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반복 피하고 감정 표현 풍부하게”

10년 경력 기업체 영어 면접관이 알려주는 핵심 팁

  • 케빈 경 ECG에듀케이션 대표 kevinkyung@yahoo.com

    입력2015-03-16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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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 피하고 감정 표현 풍부하게”

    한 채용박람회에서 외국인 면접관에게 영어 면접을 보고 있는 지원자들.

    취업준비생에게 영어 면접은 두려운 난관 가운데 하나다. 기업은 해마다 채용 기준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 마련인데, 영어 면접만큼은 일정 기준치를 두고 지원자를 평가한다. 그만큼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지원자에게 영어 면접은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기업체 영어 면접을 기획·총괄하는 컨설턴트로 일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수한 스펙과 다양한 경험을 쌓고도 영어 면접에서 몇 가지 실수를 범해 낙방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접했다. 한국인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10여 년간 공교육을 통해 영어 실력을 쌓는다. 다만 영어 스피킹에서 훈련이 덜 됐을 뿐 누구나 현재의 영어 실력으로도 몇 가지 요령만 터득하면 자신감을 갖고 실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Start Quickly

    즉시 답변하라


    면접관이 질문하면 3초 이내 답변을 시작하고 늦어도 5초는 절대 넘기지 말아야 한다.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는 인간이 느끼는 ‘현재’의 시간 길이를 5초로 정의했다. 실제로 영어 면접에서 지원자가 5초 이상 침묵하면 분위기가 매우 어색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또 그룹 영어 면접의 경우 함께 앉은 동료들이 해당 지원자를 힐끗 쳐다보기 시작하고, 당황한 기색을 면접관에게 들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는 능숙한 영어 능력을 증명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지원자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면접관은 이 긴 침묵을 통해 두 가지 정도를 간파한다. 면접관이 ‘이 지원자는 얼었군’ 또는 ‘문장 몇 개라도 짜내려고 애쓰는군’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짧은 답변이라도 적절하게 말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다.

    Stand Out

    틀에서 벗어나라


    한국인은 되도록 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영어 면접에서도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규격화된 틀’ 속에서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미 문화권에서는 다양성(diversity)과 개성(individuality)을 미덕으로 보는 만큼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튀어야 한다. 앞선 지원자가 한 흔하고 빤한 답변을 되풀이해선 결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없다. 그러니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여야 한다.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방법은 다양하겠으나 기본적으로 다음 사항을 고려해보길 권한다.

    △대중적인 답변을 멀리한다. 이를테면 ‘가장 좋아하는 TV 쇼(favorite TV show)’를 묻는 질문에 주말에 가족과 즐겨 보는 국내 예능프로그램 대신 해외 방송사의 리얼리티 TV 쇼 제목을 말하고 짤막한 설명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I like watching “Pawn Stars” on the History Channel.

    히스토리 채널에 나오는 ‘폰스타’를 즐겨봅니다.


    △예상 밖의 답변을 제시한다. 누구나 말하는 예상 가능한 답변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지원자가 사는 곳에 대해 물어본다면 면접관이 예상할 수 있는 특징에서 벗어난 답을 하는 것이다. 그곳이 해안가라면 바다가 아닌 인근의 산과 숲을, 대도시라면 빌딩숲이 아닌 도심 속 자전거도로에 초점을 맞춰본다.

    I go hiking in the mountains around Busan.

    부산 주변에 있는 산에서 등산합니다.


    △감정을 표현한다. ‘사실’에 초점을 둔 객관적인 나열식 답변을 피하고 특정 사물에 대해 주관적 관점을 말한다. 면접관이 취미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것에 빠져 있을 때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미소까지 지으며 마음껏 표현해보는 식이다. 영미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일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무표정한 한국인 지원자 중에서 분명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Skiing is both exciting and relaxing.

    스키는 신나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Start Directly

    ‘발표’하지 말라


    영어 프레젠테이션에서 준비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법이다. 청중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친절한 방식이기 때문. 그러나 영어 면접에서 대답을 발표하듯 하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들릴 뿐이다. 면접(interview)이라는 단어에는 상호 간(inter)이란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한쪽이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즐겨 하는 스포츠를 묻는다.

    What sport do you enjoy playing?

    어떤 스포츠를 즐겨 하나요?


    여기에 발표식 답변을 한다고 치자.

    I would like to tell you about the sport I enjoy playing. It is soccer.

    제가 즐겨 하는 스포츠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축구입니다.


    질문에 담긴 단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반복한 이 답은 한국말로 번역해도 어색하게 들린다. 간단하게 핵심만 반복해 답하고 이유를 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I really enjoy playing soccer.

    축구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Stay Focused

    주제에 충실하라


    영어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어김없이 ‘일단 던지고 보자’는 지원자를 만나게 된다. 무조건 아무 말이라도 길게 늘어놓으면 점수가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노력했다고 점수가 오르지 않을뿐더러 삼천포로 빠지는 답변은 치명적이다. 말이 아무리 빠르고 머뭇거림이 없더라도 소용없다.

    이런 현상은 어학연수를 다녀온 지원자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현지에서 습득한 관용표현과 적절한 억양이 돋보이지만 답변이 질문 주제를 벗어나 정처 없이 헤매면 마땅히 받아야 할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질문에 ‘집중’하는 데 있다. 면접관이 질문할 때마다 ‘이 질문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고 해보자.

    Tell me about an action movie you saw recently.

    최근 봤던 액션영화에 대해 말해보세요.


    여기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지원자가 있었다.

    It is ‘Sound of Music.’

    ‘사운드 오브 뮤직’입니다.


    질문의 핵심 단어는 액션(action)과 최근(recently)이다. 따라서 답변으로는 액션감이 있고 개봉한 지 1년이 안 된 영화가 적절하다. 그런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액션영화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최근 케이블채널에서 우연히 봤을 수 있지만, 1965년에 나온 명작을 ‘최근’ 영화라고 볼 수도 없다. 이 경우 면접관은 지원자가 답을 외워서 말한다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말한 4가지 요령은 응급처치일 뿐이다. 더 구체적인 영어 면접 전략은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익히고 훈련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 면접도 일반 면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현장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차근히 준비한다면 합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면접에 도움일 될 만한 자세한 팁은 필자가 쓴 ‘영어 인터뷰 비밀과 전략 7법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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