닮아 있다.

로스코의 전시와 평전 번역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솔랄은 “로스코는 삶과 예술 양쪽 면에서 모두 인상적인 인물”이라며 입을 열었다. 로스코의 전시가 열리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방문하고, ‘로스코 저널(http://rothko-journal.blogs.liberation.fr)’이라는 인터넷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글을 꾸준히 발표해온 솔랄은 자타 공인 ‘로스코 전문가’다. 그에게 한국 전시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솔랄은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이 좋았다. 대중에게 로스코를 알렸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로스코를 신비주의자로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로스코는 종교인이 아니었고 국경과 역사적 배경, 사회계층, 종교 등을 넘어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 파동을 일으키는 작품을 남기려 했어요. 또 감상자가 스스로 작품 해석의 주인이 되길 바랐죠. 화가가 전달하려 한 하나의 진실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각자 무엇이든 느낄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로스코가 하려 했던 예술입니다.”

솔랄은 전시를 알리는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를 부각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한국에서 로스코는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솔랄은 “로스코는 그렇게 소개될 작가가 아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면 한국인 예술가 백남준을 언급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두 사람 다 이민자로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연 예술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백남준 회고전을 기획했을 만큼 백남준의 예술세계에도 조예가 깊은 솔랄은 “언젠가는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솔랄이 로스코의 대표작으로 꼽은 것은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의 작품들이다. 로스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근처 한 교회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이 채플 내부를 꾸몄다. 솔랄은 “채플 북쪽 면에는 비극을, 남쪽 면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작품을 각각 배치함으로써 양자가 주고받는 긴장이 공간을 가득 채우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비극적인 삶의 한가운데서 희망을 모색했던 로스코 삶의 반영이며, 로스코 예술의 궁극의 경지라는 게 솔랄의 생각이다. 로스코는 생전에 “회화란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라고 했다. 바로 이것이 오늘 로스코의 작품이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입력 2015-05-26 10:50:00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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