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모비스 3연패, 양동근에 달렸다

35세에 정규리그 54경기 전부 출장한 에너자이저…유재학 감독과 찰떡궁합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3-16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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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스 3연패, 양동근에 달렸다

    2월 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스 경기에서 유재학 모비스 감독(오른쪽)이 양동근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정규리그를 끝낸 ‘2014~2015 KCC 프로농구’의 플레이오프(PO)가 한창이다. 우승팀 모비스와 2위 동부는 4강 PO(5전 3선승제)에 직행했다. 모비스는 4위 LG와 5위 오리온스 간 6강 PO(5전 3선승제) 승자와 만나고, 2위 동부는 3위 SK와 6위 전자랜드의 6강 PO 승자와 대결한다.

    올 시즌 PO의 최대 관심사는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올랐던 모비스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3연패 달성 여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최고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한 모비스는 또 한 번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모비스의 3연속 패권 달성은 캡틴 양동근(34·181cm)에게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공수 전력의 핵심일 뿐 아니라 선수단을 이끄는 정신적 리더이기도 하다.

    가장 부지런히 코트를 뛰어다닌 선수

    김영만 동부 감독은 양동근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 같다”고 촌평했다. 1981년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살인 양동근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전부 출장했다. 평균 34분 56초, 총 1886분 17초를 뛰어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코트를 누볐다.

    2004~2005시즌 프로에 데뷔한 양동근에게 이번이 9번째 시즌(군에 입대했던 2007~2008, 2008~2009시즌 제외)이다. 이 중 그가 전 경기에 출장한 것은 모두 네 시즌. 경기당 평균 34분 56초는 2011~2013시즌(평균 37분 2초)에 이어 전 경기 출장했던 시즌 중 2번째로 가장 많은 출장시간이다.



    특히 지난 오프시즌 동안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인천대회) 대표팀에서 뛰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던 점을 떠올리면 놀라울 정도다. 대표팀 동료들이 이번 시즌 초반 체력 저하로 부진했던 것과 달리 그는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단순히 코트에 서 있는 시간만 길었던 게 아니다. 그는 가장 부지런히 코트를 뛰어다닌 선수다.

    지난 18번의 시즌 중 15차례(공동수상 1차례 포함)에 걸쳐 정규리그 우승팀이 최우수선수(MVP)를 배출했다. 양동근은 사실상 정규리그 MVP를 예약했다. 팀 동료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치열한 집안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1~2012시즌부터 폐지됐던 ‘외국선수상’이 전격 부활하면서 자연스럽게 MVP는 양동근, 외국선수상은 라틀리프로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예상대로 양동근이 영예를 차지한다면 그는 KBL 최초로 개인 3번째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는 첫 선수가 된다. 그는 2005~2006시즌(서장훈과 공동수상)과 2006~2007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 주인공이었다. 특히 2006~2007시즌과 2013~2014시즌 PO MVP 영광도 안았던 양동근이 5번째 MVP 트로피를 가져가면 동부 김주성(정규리그와 PO 각 2회, 올스타전 1회)과 함께 최다 MVP에 선정된 선수에도 이름을 올린다.

    운명이 된 유재학 감독과의 만남

    모비스 3연패, 양동근에 달렸다

    3월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울산 모비스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왼쪽)이 전자랜드 차바위의 수비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양동근은 서울 대방초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그때 그의 키는 135cm에 불과했다. 또래 친구들보다 작았던 양동근은 키 때문에 많은 좌절을 겪었다. 삼선중에 들어가서도 농구를 하는 친구들보다 한 뼘 이상 작았다. 용산고에 입학했을 때 키는 고작 168cm였다. 농구 선수치곤 너무 작았다.

    용산고 시절, 양동근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작은 키를 커버하려고 누구보다 강인한 체력을 키웠다. 에너자이저 같은 체력은 고등학생 때 쏟은 땀의 결실이다.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자 운도 따랐다. 한양대에 입학한 양동근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당시 변변한 포인트가드가 없었기 때문. 그리고 대학리그에서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중거리포를 가진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농구 시작 이래 처음으로 찾아온 행운이었다.

    프로에서도 운은 계속됐다. 운명처럼 ‘명 가드’ 출신인 유재학(52) 감독을 만나 농구 인생에서 꽃을 피웠다. 대우와 신세기, 전자랜드를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은 유 감독은 2004~2005시즌을 앞두고 모비스로 팀을 옮겼다. 그가 모비스에서 맞은 첫 신인 선수가 당시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양동근이었다. 둘의 운명적 만남 이후 KBL 판도는 ‘모비스 중심’으로 재편됐다.

    모비스는 유 감독 부임 이후 이번 시즌까지 총 5번(2005~2006, 2006~2007, 2008~2009, 2009~2010, 2014~2015)에 걸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에는 통합우승의 위업을 일궜고,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에는 연속해서 챔프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합쳐 총 9번 우승 중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지 않은 때는 양동근이 군 입대 중이던 2008~2009시즌 정규리그 우승뿐이었다.

    지난해 인천대회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한 두 사람은 KBL 역사상 가장 빛나는 사제관계다. 양동근은 “유 감독님을 만난 건 내 인생 최대 행운”이라 말하고, KBL 역대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유 감독은 “동근이가 있어 내가 빛날 수 있었다. 내가 오히려 더 고마울 정도”라고 칭찬한다.

    유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우리 팀 전력은 4~5위 정도”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유 감독과 양동근이 오프시즌 동안 인천대회에 출전하느라 장기간 팀을 비우고 함지훈, 이대성, 박종천 등 주축 선수들은 수술과 재활로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비스는 우승을 재현했다. ‘만수’로 불리는 유 감독의 지략과 30대 중반 나이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코트를 지킨 양동근의 힘이 어우러진 결과다.

    유 감독은 “쉽지 않은 시즌을 예상했는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 좋은 결과가 있었다. 비시즌 동안 대표팀에 나가 있을 때 팀을 잘 이끌어준 코치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동근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잘 견디면서 팀의 중심 구실을 잘해줬다.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빼어난 실력과 함께 성실성을 갖춘 양동근은 ‘유재학 농구의 전도사’로 불린다. “동근이가 있어 내가 빛날 수 있었다”는 유 감독 말은 빈말이 아니다. 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 어김없이 양동근을 데려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양동근은 유 감독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다. 양동근은 “프로에 입단해 유 감독님을 만나 내 농구 인생이 달라졌다. 감독님은 내게 절대적 존재”라며 “챔프전에서도 감독님과 우승트로피를 또 한 번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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