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2

2015.04.06

강렬한 태양이 만든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

안데스 고지대 와인, 카테나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4-06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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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태양이 만든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

    아르헨티나 카테나 와이너리(왼쪽)와 카테나 말벡 와인.

    아르헨티나는 지금 가을이 한창이다. 그곳 와인은 이제 발효를 마무리하고 숙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을 것이다. 2015년산 아르헨티나 와인은 어떤 맛을 보여줄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르헨티나는 연강수량이 250mm가 채 안 되는 매우 건조한 나라여서 와인 산지는 모두 안데스 산맥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안데스 산맥에 쌓인 눈이 녹아내린 물을 이용해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멘도사(Mendoza) 지방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아르헨티나 와인 다수가 그곳에서 생산된다.

    지금은 아르헨티나 와인이 고급스러운 맛과 착한 가격으로 와인 애호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 와인은 저급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식탁에서 와인이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보니 질보다 양 위주로 생산했기 때문이다. 70년대 들어 와인 수요가 급감하자 뒤늦게 수출 활로를 모색했지만 형편없는 품질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해 아르헨티나 와인을 단숨에 고급 와인으로 끌어올린 이가 있다. 바로 니콜라스 카테나(Nicolas Catena)다.

    카테나는 아르헨티나에서 대대로 와이너리를 운영해온 집안 출신이다. 1980년대 초 미국 UCLA 교수로 재직할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 와인에 크게 감명받았고 아르헨티나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주위에선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지만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귀향해 와인 생산에 뛰어들었다. 기후와 토양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고지대일수록 강렬한 태양과 낮은 기온 덕분에 당도, 산도, 타닌의 균형이 잘 잡힌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 우수한 포도를 얻고자 그는 점점 더 높은 곳에 포도밭을 일궜고 해발 1500m도 마다하지 않았다. 카테나 와인 레이블에 ‘High Mountain Vines’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렬한 태양이 만든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

    니콜라스 카테나(왼쪽)와 그의 딸 로라.

    1990년대 중반부터 카테나 와인은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연이은 호평을 받았다. 카테나의 성공 덕분에 아르헨티나 와인은 세계시장에서 고급 와인으로 발돋움하기까지 2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카테나가 겪은 시행착오와 고급 와인의 길이 다른 와이너리들에게 이정표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와인 잡지 ‘디캔터(Decanter)’는 카테나의 공헌을 높이 사 그를 200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의사였던 딸 로라도 아버지를 도와 카테나 와인연구소를 이끌며 루카(Luca)라는 새로운 와인을 출시했다. 루카 말벡(Malbec) 2012년산은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한 ‘2014 톱 100’ 와인 중 19위를 차지해 이미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카테나 와이너리는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샤르도네(Chardonnay)를 다양한 등급으로 생산한다. 고급 레벨로는 카테나 자파타(Zapata)와 카테나 알타(Alta) 시리즈가 있고, 부담 없이 즐길 만한 것으로는 카테나와 알라모스(Alamos) 시리즈가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이 처음이라면 카테나 시리즈를 추천한다. 4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안데스 산맥 고지대가 만들어낸 순수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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