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4

2015.02.02

“청춘의 눈으로 강연 문화 바꾸겠다”

강연 및 콘퍼런스 기획 전문가 한동헌 마이크임팩트 CEO

  • 최충엽 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albertseewhy@gmail.com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5-02-02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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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눈으로 강연 문화 바꾸겠다”
    1월 16일과 17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에서는 ‘생각수업’이라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틀간 4000명이 넘는 젊은이가 모여들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받아 나온 이부터 광주광역시와 전남 목포 등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이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작가 알랭 드 보통과 철학자 강신주, 소설가 김영하, 광고인 박웅현, 과학철학자 장대익,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경영학자 장하성 등 우리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신뢰하는 강연자 14명이 청춘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알랭 드 보통이 청년들에게 “왜 우리는 불안한가”라고 질문하자 청중은 귀를 쫑긋 세웠고, 경쟁적으로 손을 들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무기력한 적이 없나, 대학을 꼭 마쳐야 할 이유는 뭔가 등이다. ‘로맨틱한 사랑은 위험한 것’이라는 작가의 주장에 반론을 펴는 이도 있었다. 무기력한 대학 강의실이나 예의상 질문이 오가는 강연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도발적인 대중 강연을 주도한 곳은 마이크임팩트라는 젊은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유명한 문화기업으로, 2010년 3월을 시작으로 5년 만에 총 1500회 이상의 강연 기획 및 콘퍼런스에 나섰다. 동원한 청중 수가 12만 명 이상이다. 기획 강연에 브랜드를 입힌 것도 마이크임팩트의 특징이다. 청중의 잠재욕구를 받아들여 잇달아 ‘청춘페스티벌’ ‘원더우먼 페스티벌’ ‘메디치’ ‘그랜드마스터클래스’ 등을 선보이며 토크콘서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강연 콘텐츠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한동헌(33·사진) 마이크임팩트 대표의 말이다. 그는 5년 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강연문화 콘텐츠 기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에 나섰다. 명문대 출신으로 좋은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다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강연 시장의 잠재성과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대학 후배들을 위해 짬짬이 기획한 첫 강연회가 대성황을 이뤘어요. 그때 청춘들이 가진 잠재된 욕구를 봤고, 그와 동시에 사업 기회도 깨달았습니다.”

    사회가 다양화하고 미디어가 세분화할수록 강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기존에 기업연수 행사 등에 나서던 이른바 스타 강사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런 강사들을 관리하거나 돕는 기업이 여럿 등장했지만 ‘강연문화 기업’을 표방하고 참신한 기획을 바탕으로 강연 트렌드를 바꾸겠다고 나선 이는 없었다.

    “청춘의 눈으로 강연 문화 바꾸겠다”
    지식의 방향을 정하는 영감

    한 대표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앞으로 교육 목표는 지식이 아닌 ‘인사이트(영감)’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지식은 어디에나 넘쳐나지만 그것을 배우고 익혀야 할 계기를 얻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지식과 경험이 세분화할수록 누구라도 멘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대표를 비롯한 창업 동지들은 자신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강연을 기획하기로 뜻을 모았다. 창업 초기부터 ‘마이크임팩트 브랜드 강연’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탄생한 강의가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필요로 하는 질문을 모아서 만든 ‘3년 차 직장인 페스티벌’ ‘청춘페스티벌’ 등이다. 이 특강은 2말3초 세대의 고민을 담아내며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강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스타 강사에게 강연 목표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일에도 주력했다. ‘생각수업’ 토크콘서트를 열기 2년 전부터 알랭 드 보통이 사는 영국을 오가며 한국 청춘들의 ‘불안’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도 주고받았다. 젊은 층에게 의미 있는 영감을 주고자 새로운 길을 경험한 젊은 강사 발굴에도 힘을 쏟았다. 현장에서 청춘이 따라 할 만한 롤모델을 제시하자는 취지였다. 한 대표는 “요즘 젊은이는 과거 유명 인사의 성공적인 삶을 재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청춘의 대안’이자 역할모델은 동시대에 살아가는 또 다른 청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춘의 눈으로 강연 문화 바꾸겠다”

    마이크임팩트가 기획해 화제를 모은 ‘생각수업’ 토크콘서트 현장(왼쪽)과 알랭 드 보통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든 젊은이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꿈과 현실’이란 강연회를 기획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의 어도비, 페이스북, 징가 등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엔지니어와 마케터, 디자이너 등을 초청했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난으로 힘겨워할 때 이들은 어떻게 미국 최고 기업에 취직해 일하고 있는지 현장감 넘치는 정보와 경험을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이들이 잠시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여 완성한 기획이었다. 이 강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부족한 어학 실력에도 해외 시장을 개척한 동시대 선후배들의 스토리는 우리 청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개인의 용기 있는 경험 주목”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꽃피웠던 문화 르네상스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디치 프로젝트’라는 강연도 마이크임팩트가 기획해 화제를 모은 강연회 중 하나다. 이명구 디스패치 대표, 김선관 구글 디자이너, 이연희 모델, 박지호 ‘아레나옴므플러스’ 편집장 등 한국 문화계의 혁신가들을 강단에 세웠다.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도 이 무대에서 마지막 강연을 했다. 이들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의 ‘뉴노멀’이 될 인재라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이 강연에 참석한 이들도 조금은 낯선 혁신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용기를 얻어갔다. 이 같은 강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파됐다.

    한 대표의 강연 기획 도전기를 들으니 문득 미국 토크쇼 시장을 꽃피운 오프라 윈프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윈프리는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마약 복용, 낙태 등을 경험하며 악조건 속에서 살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꿈을 실현했다. 미국인은 그의 “절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평범한 말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한 대표 역시 “우리 세대가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을 강의로 만든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마이크임팩트 기획자들이 불안한 청춘을 거쳐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등 경험이 늘어날수록 콘텐츠도 더 많아질 것이다. 애초에 이들은 노벨상 수상자나 대재벌의 성공 스토리가 아닌, 일상 속에서 청중의 내면을 울릴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 1차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획일적인 무대만 준비돼 있다. 새로운 영감을 가진 돈키호테를 위해 청중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강연회를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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