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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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실형 선고와 항로변경죄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5-03-02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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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실형 선고와 항로변경죄

    지난해 12월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모습.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과 형법상 강요 등 4개 혐의를 인정해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슈퍼 갑(甲)질’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한동안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선고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조 전 부사장에게 실형 1년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이 기소한 조 전 부사장의 죄목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와 항공기 안전운항저해 폭행죄, 그리고 형법상 강요죄,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5개다. 재판부는 이 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4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항로변경죄’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항공보안법 제42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 당시, 기내에서 사무장을 내리라고 할 때 항공기가 이동 중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항로 변경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률적 쟁점은 당시 비행기가 10여m 정도 뒤로 움직인 것이 과연 법률에 기재된 항로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당시 상황을 보면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히고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체가 토잉카에 의해 23초간 17m 후진했다 3분간 정지했고, 다시 39초를 전진해 복귀했다. 과연 이것을 초래한 행위가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것에 해당하는 것일까.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항로의 사전적 의미가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이며, 국토교통부(국토부)도 고시인 ‘항공로 공역 설정기준’을 통해 ‘항공로’를 ‘지표면에서 200m 이상의 공역’으로 정의하고 있으니 이번 사건의 경우는 항로가 변경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항로변경죄’의 항로는 사전적 의미 외에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 연혁, 법률체계적 연관성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항로와 항공로는 사전적 의미가 동일한데 그렇다면 관계 법령에 정의 규정이 있는 항공로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국토부 고시인 ‘항공로 공역 설정기준’에서 제시한 개념이 상위 법령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면서 변호인 측 주장을 배척했다. 오히려 “항공보안법 제2조는 ‘운항 중’의 개념을 승객이 탑승한 뒤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로 정의하고 있다”며 이는 이륙 전, 착륙 후 지상이동 상태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인 측 주장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한 것이고, 재판부의 판단은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보호하고자 하는 항공보안법 취지에 더욱 무게를 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 전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유가 항로변경죄 인정 때문이라는 논리는 온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죄목인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역시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다. 그리고 사실 이 죄목이 이번 사건의 본질에 해당한다. 재판부 역시 이번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면서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노예로 여기지 않았다면,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이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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