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NASA 우주탐사선, 태양계 탄생 비밀 밝힐까

사상 최초 왜행성 궤도 진입, ‘우주 화석’ 탐험에 관심 집중

  •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입력2015-03-16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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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A 우주탐사선, 태양계 탄생 비밀 밝힐까
    비행시간 7년 5개월, 비행거리 49억km.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07년 9월 우주로 보낸 탐사선 ‘돈(Dawn)’이 케레스(Ceres)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거친 여정이다. 케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왜행성이다. 우리 시간으로 3월 6일 저녁 9시 39분쯤 돈은 마침내 케레스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인류 역사상 첫 왜행성 탐사를 시작했다.

    왜행성은 행성처럼 태양(항성) 주위를 공전하지만 달처럼 행성 주위를 돌지는 않는 천체를 말한다. 케레스는 1801년 이탈리아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주세페 피아치가 처음 발견했을 당시 지구와 동일한 행성 대접을 받았지만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수많은 소행성이 발견되면서 ‘1호 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2006년에는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당시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던 명왕성을 왜행성으로 분류하면서 케레스도 왜행성이 됐다. 현재 IAU가 인정한 왜행성은 케레스와 명왕성을 포함해 처음 발견됐을 때 ‘10번째 행성’으로 불리던 에리스(Eris)와 하우메아(Haumea), 마케마케(MakeMake) 등 총 5개다.

    NASA가 이 5개의 왜행성 중 케레스를 탐사지로 선정한 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왜행성이기 때문이다. 케레스는 지름이 약 950km로 왜행성 중에서도 가장 작지만, 이 정도 크기면 지구처럼 내부에 핵이 있고 맨틀, 지각 등도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계 생성 당시 원시 물질 보존

    케레스를 탐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왜행성이 태양계 생성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행성에는 대기가 없어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태양계가 생겨나던 당시의 원시 물질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표면에는 운석 충돌로 생긴 구덩이(크레이터·crater)도 대거 남아 있다. 초창기 태양계를 확인할 수 있는 ‘우주 화석’인 셈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질량이나 모양, 구성성분 등을 자세히 측정하고 표면에 생긴 크레이터들을 분석한 뒤 다른 소행성 연구 자료와 비교하면 초기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은 현재 케레스로부터 6만1000km 떨어진 궤도를 돌며 케레스를 관찰하고 있다. 점차 케레스와의 거리를 좁혀가면서 12월에는 케레스 상공 375km까지 접근하는 등 앞으로 16개월 동안 본격적인 탐사 활동을 벌인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탐사에서 케레스에 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부 전문가는 그간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케레스 표면을 덮고 있는 얼음층 아래 바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1월 유럽우주국(ESA)은 케레스 표면에서 수증기가 새어나온 것을 시사하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돈 탐사선에는 수증기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실려 있다. 최 연구원은 “돈이 보내올 데이터가 케레스 내부에 물의 존재 여부와 물이 분출되는 방식을 확인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은 케레스를 향하던 도중인 2011년 소행성 베스타(Vesta)에 들러 13개월간 임무를 수행하며 사진 3만 장을 지구로 전송한 탐사 경력을 갖고 있어 케레스 탐사도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NASA 우주탐사선, 태양계 탄생 비밀 밝힐까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왜행성 케레스(왼쪽)와 케레스를 탐사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이 우주로 보낸 탐사선 ‘돈(Dawn)’.

    화성 중력과 첨단 이온추진 시스템

    돈 탐사선이 베스타에 이어 케레스 궤도까지 49억km나 날아갈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화성의 중력을 이용해 도움닫기를 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케레스까지 날아가는 동안 만나는 화성의 중력에 이끌려 속도가 빨라지다 자연스럽게 화성 궤도를 벗어나 목적지로 향한 것이다.

    나머지 비행 과정에서는 액체나 기체 연료를 분사하는 방식이 아닌, 이온을 방출하면서 생기는 반작용으로 방향을 조절하며 날아가는 ‘이온추진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적용했다. 크세논 원자를 전기로 이온화한 뒤 방출한 것이다.

    크세논 원자는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작은 공간에 담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또 화학연료에 비해 7~1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온추진장치를 나흘간 작동하면 비행 속도를 시간당 60km까지 높일 수 있다. 돈 탐사선은 3개의 이온추진장치를 총 1885일 동안 작동해 케레스에 도착했다.

    한편 7월에는 NASA가 쏘아올린 또 다른 탐사선 ‘뉴호라이즌’이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왜행성 탐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발사된 뉴호라이즌은 2007년 목성을 지나면서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온 뒤 명왕성까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뉴호라이즌의 임무는 한때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각종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학카메라와 전파측정기, 입자측정기 등 총 7가지 장치를 탑재했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전모드’ 상태로 명왕성에 접근하던 뉴호라이즌은 1월 14일 관측 활동을 재개해 25일부터 2월 8일까지 명왕성과 주변 천체들을 촬영했다. 7월 14일에는 명왕성에서 약 1만2500km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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