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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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어이할꼬

이벤트성 행사에 사업비 65% 투입…인천 시민도 모르는 깜깜이 홍보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04-20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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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어이할꼬

    유정복 인천시장(가운데)이 4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UNESCO)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책의 날’)이다. 세계 각지에서 이를 기념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인천이 ‘2015 세계 책의 수도’(‘책의 수도’)가 됐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독서와 저작권 진흥을 목적으로 2001년부터 매년 한 도시를 ‘책의 수도’로 선정한다. 해당 도시는 ‘책의 날’ 이후 1년간 ‘세계 책과 저작권의 중심’이라는 위상을 얻는다. 2013년에는 태국 방콕, 지난해에는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가 각각 ‘책의 수도’ 구실을 했다.

    인천은 2011년부터 이에 도전한 끝에 ‘삼세번’ 만인 2013년 7월 한국 도시로는 최초로 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프랑스 리옹, 영국 옥스퍼드 등 쟁쟁한 경쟁자를 따돌리며 이룬 성과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당시 심사위원단이 인천의 발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문화적 기반을 갖춘 유럽 도시보다 잠재력을 가진 인천을 ‘책의 수도’로 선정해 세계 여러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자는 고려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에서 인천이 장애인 전용도서관 건립, 북한 작가와의 만남, 소외지역 책 나누기 등 다양한 사업을 제안한 것도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예산 5분의 1로 축소, 계획 수정 불가피



    그러나 ‘책의 수도’ 개막이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이러한 계획이 상당 부분 수정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도서관 건립은 복지관의 책 나눔터 조성으로, 북한 작가와의 만남은 북한에 어린이책 보내기로 각각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

    계획 수정의 직접적 원인은 예산 축소다. 인천시는 당초 국비와 시비를 더해 80억 원 규모로 행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총사업비가 14억4100만 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심지어 전액 시비다. 부채비율이 40%에 달할 만큼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 인천시로서는 추가 예산 확보가 난망하다. 김상훈 인하대 정책대학원장(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이에 대해 “인천시는 지난 1년여간 국비를 전혀 가져오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책의 수도’에 대해 알리는 데도 실패했다. 인천 시민조차 우리 지역이 ‘책의 수도’가 됐다는 사실을 모르니 행사 추진에 동력이 생길 리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만한 규모의 국제 행사를 치르려면 중앙정부부터 시민 사회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과의 협업이 필요한데 인천시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인천시가 전시성 행사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한정된 예산조차 규모 있게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의 ‘책의 수도’ 추진계획 자료에 따르면,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세계 책의 수도 개막주간행사’ 사업비가 4억2500만 원에 달한다. 이 밖에 11월 11일부터 5일간 개최되는 ‘인천국제아동교육도서전’에

    4억 원, 10월 30일부터 한 달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한국과 인천의 기록문화전’에 1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이 세 행사의 예산만 9억2500만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65% 수준인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대 그 액수만큼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실제 사업비는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지만, ‘책의 수도’ 기간이 총

    1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적잖은 액수다.

    이에 대해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당초 인천이 ‘책의 수도’를 유치한 건 이를 계기로 인천에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 관련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으로 삼기 위한 게 아니었나”라며 “전시성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시민에게 일상적,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추진해 ‘책 읽는 인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천의 독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천조합에 따르면 인천지역 서점은 1995년 400곳에서 올해 99곳으로 20년 사이 75%가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결과보고서’를 봐도 인천시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예산액은 11억4700만 원(2009)에서

    8억7000만 원(2012), 7억8800만 원(2013)으로 꾸준히 감소 중이다. 시민 1인당 도서 수는 2009년 0.79권에서 2013년 1.14권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1.64권)에 못 미치고, 제주(3.46권), 강원(2.83권), 전남(2.64권) 등에는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이벤트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비판하며 “‘책의 수도’ 사업이 외화내빈으로 흐를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개막은 했지만 1년 뭐로 버티나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관내 도서 문화 증진에 대해 아무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책의 수도’ 행사는 이미 정해진 일정이라 마지못해 하고 있을 뿐”이라는 뒷말까지 나온다. 이 사업을 주도한 것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현 시장에게 패한 송영길 전 시장이라는 점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지만 행사를 내실 있게 꾸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4월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 인천시장도 “인천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이 조판된 곳이고 조선 왕립도서관인 외규장각이 있던 도시다. 이런 의미를 살려 ‘책의 수도’로서의 구실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4월 23일 개막하는 ‘책의 수도’ 행사를 계기로 인천시가 갖은 우려를 딛고 진정한 문화도시로 재탄생하게 될지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책의 날’과 ‘책의 수도’란…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어이할꼬

    인천시가 201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설치한 인천시 홍보 부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공교롭게도 같은 해, 같은 날 눈을 감았다. 1616년 4월 23일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이를 기념해 해마다 4월 23일이 되면 여성은 남성에게 책을,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이어졌다. 1995년 유네스코가 이에 착안해 이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삼으면서, 두 거장의 사망일은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일이 됐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국제출판협회(IPA), 국제서점연맹(IBF), 국제도서관협회(IFLA)와 함께 각종 행사의 중심지 구실을 하는 ‘세계 책의 수도’ 선정도 시작했다. 역대 책의 수도는 마드리드(2001), 알렉산드리아(2002), 뉴델리(2003), 앤트워프(2004), 몬트리올(2005), 토리노(2006), 보고타(2007), 암스테르담(2008), 베이루트(2009), 류블랴나(2010), 부에노스아이레스(2011), 예레반(2012), 방콕(2013), 포트하커트(2014)로, 인천은 15번째 선정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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