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4

2015.02.02

항공사 마일리지 혜택인가, 권리인가

대한항공, 가족합산 마일리지 “사전에 공항 확인 거쳐라”…못 쓰게 하려는 꼼수 의혹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5-02-02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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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사 마일리지 혜택인가, 권리인가
    1월 초, 대한항공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일반석 왕복티켓을 구매한 A씨는 마일리지를 이용해 프레스티지석으로 좌석승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A씨에게 “공항 발권 카운터로 직접 와서 본인 확인을 거쳐야 좌석승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행 스케줄이 한 달 이상 남은 상황에서 단순히 좌석승급을 위해 공항 발권 카운터까지 오라는 요구를 받은 A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과거 A씨가 마일리지로 좌석승급을 했을 때는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탑승 당일 발권 카운터에서 ‘서명’만 하면 됐기 때문.

    결국 A씨는 자신의 근무지에서 가장 가까운 김포공항까지 직접 가 ‘본인 확인’을 받은 뒤에야 승급된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A씨는 “본인 확인이라고 해봐야 고작 서명하는 것이 전부”라며 “요식 행위와도 같은 본인 확인절차를 위해 공항 카운터까지 오라고 하는 처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가족합산 마일리지로 좌석승급을 하려는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서명 하나 받자고 공항까지 나오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여행사 관계자도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를 이용한 좌석승급 시스템을 바꾼 이후 여행사에서 발권 대행을 해주는 건수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본인 마일리지로만 좌석승급을 하거나, 무료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은 현재도 인터넷상에서 허용하고 있다. 다만 가족합산 마일리지를 사용할 때는 ‘본인 확인’을 의무화했다.

    장거리 노선 좌석승급에 8만 마일 필요

    대한항공이 이처럼 가족합산 마일리지 사용에 대해 ‘본인 확인’ 요건을 강화한 것을 두고 이용자들은 ‘자투리 마일리지 사용을 어렵게 하려는 숨겨진 의도’라고 해석한다. 마일리지를 활용해 무료 항공권을 받거나 좌석을 승급하려면 일정 요건 이상의 마일리지를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주나 유럽 왕복항공권을 받으려면 일반석 7만 마일, 프레스티지석 12만5000마일이 있어야 한다. 같은 구간 왕복항공권을 일반석에서 프레스티지석으로 승급받으려면 8만 마일이 필요하다. 이 같은 마일리지를 쌓으려면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신용카드를 최소 5340만 원(1000원당 1.5마일 적립 기준) 이상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합산 마일리지를 이용하면 쉽게 좌석승급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다. 일례로 부모가 각각 1000만 원 정도 신용카드로 마일리지를 쌓았고, 본인이 2500만 원, 배우자가 1000만 원을 사용했다면 마일리지 가족합산으로 한 사람이 무료 항공권을 받거나 장거리 항공권 좌석승급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이 제각각 자신의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 가까이 마일리지 적립이 필요하지만, 가족 마일리지를 합산하면 1년에 한 번꼴로 한 사람에게 혜택을 몰아줄 수 있는 것. 그러나 대한항공이 가족합산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본인 확인’ 요건을 강화한 후 가족합산 마일리지 혜택을 받으려면 공항 발권 데스크를 직접 다녀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A씨는 “마일리지는 항공사가 고객에게 주는 혜택이 결코 아니다”라며 “고객이 최소 수천만 원 비용을 지불한 뒤 적립한 고객의 권리”라면서 “소비자의 권리 찾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고객을 왕으로 여기기보다 자신들의 하인이나 종처럼 가벼이 여기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대한항공 측은 가족합산 마일리지 사용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한 것에 대해 ‘시스템 교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시스템을 교체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인터넷상으로도 가족합산 마일리지로 좌석승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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