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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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만두 먹어볼까

부산역 부근 맛집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2-02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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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보이’ 만두 먹어볼까
    부산에 도착하거나 떠나는 이들에게 부산역 인근 지역은 기꺼이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부산역 앞 큰길 건너편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부산에 중국인이 처음 등장한 시점은 인천과 거의 비슷하다. 나가사키 등지에 뿌리를 내린 일본의 화교들은 1876년 일본에 의해 부산이 개항되자 빠르게 옮겨왔다. 지금의 부산역 부근 초량 일대에는 청관(淸館)이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요릿집과 호떡집이 많았다.

    6·25전쟁과 1970년대 화교 수난시대를 거치며 차이나타운은 사라질 뻔했지만, 90년대 중국과 국교를 수교하면서 다시 살아나 번성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화교 대부분이 그렇듯 부산의 화교들도 산둥성(山東省) 출신이 많다. 산둥성은 중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 만두의 본향이다. 또한 중국 최고의 밀 생산지이자 면(麵)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상하이나 광저우 같은 남쪽 지역에서는 쌀이 주식이다.

    15세기 이후 산둥성의 만두 문화는 일상식을 넘어 새해 첫날에 반드시 먹어야 하는 시식(時食)이 된다. 산둥성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만두는 물만두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15년 동안 먹은 만두의 무대는 부산 차이나타운의 ‘장성향’이다. 다른 집보다 2배는 큰 군만두가 이 집의 인기 메뉴.

    ‘일품향’은 산둥식 가정요리인 오향장육을 냉채로 낸다. 시원한 오이와 여러 부위 살코기에 다섯 가지 향신료(오향)로 맛을 낸 음식이다. 산둥성 사람들은 전채로 오향장육을 즐겨 먹는다. ‘일품향’의 만두도 제법 유명하다. 주방 안에는 만두를 빚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만두는 찐만두다. 담백한 편이라 식초를 살짝 섞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 만두 속보다 졸깃한 피 맛이 더 좋다. 물만두와 튀김만두도 먹을 만하다.

    ‘올드보이’ 만두 먹어볼까
    부산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식당은 ‘홍성방’이다. 만두와 요리들이 무난하지만 만두피는 좀 아쉽다. 만두와 팥빵, 달걀빵 등 산둥식 빵을 파는 ‘신발원’은 역사가 60년이 넘는다. 한국의 만두와 산둥성의 만두는 단어는 같지만 조금 다른 음식이다. 산둥성에서는 만두 속에 돼지고기나 채소를 넣은 것을 자오쯔(餃子), 만두는 만터우(饅頭)라 부른다. 사실 한국의 만두는 발음만 중국에서 따왔을 뿐 자오쯔에 해당한다.



    부산역 주변에 중국 식당만 있는 건 아니다. 1990년대 초 러시아 선원이 몰려들면서 러시아 물건과 러시아식 음식을 파는 식당들도 들어섰다. 우즈베키스탄 정통 음식을 파는 ‘사마르칸트’는 한국 사람에게도 인기가 많다. 부산역을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노포 중 노포는 ‘평산옥’이다. 이 집의 메뉴는 수육과 국수 두 가지뿐이다. 돼지 삼겹살과 앞다릿살, 뼈를 넣어 한 번 우려낸 국물에 말아내는 건건한 국수는 돼지국밥의 원형 논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식혜국물로 만든 소스와 집 간장에 사과를 넣어 만든 소스 등에 담백한 돼지고기 수육을 찍어먹는다. 담백하고 정직한 음식 만들기의 전형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부산역 구내에서는 몇 달 전 들어선 ‘삼진어묵’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53년 영도에서 어묵을 만들기 시작한 ‘삼진어묵’은 오래된 공장을 베이커리 형태로 고치고, 크로켓 어묵 등 60가지가 넘는 어묵을 명태와 돔 등 고급 생선살로 만들면서 부산 토박이와 관광객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삼진어묵’에서 어묵 한 상자를 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일본과의 지리적 근접성이 낳은 어묵은 부산에서 이제 개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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