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8

2015.05.18

어느 날, 당신의 심장이 멈춘다면…

심정지 환자 중 후유증 없는 생환 1.9%뿐…부정맥 등 심장질환 예방이 최선

  • 김유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입력2015-05-18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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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당신의 심장이 멈춘다면…

    부정맥에 의한 심장정지는 어떤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50대 A씨는 지난해 겨울 동창들과 등산 모임을 하던 중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심장이 멈춰버린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평소 등산을 즐겼지만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는 응급처치술을 잘 알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당시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고 한다.

    요즘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2 인생을 살고 있다는 A씨. 하지만 그의 사례는 수많은 심장정지(심정지) 환자 중 극히 운 좋은 사례일 뿐이다. 급성 심정지로 쓰러진 경우 응급치료를 받고도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는 100명 중 2명도 채 안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필자도 마음이 무겁다.

    심장은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되는 신체의 동력원이지만, 개인의 성별이나 평소 주관적 건강 상태, 심지어 연령과도 무관하게 작동을 멈춰버리기도 한다.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평소 심근경색 또는 심부전(심장기능상실) 같은 심장질환 병력이 있거나 심장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심장박동이 고르지 않은 부정맥을 갖고 있을 때 그 위험이 매우 커진다.

    부정맥이 악화해 심장이 멈추면 먼저 각 조직에 혈액과 산소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세포가 파괴된다. 대뇌 등 중추신경계도 예외는 아니다. 심정지 후 극적으로 살아난 환자라 해도 그중 60%가량이 각종 후유장애를 안고 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이 급성 심정지를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일상생활 및 업무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돌아온 환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심정지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물론 정부 정책으로 공공시설을 비롯해 많은 곳에 이동식 제세동기가 설치되고 응급처치술에 대한 교육이 확대되는 등 심정지 환자의 생환을 돕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생명과 심정지 이전 삶의 질을 되찾는 환자 수는 쉽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응급의료체계가 발달했다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심정지 환자의 후유증 없는 생환율은 10%를 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심장 건강에 대한 범국민적 교육과 홍보, 적극적인 심질환 예방이 더욱 중요한데, 이를 통해 심장질환은 물론 이로 인한 심정지로 야기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당신의 심장이 멈춘다면…
    필자는 부정맥 전문의로서 일반인에게 비교적 생소할 수 있는 부정맥이 어떤 질환이며, 방치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부정맥은 훨씬 흔하며, 또한 일부 부정맥은 심정지를 유발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우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어느 날 당신이나 당신 가족 중 누군가 갑자기 심장이 멈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정맥에 대해 좀 더 많은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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