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시사로 본 법률상식

부모가 포기하면 공동상속 빚 회피 기간은 충분

손주의 조부모 채무상속 책임

부모가 포기하면 공동상속 빚 회피 기간은 충분

부모가 포기하면 공동상속 빚 회피 기간은 충분
조부모 중 한 사람이 사망한 후 남긴 채무에 대해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배우자와 손주(손자, 손녀)가 그 빚을 갚아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배우자와 손주가 함께 갚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우자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손주가 공동상속인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상속포기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는 빚을 남기고 죽은 부모가 있다면 항상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대법원 민사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5월 14일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주들을 상대로 낸 피상속인의 채무 공동상속을 원인으로 한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48852)에서 손주들에게 공동상속인으로서 채무상속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상속 순위는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직계비속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이 상속인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공동상속인이 되며,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단독 상속인이 되고,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민법 제1000조, 제1003조, 제1019조 1항).

이 사건에서 피상속인의 사망 시점은 2010년 8월 6일. 사망 당시 유족 중에는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었지만 자녀들만 2010년 9월 27일 상속포기를 했다. 그들 자녀들인 피상속인의 손주들(상속포기한 자녀들의 자녀들)과 배우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상속인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주들을 공동상속인으로 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피상속인의 자녀들)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상속을 포기한 자녀들의 자녀들(피상속인의 손주들)이 공동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상속인 손주들의 상속포기 기간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려해 판결했다. 판결 이유를 요약하면 손주의 경우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상속개시의 원인)을 알았다고 해서 민법에 따른 상속 순위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점을 안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손주들은 상속포기 사실 등 상속개시의 원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채무상속을 면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채무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손주들의 친권자인 자녀들은 적어도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손주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 경우 손주들에 대하여는 아직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로써 피상속인의 손주들은 비록 공동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하게 됐지만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부여받아 채무를 면할 수 있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자녀들(피상속인의 손주들)이 법적으로 공동 상속인은 되지만 상속포기 기간의 기산일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자신들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안 때’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즉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자신도 모르게 상속인이 된 사람도 상속포기를 통해 채무상속을 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입력 2015-05-26 09:43:00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118

제 1118호

2017.12.20

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