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권력의 종말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3-09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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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모이제스 나임 지음/ 김병순 옮김/ 책읽는수요일/ 528쪽/ 2만2000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2015년 ‘책의 해(A Year of Books)’를 선포하고 첫 책으로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을 선정하자 출간한 지 2년 된 이 책이 다시 세계적 관심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된 점은 인정하기로 하자.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의 종말’이 개인들에게 권력을 준다는 평소 자신의 지론과 일치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기대와 달리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데 있다. 거대권력에서 미시권력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분산하고, 쇠퇴하는 사회적 변화를 짚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의 종말, 그 이후 시대’에 대한 전망과 부작용을 경고하고자 한 것이다.

    모이제스 나임이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 먼저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그는 1989년 36세에 베네수엘라 무역산업부 장관에 임명됐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와 세계은행 상임이사를 지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권력 맛을 보고 권력 한계마저 절실히 느낀 것은 선거에서 승리해 베네수엘라에 민주 정부가 수립되고 자신이 장관이 됐을 때였다. “우리는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을 잡았지만, 집권하자마자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한사코 거부해오던 국제통화기금의 압력에 굴복한 정부가 국가보조금 삭감과 유가 인상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고, 도시는 폭력과 공포, 혼란에 휩싸인 채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권력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제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다. 오랫동안 그 권력은 소수만이 소유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기득권이라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권력은 완력에서 두뇌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통적인 거대기업에서 민첩한 벤처기업으로, 완고한 독재자에서 소도시의 광장과 사이버 공간의 민중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수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쇠퇴하면 독재는 설 곳을 잃고, 정치적 자유는 점점 확대되며, 더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낳고, 더 많은 투자와 거래를 유발하며, 기업끼리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의 쇠퇴 이후 수반되는 위험들, 즉 정치적 마비, 파멸적 경쟁, 무질서, 탈숙련화와 지식의 상실, 사회운동의 진부화, 인내심 부족과 주의력 분산, 소외도 감수해야 한다.

    참고문헌과 주석을 포함해 500쪽이 훌쩍 넘는 책의 분량에 미리 질릴 필요는 없다. 1장 ‘권력의 쇠퇴’와 10장 ‘권력의 쇠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11장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먼저 읽어도 좋다. 나머지는 권력의 쇠퇴 현상을 짚어주는 다양한 사례일 뿐이다. 나임은 책의 첫 장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시작했다. “권력을 얻기가 전보다 더 수월해졌지만 권력을 잃는 것 또한 쉬워졌다. 반면에 권력을 행사하기는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권력을 가진 자, 권력을 원하는 자 모두가 듣고 싶은 이야기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블루엘리펀트/ 304쪽/ 1만3000원

    ‘중국이 인정하는 진정한 철학자’로 불리는 천자잉 교수의 에세이. 웅담 채취용 불법 사육장에 갇힌 반달곰 구조가 중요한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돕는 것이 중요한가와 같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탐구한다. 이 책이 탐구하는 모든 주제는 한 가지 목적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 바로 나 자신을 알고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책공장 베네치아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김정하 옮김/ 책세상/ 388쪽/ 2만 원

    아랍어 ‘쿠란’(코란)이 처음 출판된 곳, ‘탈무드’가 처음 인쇄된 곳, 포켓북이 처음 만들어진 곳.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상업적 인쇄, 출판, 서점이 생겨나 번영을 누린 ‘책의 수도’였다. 당시 편집자로 활약한 알도 마누치오는 출판산업의 근대화를 이끌며 ‘출판계의 미켈란젤로’라는 칭호를 얻었다. 16세기 베네치아를 무대로 지식의 생산 및 유통, 문화와 지성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최진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308쪽/ 1만4800원

    “당신은 보편적 이념의 수행자입니까, 자기 꿈의 실현자입니까?” EBS ‘인문학 특강’에서 허를 찌르는 질문과 명쾌한 해법으로 화제를 모았던 저자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도덕경’을 화두 삼아 철학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개인의 삶을 바꾸는 데 노자 사상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강의를 한 줄로 요약하면 ‘바람직한 삶이 아닌 바라는 삶을 살아라’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뇌 길들이기

    크리스티아네 슈탱거 지음/ 이유림 옮김/ 글로세움/ 304쪽/ 1만3800원

    저자는 인간의 뇌를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호기심 많은 강아지에 비유하면서 사고력과 집중력, 창의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뇌 훈련법을 제안했다. 재미있고 열광할 수 있는 일하기, 차례차례 처리하기, 주의 기울이기, 책 읽기, 생각 적어보기, 의식적으로 인터넷 서핑하기, 스스로 생각하기, 늘 경탄하기 등 이 책이 제시한 힌트를 따라 뇌 훈련을 해보자.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하우스 스캔들

    루시 워슬리 지음/ 박수철 옮김/ 을유문화사/ 394쪽/ 1만5000원

    먹고 자고 싸고 노는 곳. 저자는 집이라는 공간을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건축학적 역사는 물론 침대 위, 욕조 안, 테이블과 난로, 조리대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들려준다. 19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침실은 순수하게 수면과 성교 목적의 장소가 됐고, 부엌과 거실이 제구실을 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환풍기라는 것 등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욕망수업

    최인석 지음/ 알토란북스/ 396쪽/ 1만3000원

    욕망(慾望)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적당한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지만 지나치면 탐욕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저자는 ‘성경’ 속에서 욕망의 뿌리를 찾고 히틀러, 카다피, 후세인 등 ‘타임’지가 선정한 독재자 15명과 조선 왕들을 통해 탐욕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5부 ‘그래도 욕망하라’에서 욕망은 신의 선물이자 희망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거꾸로 즐기는 1% 금리

    김광기 외 지음/ 메디치미디어/ 328쪽/ 1만6000원

    예금 이자로 현상 유지만 할 것인가, 안정적인 5% 수익으로 부자가 될 것인가. 경제 전문 기자들이 쓴 ‘5배속 수익 내기 매뉴얼’에는 투자 고수들이 추천하는 명품 펀드 12선, 증세 보릿고개를 현명하게 넘는 알짜배기 절세 상품, 수익형 임대사업, 내 집에 평생 살며 연금까지 받는 법 등이 소개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투자 적격, 브라질과 러시아는 위험, 일본은 잊어라”와 같이 콕 찍어준 해외투자 정보에도 눈길이 간다.

    ‘1% 권력’은 가고 초경쟁 사회가 온다
    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문학테라피/ 296쪽/ 1만3800원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 소설. 1부 ‘우리 인생의 가치는 얼마일까’에서는 주인공 앙투안이 딸을 총으로 쏘기까지 평범한 일상이 광기에 휩싸여가는 과정을 들려주고, 2부 ‘왜 당신은 날 먼저 쏘았나요?’에서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과 멕시코 추방을, 3부 ‘행복만을 보았다’에서는 화자가 딸 조세핀으로 바뀌면서 고통의 치유 과정을 그렸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 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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