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7

2015.03.02

K리그 봄날이 온다

3대 관전 포인트…전북 2연패, 돌아온 용병과 의무 출전 기회 잡은 영건들의 활약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5-03-02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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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봄날이 온다

    2014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현대 모터스는 올 시즌 연속 패권에 도전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야기했듯, 한국은 축구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가진 나라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계적 붐을 일으킨 ‘길거리 응원’의 원조 나라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 열광하고, A매치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정작 국내 프로리그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기업구단들은 여전히 자생력 없이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고, 도·시민구단들은 빈약한 재정 형편 탓에 정상 운영이 힘들 정도다.

    한국 축구의 열악한 현실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썰렁한 K리그 경기장이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평균 관중은 80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실 관중 집계를 시작한 2012년 7000명 수준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수원과 서울, 지방 모범 구단 전북과 포항이 평균 1만 명 이상 동원했지만 일부 구단은 프로라고 하기에도 쑥스러운 2000명 안팎의 관중을 모으는 데 그쳤을 뿐이다. 그렇다면 2015년 한국 축구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K리그의 봄날은 올 수 있을까. 어느 해보다 풍성한 화제가 기대되는 2015 K리그 클래식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12년 만에 2연패 노리는 전북

    12개 팀이 팀당 38경기씩 총 228경기를 치르는 2015 K리그 클래식은 3월 7일 개막해 9개월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3라운드로 정규 라운드를 치른 뒤 1∼6위, 7∼12위로 A·B 그룹을 나눠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해 팀당 5경기씩 더 치러 우승팀을 정한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지난해 챔피언이 된 전북은 12년 만에 연속 패권에 도전한다. K리그에서 연속 시즌 우승팀이 나온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성남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 시즌 연속 트로피를 차지했다. 2003년 이후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두 시즌 연속 차지한 팀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어디일까. 전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러브레터 2015’를 통해 클래식 12개 구단 감독과 각 구단별 대표 선수 1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북은 총 24표 가운데 19표를 얻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설문조사는 소속 구단을 빼고 우승 예상팀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북을 뺀 11개 구단 22명 중 19명이 1순위로 지명했을 정도로 전북은 이미 ‘공공의 적’으로 자리 잡았다.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에 한파가 몰아쳤다. 모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구단들은 긴축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외국인 골잡이가 줄줄이 K리그를 떠났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던 서울 데얀, 대전과 전북에서 활약한 케빈이 중국으로 떠났다. 수원의 주축 공격수였던 라돈치치는 일본으로 갔다. 그 덕분에 수원 산토스는 14골로 지난 시즌 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했다. K리그 대표 골잡이 이동국(전북)이 부상으로 중도 이탈하면서 어부지리를 얻기도 했지만, 산토스는 2005년 마차도(당시 울산·13골) 이후 9년 만에 15골을 넣지 못하고 개인 득점 1위에 오른 선수가 됐다. 그만큼 지난 시즌 용병들 활약은 크지 않았다.

    K리그 봄날이 온다

    서울 이랜드 FC 박상균 대표이사(왼쪽)와 마틴 레니 감독이 2014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들을 적극 영입하면서 강력한 화력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눈에 띄게 변화한 팀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용병 없이 팀을 꾸려 ‘쇄국정책’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던 포항이다. 포항은 지난겨울 외국인 선수 3명을 동시에 영입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원톱 스트라이커 라자르에게 기대가 쏠린다. 라자르는 지난 시즌 세르비아 1부 리그에서 8골 5도움을 올린 수준급 공격수다. 외국인 선수들의 가세로 지난 시즌 팀 득점(50골)의 20%(10골)를 담당했던 2선 공격수 김승대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돌아온 ‘왕년의 스타’도 많다. 전북은 에두와 에닝요를 동시에 영입해 전력을 한층 강화했고, 인천은 케빈을 데려왔다. 에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수원에서 95경기 30골 15도움을 올린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에닝요는 전북이 2009년과 2011년 우승을 차지할 때 주역이다. K리그 통산 214경기 80골 64도움으로 최단기간 ‘60-60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활약으로 많은 팬에게 사랑받았다. 케빈은 2012년 대전, 2013년 전북에서 68경기 30골 9도움을 기록한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반란 꿈꾸는 시민구단들

    클래식에서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이 시작된 2012년부터 강등팀은 모두 도·시민구단이었다. 2014년에는 클래식 스플릿 라운드 이후 상위 A그룹에 진출한 도·시민구단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반란의 주인공이 될까.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했던 성남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시즌 클래식 9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성공한 성남은 올해 K리그 클래식과 ACL, FA컵 등 3개 대회를 치러야 한다. K리그 명장으로 꼽히며 ‘학범슨’이란 별명까지 얻은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이 성남의 ‘믿는 구석’이다. 성남시도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ACL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천은 지난 시즌 심한 부침을 겪은 끝에 10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다. 열악한 재정 탓에 박태민과 남준재(이상 성남), 구본상(울산), 이석현(서울)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줄줄이 떠났지만 신임 김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설기현과 이천수 등 베테랑들이 힘을 낸다면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시즌 챌린지 정상에 올라 클래식으로 복귀한 대전은 브라질 공격수 아드리아노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조진호 감독은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라며 “간절함과 열망으로 조직력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 밖에 ‘영건들 의무 출전’과 ‘챌린지 신생팀 이랜드의 돌풍’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 기회를 늘리고자 K리그는 2013년부터 출전선수 명단에 23세 이하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켰다. 올해부터는 출전선수 명단에 2명 등록, 선발 출전 1명을 의무화했다. 현대고 출신으로 울산에 직행한 고민혁, 영생고 출신으로 전북에 입단한 장윤호,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포항에서 데뷔하는 박찬길, 매탄고 출신의 수원 최주용 등 젊은 피 가운데 누가 스타가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의 경영기법을 토대로 창단된 이랜드가 챌린지에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내며 K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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