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6

2017.07.12

스포츠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이번에도 불 끌까”

대표선수와 원활한 소통 장점…수비 조직력 강화가 숙제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7-07-11 1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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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47)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살려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대한축구협회(협회) 기술위원회는 6월 4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을 지휘할 새 사령탑으로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체제’에서 잠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정해성 코치를 비롯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최초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등이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기술위원회의 선택은 이번에도 신태용이었다.

    신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6월 개최되는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다. 물론 최종예선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조 3위에 머물러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할 경우에도 감독 교체는 없다. PO까지 신 감독에게 맡기고 결과가 좋으면 본선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 기술위원회의 구상이다.



    늘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신 감독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던 현역 시절, 신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2003년 K리그 최초로 60득점-60도움 클럽에 가입했고, K리그 통산 401경기 99득점 68도움을 기록한 후 2004년 은퇴했다. 2009년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대행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부임 첫해 팀을 K리그 준우승과 FA컵 2위에 올려놨다. 마흔 살이던 2010년 정식 감독이 된 그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거머쥐면서 K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성남 지휘봉을 내려놓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잠시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면서 수석코치로 임명돼 국가대표팀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초 백혈병으로 하차한 고(故) 이광종 감독을 대신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감독 지휘봉을 잡았고, 한동안 A대표팀 수석코치를 겸하며 ‘두 집 살림’을 했다. 리우올림픽에서 8강 진출을 달성한 신 감독은 이후 슈틸리케호로 복귀했지만 한국 축구는 그를 A대표팀에 편안히 머물게 하지 않았다. 지난해 안익수 감독 후임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5월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출전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은 신 감독에 대해 “대표팀 코치를 지내며 현 대표팀 선수들과 잘 지냈다. 소통에 뛰어난 만큼 대표팀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고 응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태극전사들을 장악하지 못했다. 자신이 내걸었던 대표선수 선발 원칙을 뒤집었고, 불필요한 언행으로 공분을 샀다. 선수들은 약속을 깬 감독을 믿지 않았고, 감독 역시 선수들을 ‘내부 고발자’로 몰아가 불편한 관계가 됐다. 팀 분위기가 깨지면서 대표팀은 오합지졸이 됐다. 약체가 많았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까진 극복할 수 있었으나 ‘난적’이 가득한 최종예선에선 이란, 중국, 카타르에게 패하며 위기에 처했다.

    신 감독은 리우올림픽과 U-20 월드컵을 앞두고 사령탑 유고 사태가 발생하자 협회가 긴급 투입한 ‘구원투수’였다. 급한 불은 껐지만 2차례 모두 큰 성공을 맛보진 못했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리우올림픽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0-1로 패했고, 1차 목표로 8강 진출을 내세우고 내심 4강 진입까지 기대했던 U-20 월드컵에선 16강에 그쳤다. 특히 조별리그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불필요하게 전력을 노출하는 실수를 범했고,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전술 변화로 완패한 점 등은 신 감독의 아쉬운 행보로 남았다.



    두 번의 실패를 극복하라!

    또 신 감독은 결정적 순간 공격 축구를 선택해 수비 조직력에 한계를 노출했다는 약점도 있다. 신 감독이 소통 능력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이번에도 또 선택받을까’라는 의구심이 축구계 내부에서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단점으로 지적되는 수비 조직력에 대해선 신 감독도 잘 알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본다. 기술위원장인 나도 참견 아닌 조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여러 연령대의 대표팀을 이끌면서 큰 성공은 못 거뒀지만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본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신 감독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는 승점 1점 차다. 이란은 승점 20점으로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의 통산 10회, 그리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직행 여부는 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5일)과 대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조 2위를 할 경우 본선 티켓을 따내지만 3위가 되면 더 힘겨운 2차례의 PO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협회가 ‘상대적으로 편한’ 신태용 카드를 꺼내 든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 축구는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는 매번 ‘꼬리 자르기’식으로 빠져나갔다. 만약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한국 축구의 재앙이라 할 수 있다. K리그까지 포함해 가뜩이나 분위기가 어수선한 한국 축구에 더 엄혹한 암흑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협회 수뇌부 총사퇴 같은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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