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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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페미니스트가 옳다

교육받은 여성에게 일할 기회 안 주면 100조 버리는 셈

  •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입력2015-03-09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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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페미니스트가 옳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선언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무뇌아적 페미니스트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보다 위험하다는 칼럼에 대한 반향이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페미니즘은 인권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고 통계는 말한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은 남녀평등지수에서 전체 142개 국가 중 117위다. IS가 근거지를 두고 있는 시리아가 139위, 200여 명의 학생을 납치한 테러조직 보코하람이 있는 나이지리아가 118위다. 외부에서 보는 한국 여성의 지위는 테러리스트가 세력을 얻고 있는 국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국의 남녀평등지수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 2010년 인구총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분석해보니, 모든 학교교육을 마치고 직장 경험도 쌓아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할 시기인 30, 40대 남자의 86%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53%만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

    대졸자로 한정해도 별 차이가 없어 대졸 남성의 90%, 여성의 57%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지역사회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미국 사회의 현황을 분석해보면 30, 40대 남성의 노동 참여율은 한국과 차이가 없지만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한국보다 20%p 높은 73%다. 대졸자 중에서는 77%의 미국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대졸자 한 명을 배출하는 데 우리 사회가 투입하는 비용은 대략 1억5000만 원에 이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1인당 9000만 원 정도 세금이 공교육비로 투입된다. 사교육비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인당 평균 3500만 원이 들고, 4년간 평균 대학등록금은 2500만 원 안팎이다.



    교육투자 효율성 떨어지는 한국

    그간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얘기는 인적자본 투자를 성공적으로 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녀평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배제한다면 그간 투자한 자본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대학교육을 받은 노동자 1명을 얻기 위한 교육투자 효율성이 한국은 미국에 비해 20%가량 낮다. 바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 때문이다. 30, 40대 연령층에서만 대략 100조 원의 인적자본 투자비용을 노동시장을 통해 회수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과다.

    문제는 이 비용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60대 이상에서는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이 드물었고, 남자가 여자보다 4.2배 더 많이 대학교육을 받았다. 반면 40대에서는 교육의 남녀평등이 진척돼 그 비율이 1.5배로 줄어들었고, 지금의 20대에 이르면 비율이 역전돼 여자가 남자보다 1.3배 정도 더 대학교육을 받는다. 여성 교육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문화적 지체와 시스템 미비로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가 바로 우리 사회 스스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는 현재 상황이다.

    문제의 해결은 원인을 구조로 환원시키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시스템뿐 아니라 회사에서의 개인에 대한 배려 부족, 가정에서의 가사 분담, 일상에서의 성차별적 언어 등이 모두 여성의 노동 참여를 막고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고, 스스로 행동을 고치며,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실을 한다. 경제가 어려우니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자.



    김창환 교수는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에서 노동시장, 경제불평등, 사회통계, 인종 문제를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사회학적 증거, 통계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한국 사회의 현재를 반추하는 글, 가끔은 불편한 진실을 전하는 글로 독자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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